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빨간 사직서 서식의 숨바꼭질
[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빨간 사직서 서식의 숨바꼭질
  •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 승인 2019.04.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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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품의 사직서가 중도 퇴직의 빌미가 되더라 -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과장님! 사직서 서식 좀 받으러 왔습니다"
"왜? 회사 관두려고?"
"예! 지금 고민중입니다"
"그래? 아직 확고한 것은 아니지? 한 번 앉아 봐. 왜 관두려고 하지?"

사직의사를 밝히는 직원과 인사과장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이 된다. 

사직서를 내는 이유, 즉 회사를 관두고 싶은 이유는 대개가 전직(轉職), 유학, 대학원 진학, 가업계승 등으로 정말 다양하다. 그런데 이 항목은 '관두고 뭐할 건데'에 대한 답이다. 대개가 결정적인 이유는 말하기를 꺼리고 숨긴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면 원인을 제거하거나 설득하여 회사에 다시 정(情)을 붙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직의사 면담을 통해 파악하면 대개가 인간관계의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기 때문이었다.

- 직속 상사(上司)의 스타일이나 리더십이 맞질 않아서
- 까다로운 고객이나 을의 입장으로 만나는 거래처가 주는 압박감으로 
- 동료직원이 협조상대이기도 하지만, 경쟁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로
- 때로는 부하급직원 임에도 말을 잘 안 듣고 업무처리가 미숙하여 중압감을 

받는 것이다. 요즘은 신입사원도 부하급(級) 직원이 있다. 단순 업무를 하는 특수직업무 종사자들이 그 경우이다. 직접 업무지시를 하고 책임을 지게 되니 그런 것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며 신입사원의 이직율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회시입장에서는 좋은 인재는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 소속 부서의 입장으로나 혹은 회사 전체의 입장에서 '붙들지 말지' 빠른 판단을 해야 한다. 당사자의 근무 성적이나 평판, 성과 등에 대한 조사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개중에는 인사과장과 말 한마디 상담만으로 불편하고 서운했던 마음이 풀어져 일상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인사과장의 업무에는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들어주는 것도 있는 것이다. 

그런 목적으로 사직의사를 밝히고 관련서류를 최종 제출하는 과정을 까다롭게 만들어 두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던가 이후의 정기인사이동으로 불편한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헤어져 해결되도록 일종의 지연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속부서의 결재, 인사부의 결재, 정식 인사발령으로 CEO의 결재를 받는 단계 등을 제도화해 두었다.

그런데 소속부서에서 사인을 받고 나면 되돌리기가 어려워진다. 소속부서에서 말하기 전에 인사부에서 사직의 의사를 파악하는 단계가 있다면 좀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절차를 까다롭게 해 두기 시작했다.

그 중의 압권이 공식적으로 정해 둔 '사직서(辭職書) 서식제도'이다. 그 서식이 아니면 사직서로 인정 못해주겠다고 인사규정에도 못박아 두었다. 심지어는 지정 서식이 아니면 인사부가 인정을 못하고 퇴직발령을 못 내기에 퇴직금 지급조차도 못 준다는 협박(?)을 제도화하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봄직한 방법으로 흰 백지에 '사직서'라고 써가지고 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돌려보내기까지 하였다. 작은 서식 하나를 주고 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힘든 고비를 넘기고 자기 일에 집중하는 긍정적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었다.

사직을 마음먹는 단계에서 본인이 인사부를 직접 찾아와 서식을 받아가도록 한 결과 사직자들을 절반 이상으로 줄였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 문제가 생겨났다. 인사부에서 어느 누군가 사직서 서식을 받아 왔다고 하니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빌려서 빈 서식을 복사해주는 것이었다. '나도 이제 사직서식을 가슴에 품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떠날 것이다는 결연(?)한 각오의 상징물로 가지고 있으며 마음의 위로를 삼는 것이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지정된 서식을 색상이 들어간 용지에 인쇄를 해 두었다. 그것도 빨간 색으로… 인사과장에게 받아 사무실로 가는 길에서 눈에 띄기 쉽게 하고 복사가 어렵게 만들어 두었다.

이제 또다른 숨바꼭질! 같은 종류의 빨간 용지를 사가지고 와서 복사를 하는 것이었다. 아연실색이었다.

그래서 또다시 한 번 연구를 했다. 빨간 용지에다가 도장으로 일련번호(一連番號)를 새겨 둔 용지로 변경을 해 두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용지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인사부 내부적으로도 가져간 사람의 이름을 기록해 두며 '직원의 사직의사'에 대한 관심과 좋은 인재를 붙드려는 노력을 돋보이게 하며 당사자도 인재임을 은근히 추켜 세우는 방법이었다.

이런 작은 노력으로 많은 사람을 '구제'했다. 좋은 직원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2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지금 내 마음의 한 켠에 작은 자부심으로 남아 있는 일이다.

지금 사직을 하고 싶은가? 인사부를 찾아 한 번 상담해 보라. 인사부는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직원들은 희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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