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 시민’이라 자칭하던 어린 시절…다문화 편견 없애겠다고 결심 했죠”
“‘2등 시민’이라 자칭하던 어린 시절…다문화 편견 없애겠다고 결심 했죠”
  • 윤아름 기자
  • 승인 2019.05.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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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 3세’ 양리리 서대문구의회 의원 “다문화가정·여성 장애인 인권 개선할 것”
지난 달 30일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지난 달 30일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아름 기자

2019년, 국내에 화교가 뿌리 내린 지 138년이 되는 해다. 어느새 화교인구는 60만명을 넘어섰다. 화교 가운데 최초로 정치인이 된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비례대표 의원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을 없애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 서대문구 의원실에서 만난 양리리 서대문구의회 의원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은 아직 심각한 수준”이라며 “약자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창구가 되겠다”고 밝혔다.

화교 3세인 양리리 의원은 스스로를 “2등 시민이었다”고 칭하며 몸소 겪은 차별을 토로했다. 양 의원은 “과거엔 화교와 조선족을 ‘짱깨’, ‘철가방’이라 부를 정도로 혐오가 만연했었다”며 “이 때문에 나는 비교적 한국인같은 외모였음에도 불구하고 화교라는 사실을 숨긴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을 비주류로 여기고 있다”면서 “단순히 ‘경제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동남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을 깔보는 시선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차별 속에서 양 의원은 소수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는 “정치권에서 출마 제의를 많이 받았었지만 무엇보다 구의원 출마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비례대표가 특정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이라며 “내 가족부터 주변에 사는 화교 지인들, 동남아 다문화가정 등 우리 사회 변두리에 놓인 약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30일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촬영=서대문구의회
지난 달 30일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촬영=서대문구의회

양 의원은 이를 위해 다문화가정 지원 예산을 증액하고,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그가 올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다문화 가정 전수조사, 초등학교 대상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확대 등이다. 양 의원은 “독거노인이나 싱글부모 가구 등은 집계를 하고 있지만 다문화가정은 공식 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전수 조사를 실시한 뒤 다문화가정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새로운 행정 지원 제도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기 내에 다문화가정 지원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며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지키고, 잠재 역량을 발굴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산을 한 여성 장애인에게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양 의원은 “어머니가 지체 장애를 앓고 계시기 때문에 여성 장애인의 출산·육아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잘 알고 있다”며 "장애 여성들은 혼자 병원에 갈 수도 없고, 자연분만을 하기도 힘들어 출산·양육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장애인 여성의 출산·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늘리고, 구체적인 제도 구축을 협의하고 있다”며 "장애 여성이 아이를 맘 편히 낳고 기를 수 있도록 매 달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30일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촬영=서대문구의회
지난 달 30일 양리리 서울 서대문구의회 의원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촬영=서대문구의회

양 의원의 또 다른 목표는 지역 내 도서관을 활성화 하는 것이다. 구의원에 출마하기 전 '홍익문고'를 지키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는 그는 "도서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양 의원은 "현재 국내 도서관은 단순히 무료로 공부 할 수 있는 곳, 무료로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곳 정도로 인식돼 있다"며 "앞으로는 구민들이 도서관을 사무실처럼 이용하고, 경영 컨설팅도 받을 수 있도록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예로 들며 "영국은 도시 재생 사업을 할 때 가장 먼저 도서관을 활성화 한다"며 "도서관을 통해 문화생태계를 조성하고, 커뮤니티 센터 기능을 만들어 서대문구 지역을 활성화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이를 위해선 도서관에 고급 인력을 배치하고, 공간을 확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내가 할 일은 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구의회 내에서 꾸준히 의견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은 임기 동안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구의원이 되겠다"며 "다문화가정·장애 여성의 차별을 없애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지역 주민들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도서관을 만들고 물러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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