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낙태죄 폐지를 향한 첫걸음
[기자수첩]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낙태죄 폐지를 향한 첫걸음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4.1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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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야 할 과제 많아···끝이 아닌 시작
김연주 기자
김연주 기자

지난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7년간 있었던 여성들의 끈끈한 연대, 사회적으로 일었던 여성인권신장 바람으로 이뤄낸 결과다. 헌재는 현행 낙태죄(낙태 전면금지)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훼손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더불어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와 관련된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명시했다. 그동안 낙태죄 폐지를 외쳤던 여성들은 헌재의 결정에 환호했다. 그러나 개정 시한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헌재의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위헌으로 결정된 조항은 형법 269조와 270조로 규정된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다. 헌재는 낙태죄 전면 폐지 대신 임신 22주까지 허용 기간을 정했다. 낙태죄 존치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 근거인 ‘태아의 생명권’까지 고려한 것이다.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했던 이들은 헌재의 결정에 생명권 침해를 거론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낙태 시술 거부권을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낙태죄 폐지 찬성과 반대의 견해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론에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선 각 입장이 내세우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현실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과연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탄생한 새 생명이 생명권을 존중받은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현재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신생아 유기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다. 신생아 유기 사건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국가가 낙태를 죄로 규정했을 때 마주 해야 하는 씁쓸한 현실이다.

또한, 낙태죄 관련 법 조항 개정 시기 동안 임신 중단 사유를 한정하는 법안들이 나오는지 지켜봐야 한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나흘 뒤인 지난 15일 정의당은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임산부 판단에 의한 임신 중단은 14주 이내에, 성폭력 범죄로 임신했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양육이 힘든 경우에는 임신 22주 이내에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해당 법안은 여성의 임신 중단에 사유를 규정한다는 이유로 빈축을 샀다. 임신 중단에 사유를 한정하는 것도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모자보건법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흐름에 걸맞은 개정안도 아니었다. 여성을 모성의 보호 주체로 규정하는 것 또한 사회의 억압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이 ‘자기 결정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이해받기까지 6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아직 환호하기는 이르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그 날까지 목소리를 낮출 수 없다. 같은 구호를 외치며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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