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기사 한해원 "인생은 한 번뿐이지만, 바둑은 여러 번 둘 수 있잖아요"
프로바둑기사 한해원 "인생은 한 번뿐이지만, 바둑은 여러 번 둘 수 있잖아요"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9.05.06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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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 바둑에서 가장 중요"
한해원 프로바둑기사/본인제공
한해원 프로바둑기사/본인제공

'미생(未生)', 흔히 드라마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둑깨나 두는 이들은 바둑용어에서 비롯된 단어라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완전히 죽은 돌을 뜻하는 사석(死石)과는 달리 미생은 완생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의미한다. 드라마 '미생'도 바둑이 가진 특성을 직장인의 삶에 적절히 녹여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하는 그도 아이를 낳고 산전수전을 겪으며 그 뜻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이세돌 9단과 함께 '커제 vs 알파고'의 3국 해설로 화제를 모은 한해원 프로바둑기사는 바둑TV에서 맛깔나는 해설과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으로 바둑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여의도 카페에서 그를 만나 좀 더 자세한 '한해원의 바둑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바둑기사가 되기까지 '4전 5기'
 
한해원 바둑기사는 11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바둑을 시작했다. 하지만 바둑에 대한 흥미와 남다른 이해력으로 빠른 속도로 바둑 실력을 늘려갔다. 보통 프로기사를 목표로 두는 아이들의 경우, 늦어도 7살에는 바둑에 입문한다. 세계적인 선수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도 5살에 처음 바둑을 배웠다고 알려졌다.
 
한 기사는 "친정아버지가 워낙 바둑을 좋아하셨어요. 처음에는 명절에 집에 오면 아버지와 함께 바둑을 둘 수 있을 정도의 실력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바둑을 배울수록 너무 재밌는 거예요. 동생과 둘이서 시작했는데, 동생은 저한테 자꾸 지는 게 화가 나서 바둑을 일찍 그만뒀어요. 저는 그때를 계기로 아직 바둑을 하고 있고요"라며 설명했다.
 
그의 바둑 실력은 어릴 때부터 재능을 보였다. 한해원 바둑기사가 13살이 되던 해 고등학생 언니와 함께 수원 대표선수로 '여자 전국 아마추어 대회'를 나가게 됐다. 고작 바둑을 배운 지 2년이 됐을 때였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기억나는 대국으로 프로기사가 되기 위한 입단 대회를 꼽았다. 프로바둑기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입단 대회에서 우승을 거쳐야 하는데, 한해원 바둑기사는 최종 본선에만 5번을 올랐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4번의 고배를 마신 뒤, 1998년 프로기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한해원 바둑기사는 승부를 내기 위해서는 화려한 기술과 판을 보는 섬세한 감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운도 따라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그는 "그때 제가 약간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끝내기(가다듬어 완전히 집으로 만드는 과정)를 잘해서 역전으로 이기게 됐어요. 제가 최종 본선만 5번째였는데, '4전 5기' 만에 된 거죠. 바둑은 담도 커야 하고 운도 많이 따라줘야 해요. 아무래도 긴장을 하면 실수도 많이 하게 되니까요"라며 대답했다.
 
한해원은 지난 1998년 4월 프로 바둑계에 입문했다. 그 후, 2001년 바둑기사 2단으로, 2008년 3단으로 승단했다. 바둑기사들이 승단을 위해서는 대회를 거쳐야 하는데, 국내 대회 우승 시 2단이 승단되고 준우승은 1단이 승단된다. 하지만 세계대회나 국내 메이저대회 우승의 경우, 3단을 한 번에 승단할 수 있다. 이는 '이세돌 승단법'으로도 유명하다. 이세돌 9단은 2000년 제5기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우승을, 2002년 제15회 후지쓰배 세계바둑선수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9단으로 단번에 오른 바 있다.
 
한 기사는 이세돌 9단과의 에피소드도 풀었다. 그는 "프로기사가 됐는데 주변에 천재적인 선수들이 너무 많았어요. 대표적으로 이세돌 9단이 있죠. 함께 식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세돌 9단이 바둑 이야기를 꺼냈어요.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모든 대국을 볼 수 없었는데, 마침 그 대국이 제가 보지 못한 대국이었죠. 이세돌 9단이 '그 부분은 이렇게 놨어야 했다'며 계속 의견을 내놨어요. 저는 '언제 그 많은 대국을 다 챙겨 봤을까. 생각이 들면서 천재적인 기사들이 노력도 많이 하는구나' 그때 느꼈어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바둑 잘 두는 법? '복기'가 가장 중요
 
