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게임계 향방 가를 핫이슈③...WHO 게임장애 질병 등재 예고
[특집]게임계 향방 가를 핫이슈③...WHO 게임장애 질병 등재 예고
  • 양혜원 기자
  • 승인 2019.04.1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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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반대' 속, 의학계 '신중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은 필요'
지난해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연합뉴스
지난해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가 오는 5월 열리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방안이 유력해지면서 관련 논의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질병으로 등재하는 것을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개정 전까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ICD에 등재된다면 공식적으로 게임 장애가 질병으로 정의되고, 국가 간의 협약에 따라 관련 정부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게 된다.

만약 오는 5월 WHO가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한다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도 이 기준에 따라 게임 장애에 대해 건강 보험 청구 등 치료비를 지원하게 되며 질병으로 관리하도록 바뀌게 된다.

다만, 아직 질병코드로 등재가 완료된 것은 아니어서 세부적인 게임 장애의 기준에 대해서는 WHO의 논의 이후에 명확하게 세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한기완 연구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는 5월 20일부터 28일까지 WHO가 총회를 여는데 안건으로 올리기로 확정이 됐고, 그 간 수년에 걸쳐 등재에 대한 요청이 있었던 터라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안다. 만약 안건이 통과되면 ICD-11은 2022년 1월부터 발효되어 적용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통계청과 시기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특정 시기라고 나온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연구관은 “복지부는 국제협약에 따라 이를 반영하게 된다. 현재에는 통계청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 이하 KCD)라는 보건의료 현상을 파악하는 통계를 작성하게 되어 있다. 통계청이 KCD를 반영해 진단코드에 대해 의료 수가를 매기게 되며, 이에 따라 병원과 같은 의료계가 (게임 장애에 대해) 진단하거나 처방을 한 후 건강보험공단에 수가 청구를 하게 된다. 통계청이 장기적 단기적 계획에 따라 시기를 세울 예정으로 알고 있다. 세부 사항에 관해서도 아직 확답을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복지부는 일단 WHO의 결정을 지켜본 이후에, 부처 간의 조율을 한 뒤 이에 따라 관련 사항을 적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질병으로 등재되었을 때 무척이나 게임 산업이 크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부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고, 교육부, 여성가족부, 복지부의 경우에는 환영하는 입장으로 예상된다. 사안 마다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고,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입장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19일 한국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온라인, 모바일. 콘솔(휴대용 게임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약 20억 명에 달한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 산업 규모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모바일. 콘솔(휴대용 게임기)을 포함한 게임 산업은 작년 기준 약 14조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에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겨한다는 직장인 30대 남성 김모 씨는 “굳이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할 필요까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 풀려고 한 두시간 할 때도 있고, 하루 종일 연속으로 한 적도 있지만 게임을 질병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반대의 의사를 밝혔다.

반면, 질병으로 등재 하는 것을 반긴다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두었다는 30대 주부 박모 씨는 “아들이 친구들과 게임을 PC방에서 하고 오는데 처음에 단순한 게임인데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아서 그냥 두었더니 점점 중독되는 것 같다. 특히 요즘 게임이 잔인한 장면도 있고 자극적인 영상이 많은 것 같아서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다. 질병으로 등재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말했다.

현재, 의학계나 심리학계 등에서는 게임 장애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린 바 없다. 정신질환 관련 기준으로 자주 언급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에서는 게임 장애와 관련해 ‘인터넷 게임 장애는 정식 장애로 간주하기 이전에 더 많은 의학적 연구와 경험이 요구된다’고 명시 됐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WHO가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단순하게 연관이 있겠다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타당하게 임상적 실험을 거쳐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 또 임상 실험 대상자에 대해서도 실험 과정에서 공정한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뿐만 아니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 연대 등은 “비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채 게임 장애가 질병이 된다는 것에는 반대한다. 관련 개정안이 철회될 필요가 있다”며 공동으로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상태다.

의학계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표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구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에 소속된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과 이해국 교수는 “실제로 과도하게 게임을 해서 중독 수준인 아이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존재하고 지금보다 체계적인 예방을 위해서도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물질사용과 중독성 행위로 인한 중독질환 진단지침’에 따르면 양적으로 몇 시간을 해야 게임 중독이라는 규정은 없다. 다만 3가지 현상이 나타나면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첫째,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조절이 불가능할 정도로 게임을 할 때 둘째, 일상생활에 있어서 게임이 가장 우선시 될 때 셋째,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게임을 끊지 못하고 그만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과도한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예방과 조기개입 치료를 통해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립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팀 조근호 과장은 “게임 그 자체가 정신건강에 해가 되지는 않는다. 이해하기 쉽게 도박을 예로 들자면, 도박은 현재 정신장애로 분류가 된다. 도박 자체가 해롭다기 보다 과도한 도박을 하면 뇌신경과 심리적인 변화가 생기는데 그 이유로 질병으로 정의됐다. 게임의 경우에도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강박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게임 장애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이어 “현재로서는 게임 장애 자체만으로는 (질병) 진단명이 없기 때문에 ‘상세불명의 충동조절장애’ 혹은 ‘기타 정신장애’ 등으로 진단한 후 치료를 시행하거나 ‘ADHD’나 ‘우울장애’등 동반된 다른 증상으로 진단명을 기재한 후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게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조절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왔을 경우에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게임중독협회 이정기 회장은 “게임 장애와 관련해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원래 중독이라는 것은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에서 시작된다. 최근 젊은이들을 비롯해 게임 중독에 걸린 분들을 보면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취업이 안 되거나 원하는 일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 게임으로 도피해 가상현실에서 만족을 느끼려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어 “게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게임을 끊고 싶어도 못 끊게 되는, 자기 제어가 불가피하게 심각한 상황까지 갔을 때에는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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