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자 교수의 일본필드워크(2)]이시노마키에 한국가정요리집을 여는 채명선씨의 인생流轉<下>
[이인자 교수의 일본필드워크(2)]이시노마키에 한국가정요리집을 여는 채명선씨의 인생流轉<下>
  •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
  • 승인 2019.04.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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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일본 도호쿠(東北)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인자 교수는 재일교포·묘제(墓制) 연구의 권위자이며 동일본대지진의 재난인류학 연구에서 세계 일인자로 평가받는 석학(碩學)이다. 이 교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후 피해지역을 답사하며 재난에서 살아남은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의 정서적 피해와 복구에 대해 연구해 왔다.

2011년 3·11 재해 당시, 채명선(일본명 아베 가오리)씨의 식당. 2층은 주택으로 썼다. / 이인자 교수 제공

2011년 3월11일 점심 장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고 하던 중에 지진이 나고 바로 쓰나미가 덮쳤습니다. 아들과 가오리씨는 구사일생으로 살았지만, 몸이 불편하던 남편은 쓰나미에 밀려 가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선물로 만들어준 집은 1층 천정까지 침수되어 재건할 엄두를 선듯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가오리씨는 아직도 쓰나미의 트라우마로 고속도로를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앉아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도로가 쓰나미처럼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쓰나미 때처럼 패닉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바닷가에 대한 트라우마는 완치된 것입니다. 바닷가 근처도 못 가던 가오리씨를 친척 어른들이 열심히 바다에 데려가 걷게 하고 배도 태워 점차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입니다. 설마 고속도로에서 패닉 상태가 되리라곤 상상을 못했던 것이지요. 그것도 3년쯤 지난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현상이라고 합니다. 끔찍한 재해를 경험한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쓰나미로 남편과 가게를 잃었던 그녀가 집을 수리하여 있던 자리에 식당을 내는 데 8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 그녀는 야마가타 김치공장과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아들은 도쿄(東京)로 나가 일하면서 각종 요리자격증을 땄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든든한 점은 아들이 결혼하여 며느리와 함께 이시노마키로 돌아온 것입니다.

현재 채명선(일본명 아베 가오리)씨의 식당 겸 주택 / 이인자 교수 제공

“이곳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어머니를 도와 이곳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을 보고 어머니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망을 얻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제 30세 어엿한 어른이 된 아들 용휘씨는 말합니다. 그의 말대로 이날은 8년 전의 끔찍한 재해에서부터 굳건히 일어선 가오리씨를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던 것입니다. 재해 후 재정적으로 지원했던 한국 정부의 총영사관과 민단 그리고 같은 마을 부인들, 같은 입장의 국제결혼 여성(한국인, 중국인), 시댁 친척들, 1년 남짓 가게를 할 때 단골이었던 손님들, 모든 법적 수속을 도와주었던 행정서사, 남편을 잃은 외국인 부인을 취재했던 신문기자, 일을 도와주어 고맙다고 찾아온 김치공장 사장 등등.

시골 농촌으로 시집온 가오리씨가 결혼 7년 만에 쓰나미로 남편을 잃고 8년이 지난 지금, 재건할 수 있었던 점은 이 많은 조직과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그녀가 중국조선족이지만 한국총영사관이나 민단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은 국제결혼 한국인 여성들이 피해상황을 그곳에 알렸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남편을 잃고 집을 잃은 동포들에게 적지 않은 지원을 조직적으로 하고 있었지만 아베 가오리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그녀에 대해 한국국적을 소지하고 있다고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3․11 재해 피해자 중에는 농어촌으로 시집와 일본이름으로 살다 죽은 한국인 여성들도 있지만, 카운트 되지 않은 예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찾아 기록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할애 했던 저로서는 가오리씨의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삶이 아주 특별하고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날 상에 차려진 가지런하게 예쁜 김밥, 잡채, 각종 김치, 바다가 가까운 지역 특성을 살린 해물전, 중국식 삶은 만두, 일본식 닭튀김인 가라아게(から揚げ)를 보면서, 모인 사람만큼 다양한 나라의 음식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밥, 잡채, 김치, 전(煎)은 한국 식당에서 배웠고 삶은 만두는 고향의 맛, 가라아게는 일본에 와서 알게 된 맛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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