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가계대출·카드 사용 규모 증가…"5월 두려워요" 메이포비아족 등장
'가정의 달' 가계대출·카드 사용 규모 증가…"5월 두려워요" 메이포비아족 등장
  • 윤아름 기자
  • 승인 2019.04.2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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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아이들·직장 상사 선물까지 수십만 원 지출…마음 주고받는 분위기 조성돼야"
최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메이포비아’라는 신조어가 퍼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은 ‘가정의 달’ 선물 비용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선물을 살 비용을 모아두거나, 소액대출을 받는 이들도 많았다. / 우리은행 제공
최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메이포비아’라는 신조어가 퍼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은 ‘가정의 달’ 선물 비용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선물을 살 비용을 모아두거나, 소액대출을 받는 이들도 많았다. / 우리은행 제공

매년 5월은 ‘가정의 달’로 불린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21일에는 부부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메이포비아’라는 신조어가 퍼지고 있다. ‘메이(May·5월)’와 ‘포비아(Phobia·공포증)’의 합성어인 메이포비아란 각종 기념일이 많은 5월이 두려워지는 증상을 뜻하는 단어다.

5월은 다른 달 보다 가계대출, 카드(신용·체크) 승인금액이 확대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발표한 ‘2018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5조 4000억 원으로 4월(5조 2000억 원), 6월(5조 원)보다 크다.

카드 승인금액 확대 폭도 큰 편이다. 여신금융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18.4분기 카드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4월~6월 말) 신용·체크를 포함한 전체 카드 실적은 202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1.7%), 3분기(6.7%), 4분기(8.9%)에 비해 2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 증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신용·체크카드 별로 살펴보면 체크카드 승인금액은 2분기 44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가 늘었고, 증가율로만 봐도 1분기(6.7%), 3분기(9.4%), 4분기(8%) 중 가장 높았다. 신용카드 승인금액 또한 2분기 157조 8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8.3% 늘었고, 증가율도 1분기(0.4%), 3분기(6%), 4분기(9.2%) 중 비교적 높은 편에 속했다.

직장인들이 5월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성인남녀 32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1%가 ‘가정의 날이 부담 된다’고 답변했고, 이들 가운데 44.3%는 가정의 날이 부담되는 이유로 ‘지출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념일 당 예상 지출액으로는 어버이날 평균 25만 9000원, 어린이날 6만 9000원 등이었다. 이 금액을 모두 합치면 5월에 지출해야 하는 추가 비용만 38만 5000원이 넘는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은 ‘가정의 달’ 선물비용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30대 직장인 A모(대기업 근무·기혼)씨는 “어버이날에는 양가 부모님께 용돈과 선물을 드리고, 어린이날에는 아이 장난감, 부부의 날에는 아내, 성년의 날에는 친척 여동생, 스승의 날에는 직장 상사의 선물까지 챙겨야 한다”며 “올해 5월에는 기념일을 챙기는 비용으로만 100만 원 이상을 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은 ‘가정의 달’ 선물비용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선물을 살 비용을 모아두거나, 소액대출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은 ‘가정의 달’ 선물비용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선물을 살 비용을 모아두거나, 소액대출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이 때문에 선물을 살 비용을 모아두거나, 소액대출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부모님과 대학시절 지도 교수님께 선물을 드릴 계획”이라는 20대 직장인 B모(대학병원 근무·미혼)씨는 “지난해부터 ‘5월 선물용 통장’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B씨는 “지난해 5월에는 신용카드로 선물을 사고, 그 카드 값을 갚기 위해 한참 고생했었다”며 “이후 5월에 사용할 선물용 통장을 따로 개설해 남는 돈을 조금씩 저금해뒀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C모(중소기업 근무·미혼)씨는 “어버이날 등 기념일도 많지만 결혼식 등 경조사도 많아 현금을 써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며 “인터넷은행에서 소액대출을 받을 생각”이라고 하소연했다.

40대 직장인 D모(대학교 근무·기혼)씨는 “오히려 나이가 먹을수록 기념일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이 커진다”며 “예전에는 부모님께 몇십만 원 수준의 용돈만 드리면 됐지만 이제는 크루즈 여행이나 금 두꺼비 등 ‘노인정에서 자랑할 만한’ 선물을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물질만능주의가 ‘메이포비아’를 탄생시켰다”고 진단했다.

이명식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득 양극화·최저임금제·일자리 감소 등 총체적인 경기침체 요인이 ‘메이포비아’ 양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입은 적고 줄어들기까지 하는데 가족 행사가 많은 5월이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다른 달보다 현금을 더 많이 빌리거나, 신용카드를 많이 긁는 간접적인 영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웅호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액이 정성을 가늠한다’는 잘못된 사회적 통념이 ‘메이포비아’ 세대를 만들었다”며 “배를 곯으며 자란 기성세대들이 ‘남보다 더 좋은 게 최고’라는 물질만능주의를 가르치게 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웅호 교수는 “모두가 기다려야 할 ‘가족의 달’이 공포의 달이 돼 간다는 사실이 유감”이라며 “돈이 없다고 대출을 받아 선물을 하는 게 아니라 분수에 맞는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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