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3주기...무엇이 변했나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3주기...무엇이 변했나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4.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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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추모공간 마련해 관련자료 영구보존 중
강남역2호선 10번 출구 근처 상가 남녀공용 화장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문인영 기자
강남역2호선 10번 출구 근처 상가 남녀공용 화장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문인영 기자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흘렀다. 3년이 지난 지금, 남녀공용 화장실 분리 및 여성 혐오 범죄 엄격 처벌 등 다양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성 혐오'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오는 5월 16일은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3주기다.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당시 여성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누구 한 명 나서서 말하지 못했지만, 여성들은 남녀공용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원인 모를 공포심과 불안을 느껴야 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3주기
지난 2016년 5월 17일 새벽,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 상가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한 남성의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사망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여성들은 그동안 남녀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안과 공포심을 표출했다. 

당시 가해 남성은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죽였다”고 밝혀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피의자의 살해 동기가 성별에 따른 혐오였다는 점에서 여성이 안고 있던 사회적인 문제와 여권신장을 촉구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피해 추모 운동도 이어졌다.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붙었고 SNS에서는 여성혐오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남녀공용 화장실 문제, 해결되고 있나
이후 남녀공용 화장실에 대한 불안함이 고조되자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대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내놓은 ‘2019년 예산안’에 따르면, 22억 6000만 원을 민간 건물의 남녀공용 화장실 분리 예산으로 편성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서초구는 남녀공용 화장실 분리 작업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가 취재한 결과, 강남역 10번 출구 10개 상가 가운데 세 군데가 개방형 남녀공용 화장실이었다. 

국회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은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 법은 여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대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갖고 피해자의 인권 증진을 위해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여성 혐오 범죄, 미투 운동 관련 법안들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여성혐오 범죄 및 성범죄 관련 발의안 219개 중 10개만 국회를 통과했다. 

이와 관련해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여성인권신장을 위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여성 혐오 문제, 어느 정도인가?
여성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에 분노한 이유는 ‘여성 혐오’에 있다. 피해자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높아진 여성들의 목소리에는 수없이 겪어 온 부당한 대우와 성별로 인한 불안함에 대한 회의가 담겨 있었다. 해당 사건에만 한정된 분노가 아니었다. 늦은 시간 외출하는 일을 주의해야 했던 경험, 짧은 치마를 입으면 범행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 반응하지 못했던 경험 등 여성이기 때문에 느꼈던 불편함을 향한 분노였다.

반면, 남성들은 해당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을 비난했다. 여성이 남성을 잠정적 가해자로 취급한다고 지적하면서 남녀 간 갈등구도가 형성됐다. 

지금까지도 젠더갈등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메갈’, ‘뷔페니즘(페미니즘을 조롱하는 단어) 등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여성들을 향한 멸시하는 태도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계 인사들은 젠더 갈등은 여성이 사회적으로 겪었던 부당한 일들을 이해해야 해결할 수 있고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억압당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 문인영 기자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 문인영 기자

서울시, 추모공간 마련 "강남역 살인사건 잊으면 안 된다"
사건 발생 당시 추모 행진이 이어졌다. 수백 명의 추모객이 강남역과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오가며 연대했다. 또한,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는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을 마련해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사건을 추모 공간에는 시민들이 붙였던 추모 포스트잇과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강희영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공동체팀장은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은 시민들의 자료로 구성돼 있다”며 “시민들이 직접 쓴 포스트잇과 관련 자료들을 디지털 방식으로 영구 보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 발생 3주기 관련해 ‘여성 혐오’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강남역 사건과 비슷한 맥락으로 발생한 여성 혐오 범죄를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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