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한미정상회담의 성적표와 과제
[송장길 칼럼]한미정상회담의 성적표와 과제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04.15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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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김정숙 여사,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한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김정숙 여사,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한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뒤 빈손으로 돌아왔다. 회담이 끝난 뒤 공동 발표가 아닌 개별 발표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공동목표에 의견을 같이했고, 남북 정상회담이 조기에 열리도록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결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중요한 시기에 열린 정상 간 대좌의 결과에 막연한 외교적 수사만 담겨있었지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없었다.

정부와 여당은 하노이 이래 오랫동안 끊어졌던 대화의 재개로서 북핵 해결의 재점화라고 평가하지만, 지나친 정치적 포장이라는 인상이 짙다. 내용도 없는데 성공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제와서 완전한 비핵화에 의견을 모았다는 것은 지금까지 두 나라 간의 협조가 순탄치 않았다는 뜻이다. 북핵이란 중요한 사안에서 당사국인 동맹국들이 불협화음을 냈음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워싱턴까지 가서 제시한 일도 성과로 볼 수 없다. 추진의사를 전하고, 진전상황을 밀접하게 협의하면 될 일을 정상회담에서 승인 받듯이 제시하고, 만나면 북측이 무슨 수를 갖고 있는지 알려달라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반응을 접한 것이 무슨 성과가 되겟는가.

의전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이 노출됐다. 한국 측에서 먼저 요구했고, 미국이 마지 못해 응한 이번 회담이 푸대접을 당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많이 들린다. 116분 동안 진행된 전체 회의에서 단독 회담은 겨우 2분뿐이었다고 하니, 오랜 준비 끝에 요란하게 떠난 회담이 경시를 당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미국 기자들의 질의에 11분이나 시간을 뺐겨 단독 회담이 짧아진 사실과 그자리에서 PGA 골프 등 북핵과 한미 간의 현안과 관련 없는 화제가 기자들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떠들썩하게 오간 일은 정중한 대우가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의 단계적 타결을 성사시키려는 회심의 굿 이나프 딜(good enough deal)을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빅 딜(big deal)로 응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북한이 경제제재로 상당히 곤궁에 처한 만큼 못 견디겠으면 핵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주면서 강하게 밀어부치는 전략이다. 거기에 제재완화로 북을 달래려는 방책을 내미는 것은 일종의 어깃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안을 능란하게 요리하지만, 결국 북한이 백기를 들고 협상에 나오라고 압박하면서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내년의 대선과 미국내 조야의 여론을 무시하고 함정의 의심이 짙은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문 대통령이 꺼낸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대한 제재의 해제가 분명하게 거절당한 것은  한국의 아마츄어 외교의 현주소로 읽힌다. 정상회담에서 일국의 국가 원수가 제안한 정치적 제시를 그렇게 단칼에 거부하는 일은 드문 일일 것이다. 아니면 어설프게 톱 다운 타결을 기대했다가 낭패를 봤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정부가 북핵문제에서 미국과 유엔의 제재를 풀기를 원하는 북한의 입장 편에 앞장서려는 데에 불편함을 표시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작은 타협(small deal)이 가능하다”고 언급하면서도 “지금은 빅딜을 추진하겠다”고 못밖았다. 현란한 수사를 구사하지만, 완전한 비핵화가 주목표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12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미국이 계산법을 달리한다면 한 차례는 더 북미정상회담을 갖을 용의가 있다면서 시한은 연말까지라고 못밖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 미련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제재로는 안 된다든지, 빅딜도 안 된다고 강변함으로서 강경일변도의 태도는 변치 않았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궁색한 국면을 모면하려는 갈망은 감지된다. 이대로 제재가 계속되면 쌀과 유류의 고갈은 물론, 올해 경제성장률이  -5%라는 극심한 불황이 예상돼 고난의 행군을 외쳐봐도 견디기가 힘들 것이다.

미국은 빅딜에서 물러서기가 어렵고, 북한도 쉽게 많은 변화를 감수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첩첩산중과 같다. 그 와중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가 아닌 주체자가 되라고 압박했다. 한국이 먼저 제재를 풀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가동하라는 요구 같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갖고,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부딪치면 깨질 듯한 강경한 입장이어서 만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형 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핵을 폐기시키는 방법에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크고, 북한은 결사적으로 핵을 이용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노리기 때문에 절충점이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사안의 난삽성을 제대로 인식하고서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 가볍게 여기고 고도의 전략없이 의욕만으로 덤비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것이며, 빈손의 처지로 남을 것이다.

한국의 좌표는 분명하다. 한반도의 전쟁 억지력은 한미동맹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미동맹은 강화시켜야지, 만일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관심을 줄이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그때부터 바람 앞의 촛불이 될 것이다. 중국의 팽창주의와 북한의 도발, 내부의 혼란, 러시아와 일본의 위협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한국의 정체성은 어떤 정치행위보다  우선돼야 한다. 북핵이든, 남북관계이든, 한반도 주변정세 변화이든 자유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함양하는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위축은 곧 국가의 쇠락이며, 국민의 고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기본 국가철학에 충실할 때 국가지도자의 위상이 세워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핵전쟁을 예방한다면서 북한을 지나치게 감싼다든지, 철지난 미족주의에 휘둘려 한미동맹을 약화시킨다든지, 진영의 분위기에 젖어 내정에 사회주의의 요인들이 크게 서식하도록 하면 나라의 장래는 어둡고,국민들은 신음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서 북핵 타결의 실마리를 푼다면 대단한 쾌거일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직접 협상할 일이 별로 없다. 북핵 폐기의 댓가로 줄 제재 해제나 종전 선언, 평화 협정, 국교 개설 등은 미국과 북한 간에 이뤄져야 할 일이다. 겨우 내놓을 수 있는 건 일정한 정도의 당근일 뿐이다. 노력은 가상할 일이며, 어떤 진전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런 진전은 한미 간의 ‘빛 샐 틈 없는’ 공감 아래 이뤄져야 부작용이 없다.

문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올인할 일은 따로 있다. 사회 통합과 경제 살리기이다. 진영논리에서 탈피해 진정성을 갖고 야권과 소통하면서 경기를 회복시키는데 더 힘을 쏟아 주기를 국민들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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