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회 칼럼] 가정의 달 유감
[김영회 칼럼] 가정의 달 유감
  • 김영회(언론인)
  • 승인 2019.05.02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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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의 여왕’ 5월.

가정은 평안하십니까?

꽃은 피고 새들 지저귀는

행복해야 할 ‘가정의 달’에

우리의 자화상을 생각합니다. ―

서울 도심 위로 파란하늘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도심 위로 파란하늘이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5월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명성답게 5월은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가장 좋은 달입니다. 춘삼월 지나 여름이 오기 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에 온갖 꽃들 다투어 피고 산천에 녹음방초 우거지니 미상불(未嘗不) 호시절이 분명합니다.

추위를 피해 강남으로 갔던 제비들이 다시 돌아와 지저귀는 한낮 그야말로 쌕이라도 둘러메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 바로 이때이니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한들 굳이 토를 달 일은 아닐 성 싶습니다. 하기야 그 옛날 하늘만 쳐다보고 땅을 갈던 농경시절, 양식이 떨어져 ‘보릿고개’가 시작되던 때가 이때이긴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5월에 기념일이 많이 몰려 있습니다. 1일이 근로자의 날이요, 5일이 어린이 날, 8일이 어버이 날, 12일(음4월8일)이 석가탄신일, 15일이 스승의 날, 18일이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19일이 발명의 날, 21일이 부부의 날, 셋째 주 월요일인 20일이 성년의 날,  31일이 금연의 날입니다. 기념일이 많은 것은 개인이나 사회가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잊지 말아야 할 날이 많기 때문일 것 입니다. 덧붙이자면 하루라도 그냥 넘기지 말고 특별히 기념하자는 뜻일 터입니다.

가정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공동생활체, 즉 부모, 부부, 형제, 자매, 자식 등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가정은 가족구성원이 한 공간에서 몸을 부딪치며 기쁜 일은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 또한 함께 슬퍼하는 온 가족 모두의 영혼이 깃든 보금자리요, 안식처입니다. 사랑의 공동체, 운명공동체라는 특수한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 네 가정입니다.

가정은 사회의 최소 단위이자 기본단위입니다. 그러기에 정부가 ‘가정의 달’을 정하고 함께 기념하는 것은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더욱 화목하고 우애로운 가정을 이루고자하는데 그 본뜻이 있을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족들은 제각기 직장으로, 학교로, 뿔뿔이 집을 나갑니다. 그리고 저녁이면 다시 나갔던 길을 거꾸로 되돌아옵니다. 가정에는 아내와 남편, 그리고 혈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정은 지친 심신을 어루만져 주고 쉬게 해줌으로써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주는 신비로운 그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사랑이라는 ‘묘약’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가정은 말처럼 그렇게 안락하고 행복하지만은 아닌 게 현실입니다. 가정이 행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합니다. 우선 가족이 모두 건강해야하고 불편이 없을 만큼 경제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사회가 평온해야 하고 나라가 불안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라가 평화롭고 사회가 시끄럽지 않아야 가정이 평안한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사회의 가정은 얼마나 안녕한가, 몇 가지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2017년 한해 국내에서 결혼한 숫자가 26만4500쌍이었고 이혼한 부부는 10만8700쌍이었습니다. 수치로 보아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 것입니다.

2016년 한해 국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3092명이었습니다. 전국에서 날마다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경우 모두 소위 선진국 그룹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국 중 1위의 기록입니다. 이혼율이 가장 높은 나라,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면 다른 통계를 굳이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해코지하는 천인공노할  존비속(尊卑屬) 살해가 계속 증가해 전체 살인 건수의 5%나 된다는 사실은 오늘 날 우리의 가정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지금 국내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8년 현재 738만1000명으로 전체인구 5183만3175명(행정안전부 통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2%입니다. 어느 사이 ‘노인공화국’이 되었습니다. 한데, 문제는 그 노인들의 절반이 빈곤층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의지할 데 없는 독거노인이구요.

그것뿐이겠습니까. 생활고를 못 견딘 일가족 집단자살, 어린 자식을 학대하고 살해해 암매장하는가 하면 늙은 부모를 시해(弑害)하는 일조차 비일비재하니 솔직히 ‘가정의 달’을 거론하는 것조차 쑥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의 달’은 무슨 가정의 달?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거리를 헤매고 결혼을 못하는 미혼자에, 아예 결혼을 포기한 비혼자(非婚者)들마저 점점 늘어나고 1인 가족 500만 시대, 이래저래 ‘가정의 달’이 계면쩍기만 합니다.

국민소둑 100달러 미만이던 1950년대,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에도 사회가 이렇게 어지럽지는 않았습니다. 식량 자급이 안 돼 날마다 ‘밥걱정’은 했지만, 나라가 이처럼 어수선하지는 않았습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목숨을 부지했어도 한번 결혼하면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해로하는 것이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부의 미덕이 돼 이혼이란 있을 수 없는 금기(禁忌)였고 일 년 열두 달 어디서 누구 한 사람 자살했다는 소문 듣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죽을 때가 가까운 노인들이 제 목숨을 제 손으로 끊는다, 그것도 세계1위라니. 그런데 경제가 발전해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면서 어찌 나라는 이 지경이 되었는지 좀체 알 수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합니다. 정치지도자들은 정쟁을 그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 핵 보다, 경제보다 더 무서운 것이 국민의 갈등이요, 분열입니다.

‘국민행복’을 되 뇌이던 대통령은 감옥에 가 있고, 또 한사람 대통령 역시 다를 게 없고, 국회에서는 쇠망치가 등장하고, 주말거리에는 ‘독재 타도’를 외치는 야당의 고함 소리가 쩌렁쩌렁 메아리가 되어 울리는 판국에 가정의 달이라니 참으로 염치도 좋습니다.

가정의 달에 행복하지는 못하더라도 불행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제가 좀 어렵더라도 사회는 안정될 수 있습니다. 당파싸움으로 날이 새고 저물었어도 조선시대에는 선비정신이라는 시대정신이 있었습니다. 가난해도 부끄럽지 않았고, 지도층에는 청빈한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조선이 500년 넘게 지탱해 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일대 각성이 필요합니다. 제발 정치인들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눈을 크게 뜨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십시오. 미세 먼지가 있다고는 하나 높은 하늘은 보일 것입니다. 그러면 느낌이 올 것입니다. 그러고도 모르겠거든 당장 옷을 벗고 집으로 가십시오.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가정의 달에 권하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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