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불편한 진실 캐기 '스펙, 중시? 무시?'
[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불편한 진실 캐기 '스펙, 중시? 무시?'
  •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 승인 2019.05.16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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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끈기는 학교 현장에서 만들어지더라 -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블라인드 채용’으로 탈(脫)스펙을 부르짖고 있다. 몇 일전 어느 신문에서도 스펙 중심의 채용관행이 근절되지 않아서 지방대생의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수시로 언급되는 일들이기도 하다.

실제로 민간 기업의 현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스펙을 더 중시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 이유를 한 번 보려고 한다. 탈스펙을 외치는 사람에게 양면성이 있는 글이 될 것이다. 잘 읽어 보고 힘과 용기를 얻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기업이 스펙에 관심 갖게 되는 것은 '시간과 비용과의 싸움' 때문이다. 좀더 정확하게, 좀더 빠르게, 좀더 시간을 줄여서 의사결정을 하고 인재를 선발하고 싶은 것은 기업의 속성상 기본인 것이다. 시간과 노력이 돈(비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의 현장에 가면 1원, 2원의 작은 원가 차이로 승패가 갈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는 가장 좋은 채용, 선발의 의사결정 방법은 지원자의 이력서만 보고 ‘합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지원자에게도 최고의 방법일 수도 있다.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고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 중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도전’, ‘끈기’다.

'도전'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회사와 본인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자질이다. '끈기'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신뢰와 전문성을 쌓는 최소한의 태도다.

소위 좋은 학교, 좋은 스펙을 보고 채용을 확정했더니 큰 낭패를 당했다. 스펙을 기록한 입사지원서나 이력서를 보면서 ‘착시현상’이 생겼다. 스펙 좋으면 도전도 잘 하고, 끈기도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갈수록 그 괴리가 더 심해지는 것도 느껴진다.

기업은 30여년 전부터 무자료 면접을 시도해 보았다. 적어도 필자가 그렇게 했었고, 당시 교류하던 많은 인사부 부장, 차장, 과장들이 모여 서로 방법을 연구하며 적용해 보았다. 그 이후에도 자주 무자료 면접에 도전을 해 보았다. 그런데 그 결과는 늘 비슷했다. 좋은 학교 출신이 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토익 영어 점수가 높은 사람이 실제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일 하겠다고 해서 합격시킨 사람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중도에 관두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면접관에게 백지를 주고, 스펙을 짐작하게 하는 질문은 못하게 하는 블라인드 면접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취준생의 학창시절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도전’을 유도하고 압박면접을 하며 미래의 ‘끈기’를 짐작해 보았다. 공교롭게도 블라인드평가 결과도 대체적으로 스펙과 일치하였다.

이 때문에 다시 마음과 눈길을 스펙에 두고 중시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나마 좋았다는 사람(스펙이 좋은 사람)도 또다시 마음에 안 드는 현상에 낭패감을 접하게 되었다. 좋은 스펙으로 도전하지 않고, 끈기도 부족했다.

이유가 무엇일까를 찾던 끝에 고등학교, 대학교의 수업시간, 강의장에서 그 원인을 발견했다. 여러 대학교(필자의 경우 매년 적어도 50여개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익히 보는 광경이 하나 있다. 질문을 하며 '답해 볼 사람'하고 손을 들라고 하면 누구도 손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펙에 상관없이 뭘 시켜보면 차이를 전혀 못 느낄 정도로 소극적이고 참을성이 없음도 본다. 그렇게 대학생활이 취업 점수에 도움이 안되고 변별력이 전혀 없다면 인사부 입장에서는 누굴 뽑아야 할까?

그나마 참고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INDEX)가 대학이다. 적어도 고등학교 때 공부(라도) 잘 하려고 노력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제도권의 학교교육(특히 고등학교, 대학교)이 결과적으로 ‘도전’을 죽이고 ‘끈기’를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운 것을 평가해서 진학(進學)시키고 학점을 주었기 때문이다.

뱅뱅 도는 순환 논리 같은 말이 된다. 실제 이 두 극단의 상황에서 오가는 최고의 고민이 인사부 담당자 머리에서 맴맴 도는 것이다.

대학과 정부 당국자들이 ‘탈(脫) 스펙’을 말하려면 대학에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그렇게 못하겠다고 한다. 강의장에 들어가는 학생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대형강의화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질문하고, 답하고, 생각하고, 팀플레이하는 기회가 갈수록 줄어든다. 원하는 인재상과 철저하게 반대로 가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래서, 적어도 한국 교육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기대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되어 가고 있다.

결론은, 스펙은 중시하고 무시하는 것의 문제가 아닌 전혀 다른 펙트(Fact)인 ‘도전과 끈기’에서 찾아라.

취업하고 싶으냐? 무조건 손들어라.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하라. 틀리는 것에 주눅들지 말아라.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단계가 될 정도로 습관화 시켜라. 면접에서 그냥 좋은 점수 받을 것이다. 스스로 스펙의 굴레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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