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극복하라고 강요하는 사회…정상과 비정상 나누는 기준은 없어요”
“장애 극복하라고 강요하는 사회…정상과 비정상 나누는 기준은 없어요”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5.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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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사라지는 날까지 목소리 낼 것”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본인 제공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본인 제공

“사회적으로 ‘여성, 장애인, 아동, 성 소수자는 약한 존재다’라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약하기 때문에 범행의 표적이 되고 차별의 대상이 된다고 여기죠. 개인의 서사가 아닌 잘못된 사회구조가 문제인데 피해자가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요. 그래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거죠”

배복주 대표는 인권운동단체 장애여성공감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이하 전성협)를 이끄는 여성리더다. 배 대표는 비장애 여성, 장애여성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소수자들을 위한 인권신장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장애 당사자로서 느꼈던 ‘사회적 고립’

그가 장애여성 인권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장애 당사자로서 겪었던 뼈아픈 경험에서 비롯됐다. 일반 중학교에 다녔던 배 대표는 5층에 있는 교실에 가기 위해 매일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계단을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불편하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 비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장애가 있어서 불편하다는 말을 하면 패배자가 되는 줄 알았다”며 “당시에는 비장애인과 어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장애인을 대하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다. 배 대표는 “중학교 때 반장이 되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서 “성적이 올라서 반장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느 날 선생님이 불러서 교무실에 갔는데 반장은 남학생만 할 수 있으니까 여학생은 부반장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며 “하지만 장애가 있어서 부반장도 할 수 없다며 나를 위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마음속에 쌓인 설움과 수없이 느꼈던 사회의 냉대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인권운동으로 표출됐다. 배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장애를 가진 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대학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내가 부당함을 겪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활동

배 대표가 이끄는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여성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데 목표를 둔 인권단체다.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여성을 배제하는 사회 제도, 잘못된 기준이 가진 문제를 공감하고 지적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단체는 장애를 안고 사는 여성이 사회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단체는 장애여성학교를 통해 교육 사각지대에 놓였던 장애여성이 일상을 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를 설립해 장애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대응에 힘쓰고 있다. 배 대표는 “장애가 있는 여성의 몸으로 사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복합적인 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한국사회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장애 인권을 대변하고 보호할 수 있는 단체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여성공감의 대표를 지내는 동시에 전성협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배 대표는 “장애인 차별 근절에 힘을 다하는 동시에 전성협에서 활동하면서 비장애 여성, 성 소수자의 피해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각기 다른 사례로 나타나지만,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립의 경험들을 ‘어떻게 사회에 알릴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며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차별의 사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 얘기로 받아들이고 공감할 때, ‘그늘 없는 사회’ 만들 수 있어

배 대표는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없애기 위해선 모든 구성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민감성을 의미한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권력형 성범죄,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은 조직문화를 개편하지 않는 이상 변하지 않는다”며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경험을 이해한다면 조직 분위기가 쇄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난해 시작된 미투운동도 피해자만의 목소리가 아닌 일반 사람들의 공감, 동참이 더해져 확산될 수 있었다”며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인식하고 목소리를 보태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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