한해원 바둑기사에게 '바둑을 잘 두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질문했다. 그는 바로 '복기'를 꼽았다. 바둑에서 복기란,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보는 것'을 말한다. 한해원 바둑기사는 바둑을 화려하게 잘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둑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어요. 하지만 실수를 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수가 10점 만점이라고 하면 10점짜리 수를 계속 잘 두는 건 어려워요. 평균 8점, 9점만 두더라도 잘못 둔 수가 5점 이하로 내려가지만 않으면 성공한 바둑이에요. 그런 인생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죠. 10대, 20대 때는 바둑에 인생이 있다는 말이 막연하게만 느껴졌어요. 요즘 아이들을 낳고 살다 보니 그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되더라고요"라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인생은 한 번뿐이지만, 바둑은 여러 번 둘 수 있잖아요. 한판의 바둑을 최선을 다하되 복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되돌아보는 것. 상급자가 되면 복기를 할 수 있거든요. 1급만 되도 복기를 할 수 있는데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게 바둑을 잘 두는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기왕이면 바둑도 많이 두고, 복기도 많이 하는 게 좋겠죠"라며 덧붙였다.
 
충격적이었던 ‘알파고 vs 이세돌’ 대국
 
2016년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알파고의 승리는 AI의 가파른 성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한해원 바둑기사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프로기사들한테 소위 잘 둔다고 하는 프로그램도 2, 3점을 '깔고' 시작해야 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AI의 비약적인 발전은 바둑계에서도 새로운 '묘수'를 찾아내야 할 과제로 던져졌다.
  
그는 "저는 처음에 알파고에게 패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판을 뒀는데 너무 충격적인 거예요. 생각보다 너무 잘 둬서 깜짝 놀랐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프로기사들한테 잘 둔다고 하는 프로그램도 2, 3점을 깔아야 하는 수준이었거든요. 심지어는 5점을 깔기도 했어요. 바둑의 경우, 장기나 체스보다 정답이 없어서 컴퓨터가 사람을 넘어서는 게 훨씬 더 오래 걸릴 줄 알았어요. 언젠간 넘어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 순간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온 거죠. 그래서 4번째 대국 때 이세돌 9단이 이겨서 아주 기뻤어요"라고 대답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3판 패하고 4번째 판을 앞둔 하루 전날, 한해원 바둑기사는 친한 프로기사들 함께 이세돌 9단 숙소에서 만남을 가졌다. 심리적으로 위축 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이세돌 9단에게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4번째 판 이기기 전날, 친한 프로기사들과 이세돌 9단의 숙소에서 모였었어요. 신문기사에는 '우리가 연구회를 통해 해법을 찾았다'이렇게 나왔는데 저희가 도움된 건 별로 없었어요. 연구를 같이하긴 했지만 사실 수다도 많이 떨었어요. 이세돌 9단이 3판을 져서 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저희가 그런 마음을 편하게 풀어주고 부담감은 덜어주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그 자리에 뛰어난 프로기사들도 많았지만 그중 이세돌 9단이 제일 뛰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수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하긴 힘들죠. 하지만 기사들은 연구회를 통해 느끼는 거에 따라서 발전을 많이 해요"라며 설명했다.
 
"재테크 내공을 쌓고 칼럼계로 돌아갈게요"
 
한해원 바둑기사의 탁월한 '수 읽기'는 자연스럽게 재테크로도 뻗어 나갔다. 방송과 신문을 넘나들며 경제전문가로도 활동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였던 그는 일찍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 실험 정신이 강했던 그는 스터디와 실전투자를 통해 깊이 있는 연구를 이어갔다.
 
한 기사는 "2012년부터 2년 반 정도 여성 월간지에서 경제칼럼을 썼어요. 나이 대비 경험도 있고 수익률이 높아서 칼럼을 쓰기 시작했죠. 하지만 제가 세상의 모든 재테크를 아는 것도 아닐뿐더러 새로 경험해보고 싶은 재테크들도 있고, 또 결과를 가지고 제 노하우를 녹여내 보고도 싶었죠. 그래서 내공을 더 쌓고 칼럼계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어요. 지금은 대부분 매도했지만, 그 이후로는 좀 더 다양한 분야로 실전투자를 더 많이 했어요"라며 설명했다.
 
