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조국 장교 구하기
[송장길 칼럼]조국 장교 구하기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04.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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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4월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치적으로 군의 장교급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로 들어간 지가 다음 달로 2년이 되고, 대학 교수 시절에도 프로패서로서 정치에 수시로 관여했기 때문에 정치의 신병이나 사병 계급은 이미 뛰어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정계의 별인 국회의원이나 국무위원을 거치지 않아서 장성급으로 볼 수는 없겠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청와대의 막강한 실세이자 스타 같은 인물이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참모일 뿐 아니라, 현정권의 트레이드 마크인 개혁의 상징, 적폐청산의 설계자이자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인사이다.

지난해 12월 조 수석의 휘하에 있던 특별감찰반원의 비리문제가 터졌을 때 야권 4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조차 조 수석의 책임론이 제기되자 민주당 지도부에서 문 정권의 중요한 설계자를 내보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이다. 당시에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일련의 사건들로 실망한 국민들께 사죄한다. 잘못된 부분은 도려내야 된다’고 말해 조 수석의 책임 추궁을 암시하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2월 3일 이 대변인은 “적폐청산과 공직기강 확립, 사법개혁에서 민정수석의 역할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조 수석 옹호론을 폈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응천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사퇴 촉구까지를 불식하고 내부의 기강확립안을 세우도록 조 수석에게 직접 지시함으로서 조야의 예상과는 달리 경질을 거부했다. 여권의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조 수석을 지킨 것이다. 문 대통령의 조 수석 구하기는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간절하고도 완강하다.

조 수석 책임론이 계속해서 불거져도 그때마다 대통령의 감싸기는 변하지 않았다. 조 수석 구하기는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닮았다는 인상까지 든다. 라이언 일병은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으로 참전한 형제들이 모두 전사해서 막내인 라이언이라도 구하라는 군 수뇌부의 명령에 따른 작전이었고, 조 수석 구하기는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이 몸 담았던 PD계 운동권, 참여연대 등 집권 진보진영의 단단한 의리가 작동한 느낌이다.

문 정권의 1차 개각 때의 부실 검증과 지난해 4월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비리로 정국이 시끄러울 때도 조 수석은 끄떡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번 7개 부서의 장관 청문회에서 나타난 장관 후보자들의 흠결이 너무 두드러져서 사태를 키웠다.

민주당 정권이 과거에 제시한 7개 검증 항목에 후보자 전원이 이것저것 두루 걸려 있어서 검증 부실이 심각하게 부각된 것이다. 2명은 자진 사퇴와 지명 철회로 낙마하고, 3명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대통령이 국회에 재추천을 요구한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는 한국당 등 보수진영이 드세게 반발하고 있어서 임명의 강행이 쉽지 않은 판국이다. 청와대는 후보들의 비리가 들어난 것은 검증의 문제가 아니고 본인들의 진술의 문제라고 궁색하게 면피하려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설득력이 매우 희미하다.

더구나 대통령의 지지도는 41%가지 추락해 계속 내리막길이고, 창원-성산과 고성- 통영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참패한 뒤여서 청와대는 매우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강경 모드로 밀어부치면 민심이반과 정국경색을 부채질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에서도 “왜 조 수석을 바꾸지 않느냐”는 소리가 지역구에서 많이 떠돈다는 불평이 새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조 수석을 아끼는 문 대통령의 심정은 알겠지만, 경질이 더 늦어지면 청와대도, 민주당도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는 전언이다. 여권 내에서도 조 수석의 경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진 것이다. 청와대의 기류는 두 장관 후보의 지명을 강행하려는 듯 보이지만, 분명히 삼키기도, 뱉기도 어려운 계륵 같은 형국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수석의 관계는 공적으로, 사적으로 깊고 끈끈하다. 조 수석은 교수 시절부터 SNS 를 통한 논평 등으로 민주당을 오랫동안 엄호해온 진보진영쪽 인물이며, 문 대통령이 새정치연합대표 시절 선거참패로 곤경에 처했을 때 혁신위원으로써 버팀목이 되어줬다. 또 이재정 전대변인의 말 대로 “조 수석은 적폐청산과 공직기강확립, 사법개혁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만큼 현정권의 대표적인 컨셉인 개혁에서 문 대통령과는 사수와 조수의 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조 수석을 청와대에서 내보내지 않겠다는 결심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이 사사로운 친분으로 요직을 기용하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공적인 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활용하지 않고 친분에 연연하면 결국 그만큼 정권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은 과거의 정권에서도 무수히 보아왔다. 이승만 정권의 이기붕 국회 의장과 박정희 대통령의 혁명동지들, 전두환 대통령과 신군부, 김영삼과 김대중 두 대통령의 아들들이 비리와 스캔들로 정권과 리더들에게 심각한 오명과 권력 누수를 안겼다. 또 노태우 대통령의 박철언, 이명박, 노무현 두 대통령의 형님들,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등도 한국정치사에 씼겨지지 않을 오점을 남겼다.

대통령이  공조직을 무시하고 사사롭게 일을 처리하는 부작용은 권력 주변의 인사와 운영을 정착시키는 제도의 무너짐을 부를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통령 자신의 부담을 낳는다. 조 수석을 감싼 대가는 이미 지불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만큼 대통령과 정부의 이미지를 깎아먹었고, 신뢰도를 낮췄다. 조 수석이 추진해온 사법개혁과 공수처 신설계획도 설득력이 떨어져 있다. 사법부의 인사에서 우리법 연구회의 지나친 약진과 윤석렬 중앙지검장을 통한 적폐청산 수사도 진보진영의 세 확장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조 수석은 내년에 있을 총선 때 부산에 투입시키자는 논의가 여권에서 나온다. 그는 매를 싫건 맞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겠다든지,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언급했지만 정치에 깊이 물든 인사가 초야에 묻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가 정당에 들어가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개인과 정당의 판단이고 자유이다. 누구라도 그것조차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국가의 중심인 청와대에서 야권과 국민의 상당한 지탄을 받으면서 중요한 국정에 계속 간여하는 일은 옳지 않다. 선출직은 아니라도 선출직 이상의 역할을 맡는 직책에서 거부감을 잔뜩 안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정도가 아니고 무리수임에 틀림없다.

조국 민정수석의 교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타개책이다. 대통령도 짐을 더는 일이고, 여당도 고삐를 벗게 된다. 한국당과 야권도  정치적 승리까지는 아니라도 정치적으로 후련할 것이다. 물론 국민도 새 술을 빚는 새 부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정치의 묘미이다. 새로운 인물은 과거를 거울 삼아 더 열심히 일하게 되지 않겠는가?

대통령의 일개 수석비서관에 관심이 모아진 이유는 인사에 국한한 좁은 의미에서가 아니고, 꽉 막힌 정국의 경색을 푸는 열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하가 크게 걸린 인사수석과 민정수석을 과감하게 교체해서 새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야당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두 명의 장관 후보자들도 더이상 상처받기 전에 자퇴시켜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때다. 포용과 타협은 그때부터 움트고, 새 국면을 맞을 것이다. 그것이 국가 운영자의 열린 자세이다.

잔인한 4월은 생기도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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