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범죄 의사' 면허 취득·취소 기준 정비해야
[기자수첩] '성범죄 의사' 면허 취득·취소 기준 정비해야
  • 윤아름 기자
  • 승인 2019.04.07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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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검거 의사 3년 간 3배 늘어…'의료법 개정안' 통과 시급

성추행으로 실형을 받았던 전과자에게 진료를 받게 된다면 어떨까?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끔찍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달 의료계에 따르면 과거 동급생을 성추행·불법 촬영해 출교 조치를 받았던 A씨가 내년 초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앞두고 있다.

A씨는 지난 2011년 고려대학교 의대 본과 4학년에 재학하던 중 피해자 B씨를 다른 남학생 2명과 함께 성추행 하고, 이를 불법으로 촬영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고려대 측은 이들에게 출교 조치를 내렸고, 대법원은 지난 2012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2년 6개월로 가장 높은 형을 선고 받았던 A씨는 출소 직후 성균관대학교 의대에 입학해 현재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문제는 현행법 상 A씨가 의사가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의사 국가고시 응시자격 제한 사유는 응시자가 정신질환자 및 마약 중독자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에 응시했을 경우 등이다. 이러한 가운데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은 지난 5년 평균 약 94%(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다. 사실상 의대를 졸업하기만 하면 마약 사범, 성범죄 전과자도 무리 없이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번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취소가 될 일도 거의 없다. 현행법 상 의료인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정신질환자, 마약 중독자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성범죄를 저지르는 의사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는 2008년 44명에서 2017년에는 137명으로 약 3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 중 강간·강제추행 등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로 검거된 비율도 92%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대 1로 의사를 마주해야 할 여성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6900여 명이 서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의료인의 면허 취득·취소 조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인들 또한 의사 면허 취득·취소 기준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성추행·몰카 등 의료계 성범죄 사건 발생 빈도가 높아지면서 의료인들 또한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자격이 없는 이들의 면허를 취소하고, 복구가 불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언론에서 성범죄 의료인에 대한 이슈를 다룬 이후 환자들에게 오해나 의심을 받은 적도 있다”며 “의료인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자격 미달의 범죄자들은 걸러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일에는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동안 범죄 위협에 놓여 있던 의료인들을 보호할만한 법적 테두리가 마련됐다는 점에 경의를 표한다. 이제 국회는 환자들이 마음 편하게 진료실에 앉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붕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하루 빨리 의료인과 환자 모두가 마음 편히 진료실에 앉게 될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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