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성 리더 늘린다고 여성 친화 기업되나
[기자수첩] 여성 리더 늘린다고 여성 친화 기업되나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5.14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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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 양립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부터 신경써야

남성 중심적인 기업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국가차원에서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도모하겠다고 천명했다.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여성 인재 육성 제도는 ‘여성 임원 비율 증가’다. 여성 고위관리직 수를 확대해 남성 중심으로 흘러가던 기업 내 분위기를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일반 여성 임직원이 일과 가정을 양립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성 임직원의 경력 단절 등의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롯데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선도해 여성 인재 육성 제도를 마련해 양성평등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롯데는 여성가족부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국내 1호 양성평등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롯데는 여성 지도자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여성 간부(과장급)를 대상으로 강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해 여성 지도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오는 2022년까지 여성 임원 수를 60명으로, 여성 간부 비율을 30%로 늘려 양성평등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 지도자의 수를 늘리는 것으로 양성평등을 논하기에는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롯데그룹은 남녀 육아휴직 제도 사용에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으로부터 본보기로 시행되는 여성 친화적인 제도는 그저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다. 

공공기관,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기업에서는 여전히 여성에게 가사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남녀가 가사일을 양립할 수 있도록 도입된 남성육아휴직제도는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따로있는 제도로 전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여성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2017년 기준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93.1%가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한 반면, 직원 수 10∼29인 사업장의 육아휴직제도 도입률은 46%였고 10인 미만 사업장은 34%에 그쳤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 수록 남성이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여성이 가정의 책임을 다해야한다는 성 역할 고정관념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소수의 기업이 여성 인재 육성 제도를 시행한다고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쇄신될 것이라 바라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29개 회원국 중 ‘유리천장 지수’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30대 기업의 총 임원 3457명 중 여성은 153명(4.4%)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2022년까지 고위공직자 10%, 공기업 임원의 20%, 정부위원회 위원의 40%를 여성 임원으로 채우겠다는 현 정부의 약속은 뜬구름 잡는 소리에 가깝다.

사회 전반에 자리한 유리천장은 보여주기식 제도로 해결될 수 없다. 간간이 뉴스에 나오는 기업의 여성임원 임명 소식은 일반 여성들에게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여성 임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를 손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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