이어 "저는 실험 정신이 강해서 어떤 종목이, 어떤 시점에서 오를까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칼럼 썼을 때는 주식 위주로 썼었는데 막판에는 부동산 쪽도 썼어요. 하지만 제가 여전히 열정을 쏟는 비율은 반반이에요. 수익률은 덤이고 연구하는 차원이 크죠. 신경 쓸 게 많은 주부나 직장인들은 장기투자가 맞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중간중간 심리가 무너져서 수익률이 안 좋아질 수도 있고, 또 삶의 질도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추천해요"라며 조언했다.    
 
개그맨 김학도와의 결혼 생활은?
 
한해원은 2008년 개그맨 김학도와 결혼에 골인하며 현재 초등학생인 3명의 아이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결혼 전 남편의 꾸준한 정성과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처음에 노력이 대단했어요. 그 당시 외대 쪽에 동생이랑 둘이 살고 있었어요. 저희 집까지 오는데 차가 막히면 두 시간까지도 걸리더라고요. 간식을 사들고 스케줄이 많은 날에도 다녀가고, 밤에라도 와서 꼭 출근도장을 찍었죠. 피곤할 텐데 매일 보러 와주는 정성이 저는 좋았어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저는 남편에게 싫다는 말을 10번은 한 거 같은데 남편은 저를 20번 찍은 거 같아요. 남편에게 물어보니 제가 나이보다 생각이 깊어서 현모양처 감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는 저 자신에게 매우 엄격해요.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생활했죠. 반면, 남편은 자유로운 영혼이에요. 지켜야 할 법과 도덕적 범위 안에서 굉장히 자유로워요. 남편이 저의 시각과 행동의 틀을 넓혀주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그 부분에 매력을 느꼈어요"라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1살인 첫째도 엄마의 승부사 기질을 닮아 바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미 초등학교에서는 실력을 겨룰 상대가 없을 정도고, 바둑을 배운지 한 달 만에 아빠를 이기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한 기사는 "11살인 첫째는 이미 바둑을 배웠고, 셋째가 8살이 돼서 이제 셋을 함께 바둑을 가르치려고 하고 있어요. 첫째는 바둑을 배운지 한 달 만에 아빠를 이겨보겠다고 의욕을 보여요. 아직 아빠를 이기진 못했지만,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어요.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자기를 이길 사람이 없다고 지금은 조금 쉬고 있는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쉽죠. 바둑을 제대로 배우려면 최소 일주일에 세 번은 배워야 해요. 기술적인 부분 외에 또 다른 바둑의 장점들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배워야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여성기우회 많이 이용하세요"
 
한해원 바둑기사는 자신에게 바둑은 '인생 백과사전'이라고 말한다. 인생은 살면서 예측할 수 없는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바둑 또한 정적이지만 바둑판 위에서는 어떤 스포츠보다 역동적이며 변수가 난무한다. 그는 인생의 해답이 필요할 때, 바둑을 통해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며 귀띔했다.
 
그는 "바둑 자체가 순발력을 키워주는 종목인 것 같아요. 특히, 바둑은 수리력과 논리력, IQ, EQ, 좌뇌와 우뇌의 발달 등 다양한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바둑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왜 졌을까’를 생각해 보면서, 다시 일어서는 힘을 키워주는 점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와 엄마가 함께 바둑을 배우는 것을 추천했다. 그는 "저는 여성분들의 경우, 아이를 가르치면서 함께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에게도 경쟁자가 생겨서 좋고, 여성분들께도 취미가 생겨서 좋죠. 여성기우회도 굉장히 발달해 있어요. 바둑 활동도 활발히 하고, 관련 대회도 전국에서 개최하죠. 가족 여행 다니면서 대회에 참가하시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바둑계에서는 여성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고 있어요"라며 바둑 두기를 권했다.  
 
'농업인'으로서의 새로운 도전
 
한해원은 바둑과 방송, 제태크의 영역을 넘어 현재 농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현재 클로렐라 농법을 장려하는 '게으른농사꾼' 이사로 재임 중이며, 관련 농업 자격증 공부를 장기목표로 두고 있다.
 
한해원 프로기사는 "농업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당연히 아이들 때문이에요. 건강한 먹거리를 찾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죠. 클로렐라 농법이라고 농촌진흥청에서 장려하는 농법이에요. 농민분들에게도 좋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거라 관심을 두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목표로 "농산물 관련 책과 동영상을 많이 보다 보니까, 관련 자격증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자격증을 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농산물관리사라는 시험을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있어요"라며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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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요정 2019-05-08 16:10:32
한해원씨 요즘 아침마당에도 나오시던데 도전하시는거 멋있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