[송장길 칼럼] 막혀 있는 정국, 대통령이 뚫어야
[송장길 칼럼] 막혀 있는 정국, 대통령이 뚫어야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05.22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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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 CV센터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혁신산업이며 미래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국가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 CV센터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혁신산업이며 미래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국가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굳게 닫혀 있고, 정치인들은 거리로 떠돌고 있다. 행사장과 모임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서 자기편 만들기에만 여념이 없다. 서로 비난하고 합리화한다. 대통령까지 광주로 내려가 눈물을 보이며 비판세력을 독재자의 후예로 몰아쳤다. 자신을 독재자로 공격한 데 대한 앙갚음이자 지지세력의 결집을 노린 정치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그 자리에서, 같은 국토 안에서 정치적 폭력에 의해 제1야당 대표의 통행과 정치행위의 자유 등 기본권리가 제한됐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국가 운영이 일부 정지된 것이다.

정국경색의 직접 원인은 패스트트랙 파동이다. 여권이 군소 야당과 카르텔을 만들어 제1야당을 따돌리고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 개혁법 등 민감하고 중요한 법안을 밀어부치려 할 때 정국경색은 우려됐고, 예정돼 있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국회와 정계의 세력 판도를 바꿔버릴 선거법 개정과 막강한 권력기관의 출현으로 가혹한 타격이 뻔하다고 믿는데 물러설 리가 있겠는가. 여권이 국회로 돌아오라고 아무리 외치고 압박해도 좀처럼 풀리지 않을 매듭이다.

고르디우스 매듭을 잘라버릴 위치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단단히 꼬인 정국은 원내대표들의 호프 회담이나 국회의장의 주선으로는 치유될 수준을 훨씬 넘은 중태이다. 패스트트랙의 족쇄가 열려야 정치의 교착도 풀리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은 조국 민정수석이 주도한 공수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입법하기 위해 군소 야권에게 유리한 선거법안과 거래해서 추진했으므로 결자해지, 청와대만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문 대통령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송현정 기자가 조국 수석의 거취를 묻자 관련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더라도 그 뒷처리를 위해 조 수석은 청와대에 더 남아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국 수석만이 제도개혁을 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묻어난 것이며, 청와대가 패스트트랙의 원천임을 드러낸 것이다.

패스트트랙은 피멍이 들었다. 한국당은 전국을 도는 장외투쟁 중이므로 선뜻 찬성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당이 요구하는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과와 철회는 여권의 정치 성향이나 기세로 봐서 물러설 조짐이 없다. 패스트트랙은 진퇴양난의 골짜기에 갇혀버린 것이다. 만일 여권이 지정된 법안의 처리를 강행한다면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에서 또다시 격렬한 저항에 부딛힐 것이다. 더구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새 원내대표들도 지정된 법안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4당 카르텔도 흔들리고 있다.

수사권 조정안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청와대에 맞서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서 검찰의 집단 저항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정청은 검찰총장을 비난하며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국가수사본부 설치를 제시했지만, 수사의 독립성 보장과는 거리가 먼 방안이어서 검찰은 시쿤둥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압박과 덧칠로 풀릴 사안이 아닌데도 조국 민정 수석은 당정청 회의 등에서 여권의 진격을 독려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총책임자이다. 당연히 국내정치의 곤경을 타개해야 할 책무가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부와 여당은 추경예산안과 경제관련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면서 한국당의 국회 등원을 수 없이(대통령은 6차례나 추경안 처리를 공식 촉구) 요구했다. 그렇게 국정이 시급하다면 여권이 한국당을 장외로 나가게 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또 국회로 돌아오게 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공세라고 비난을 쏟아내지만 문제의 해결은 정권을 쥔 여권에 책임이 더 있다고 인식해야 한다. 야당의 의도대로 국정이 운영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야당이 대변하는 상당한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타협하는 자세는 보여야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대하는 국민도 포용하겠다는 선언적 약속도 했다. 그럼에도 문 정권은 지나칠 정도로 진영의 논리에 충실한 정치를 추구했다. 오죽하면 문 정권은 아직도 캠핑 중이라는 인상을 받겠는가. 문 대통령은 크게 이슈가 돼 있는 주요 정책의 결정과 시행에서 야권의 의사를 진정성 있게 반영한 일이 거의 없다.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론, 기본요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인사 청문회 추천, 대북 정책과 정상회담 등에서 야권과 전문가들의 따가운 비판을 무시하고 밀고 나갔다. 의회와 정당의 의사보다는 여론조사의 높은 지지도를 믿고 중시한 결과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선출해서 국정운영을 맏겼더라도 국회와 상당 부분 권한을 공유하라는 원리가 한국의 헌법정신이다.

대통령은 주위에 운동권과 시민단체 등 강경한 입장의 지지세력에 둘러싸여 그런 분위기를 거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3년 차에 접어들어서는  새로운 국면에 맞닥뜨려졌다는 현실 파악이 필요하다. 여론도 전과 같지 않고, 패스트 트랙의 먹구름은 심상치 않다. 한 점의 구름이 폭우로 변하는 일은 흔하다.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꽉 막힌 정치의 혈전을 제거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국적으로 국정운영과 의회정치의 회복을 위해서 여당과 야당의 출구전략을 마련해줘야 정국은 풀릴 것이다. 여권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면서 협상은 정당 차원으로 돌리는 태도도 온당치 않다.

우선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의 회담이 해빙의 첫 관문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가 조건없이 만나는 일이 지도자들의 자세로 여겨진다. 5자 당대표회담이나 여야협의체 등의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먼저 정국 교착의 당사자격인 양자의 회동을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에는 그토록 적극적인 대통령이 국내 정치의 최대 파트너인 야당 대표를 멀리할 이유가 없다. 국사에 걸림돌을 걷워내는데 지나치게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치공학적인 계산은 해독이 된다. 정치적 이득만을 따지면 스스로 품격을 잃고, 국민과 역사는 그런 편협적인 행태를 평가할 것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전면적으로 재 검토돼야 한다. 이미 상처투성이가 돼있고, 앞으로도 어떤 파문을 일으킬 지 모르는 계륵을 껴안고 있으면 나라에 큰 비용만 안길 것이다. 과감하게 철회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결단이 국가와 여야에게 모두 유익할 것이다. 여권의 개혁의지를 살리면서 야권의 우려를 반영하는 협상도 방법이겠지만, 그런 타협은 현재의 정계 구도와 선거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멀고 험난하지 않겠는가.

개혁도 중요하지만 경제 현안 등 국정은 더욱 엄중하다. 이제 청와대는 시간에 덜 쫒기는 개혁과 화급을 다투는 국정 중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하는 시간을 맞았다.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대통령의 용단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지도자의 카리스마는 자기희생이 빛날 때 치솟는다. 자신과 주변의 소수, 진영의 득실에만 매몰되면 민심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또 필요하면 물러설 줄 아는 유연함도 지혜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심취했던 검찰개혁이 실패한 이유도 반면교사로 음미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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