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중의 여(女)벤처스]"사양산업요? 역발상하니 틈새가 보였어요"
[박철중의 여(女)벤처스]"사양산업요? 역발상하니 틈새가 보였어요"
  • 박철중 기자
  • 승인 2019.04.09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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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바이마인드 대표, 넥타이의 또 다른 수요 창출로 시장과 함께 성장할 터
김진아 바이마인드 대표가 4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자신의 매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박철중 기자 slownews75@gmail.com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말 중에 ‘넥타이는 사양 산업인데 굳이 이쪽을 하려하느냐’였어요. 실제로 수요도 예전보다 줄었고, 신생기업이 적은 분야가 맞아요. 그래서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넥타이가 아무리 수요가 줄었다고 해도 남성들한테는 꼭 필요한 아이템이고, 생산자들이 줄었다면 틈새가 있지 않을까?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지 않을까? 반대로 생각했어요.”

넥타이를 소재로 지난해 4월 벤처창업에 뛰어든 김진아(34) 바이마인드 대표는 지난 4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역발상’으로 과감히 도전했다는 속내를 전했다. 아울러 자신만이 가진 장점으로 업계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이 없다’는 다소 의아한 답변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무모할 수 있는데, 그 분야에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면 오히려 해서는 안 될 것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도전을 못했을 거예요. 보통 넥타이 원단으로 실크를 많이 사용하는데, 저는 면, 니트, 폴리에스테르, 레이온 등 다양한 원단을 사용해서 만들어요. 기존에 안 써본 재료를 쓰면서, 못 봤던 부분을 더 볼 수 있는 거죠”라며 기존 시장에서 형성된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처음부터 업계가 그의 발칙한 의뢰를 고분고분 받아준 것은 아니었다. 터줏대감인 봉제공장 사장님들은 ‘안 되는데’, ‘그게 될까?’라는 물음표로 그의 도전을 의심하기 일쑤였고, 지금도 ‘한 마디씩’은 기본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흐름을 받아들여서인지 조언해 주는 이들도 몇 달 사이 많이 늘었다.

그는 “원단에 따라 봉제 시간이 오래 걸려서 안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 ‘이거 넥타이 원단이 아닌데’하는 사람도 있어요. 지금도 한마디씩은 해요. 그래도 ‘한번 해 봅시다’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많이 존중해주고 조언도 해주죠. 지금은 든든한 지원군이에요”라며 시장의 변화된 모습을 설명했다.

업계 사람들은 침체된 시장에 들어와 메기처럼 휘젓고 다니는 그에게서 ‘새로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그는 짐작했다. 김 대표는 “새로운 소재를 쓰고 밖에 있는 사람이 들어와 (시장을) 흔들어주고 하는 것들이 좋아보였을 수 있어요. 누군가와 경쟁보다는 틈새나, 또 다른 수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속한 시장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좋아요”라며 빈틈을 보고 그 곳에서 새 시장을 만들고, 시장과 함께 성장하는 것들이 요즘 그의 보람이다.

사실 김진아 대표는 오래전부터 창업을 꿈꾸거나 동경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업력을 쌓고, 다시 그 틀 안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하는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을 담을 수 없고,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기획대로만 따라야하는 것들이 계속되면서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구나’하는 것을 느꼈을 때 힘들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쌓으면서 그 길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향을 가졌고 하는 것들을 알게 됐어요.”라며 직장이라는 틀을 벗어나 창업까지 이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진아 바이마인드 대표가 4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자신의 매장에서 다양한 넥타이 제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철중 기자 slownews75@gmail.com

그가 창업 후 주위에서도 창업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문을 닫은 사람도 있고, 급격히 성장한 사람도 있다. 대부분은 공통적으로 ‘창업 자체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힘든 점은 계획했던 데로 잘 되지 않을 때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거나 성향에 맞지 않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창업이다.

김 대표는 “모든 일이 그렇지만 자신이 기획했던 데로 안 되고,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기고하는 것들이 많아요. 그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면 힘든 게 사실이죠. 성향도 맞아야하는 것 같고요”라며 자신의 성향 얘기를 꺼냈다. 그는 “여행을 가도 갑자기 비가 오거나, 무언가 없어지면, 안 좋다기보다 오히려 그런 일들이 생겨서 새로운 경험이 되고, 기억에 더 남는다고 생각해요. 반전의 묘미라고 여기는 거죠”라며 의외의 상황들을 즐길 줄 알아야한다고 조언했다.

‘타이러스트(Tie + Trust)’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벤처창업을 한지 1년이 된 현재, 매출은 크지 않다. 하지만 ‘마음을 사겠다’는 사명과 ‘신뢰를 묶겠다’는 다짐 때문인지 서서히 실적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마포구 대흥로 주택가에 작은 작업실 겸 매장도 마련했다. 온라인사이트도 완성돼 가고,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그는 “소비자가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야하고, 어떤 메시지를 담아서 제공했을 때 가치를 인정받고, 구매로 이어지는지 계속 고민해야 해요”라며 제품에 대한 기획과 마케팅 연구만큼은 멈출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 쯤 김 대표는 자신도 인터뷰를 가야한다며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2개월에 한 번씩 각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얻은 아이디어를 제품 기획 때 반영해요. 결국엔 사람들이 매는 넥타이니까 사람 이야기를 듣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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