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자 교수의 일본필드워크(1)]이시노마키에 한국가정요리집 여는 채명선씨의 인생流轉 <上>
[이인자 교수의 일본필드워크(1)]이시노마키에 한국가정요리집 여는 채명선씨의 인생流轉 <上>
  •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
  • 승인 2019.04.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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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일본 도호쿠(東北)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인자 교수는 재일교포·묘제(墓制) 연구의 권위자이며 동일본대지진의 재난인류학 연구에서 세계 일인자로 평가받는 석학(碩學)이다. 이 교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후 피해지역을 답사하며 재난에서 살아남은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의 정서적 피해와 복구에 대해 연구해 왔다.

감사장을 마련해 온 김매영 사장(왼쪽) / 이인자 교수 제공

지난 3월5일 센다이 시내에서 60km 정도 떨어진 이시노마키(石巻) 시내의 주택지에 '가오리(かおり)'라는 한국가정요리집의 개점을 위한 작은 파티가 있었습니다. 식당 개업은 3월10일부터지만, 이날은 5일간에 걸쳐 그동안 신세진 사람이나 앞으로 손님이 될 사람들을 초대하여 미리 음식 맛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파티의 첫 날이었습니다. 식당 주인은 채명선(56)씨. 일본 이름은 아베 가오리(阿部香保里)로, 식당명은 이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쓰나미로 남편을 잃고 힘들었지만 만 8년 지나 이렇게 가게를 다시 하게 되어 정말 감개무량입니다. 앞으로 저는 이 지역에서 한국음식을 만들면서 자리잡아 가려고 합니다."

가오리씨의 인사말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이 힘차게 박수를 칩니다.

"가오리씨에게 감사장을 준비해 왔습니다. 지난 2년동안 제가 하고 있는 가게에서 일을 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축하인사와 함께 보기좋은 액자에 넣은 감사장을 건넨 사람은 야마가타(山形)에서 김치공장을 경영하면서 한국레스토랑을 경영하는 김매영 사장(59)입니다.

센다이 총영사관 직원, 민단 간부, 신문사 기자, 가오리씨처럼 국제결혼하여 자리잡은 한국사람, 그리고 마을 일본인 부인들 등 모인 사람들이 아주 다양합니다. 그리고 중국출신 조선족 여성들도 있습니다.

축하객들 / 이인자 교수 제공

가오리씨는 중국 지린(吉林)성 출신의 조선족이며 한국국적 일본 영주권자입니다. 중국에서 이혼한 후 한국 식당에서 일하면서 한국국적을 취득했다고 합니다. 2004년 일본 남자와 국제결혼을 하여 일본에 자리잡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녀가 결혼하여 들어온 마을은 오래된 전통적인 농촌마을이었습니다. 20대에는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장사를 했고 30대엔 서울의 식당에서 책임있는 일을 맡아 하던 그녀에게는 아주 한적하고 답답했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어도 모르고 시집을 왔기에 고생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다행이었던 것은 시댁 주변의 마을 부인들이 사교적인 그녀를 반갑게 받아들여 준 점이었습니다. 재해지역 조사로 저도 알고 지내던 시의원 부인 다카하시 요시미(高橋よしみ)씨도 그날 마을 부인들 5명과 함께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60대 후반 정도이기에 시어머니보다 젊고, 친절한 마을 언니들처럼 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마을에 들어온 귀한 며느리이기에 네다섯 명이 항상 가오리상 팬처럼 모였어요. 부탁받은 것도 아닌데 우리가 즐거워서 모였던 거예요." 이런 설명을 하면서도 이내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열 살 위인 가오리씨 남편 야스마사(保昌)씨는 트럭운전사였다고 합니다. 한국의 국제결혼 중개업자를 통해 7번째 선을 본 남자였습니다. 생각보다 결심이 서지 않아 여러 번 선을 보던 그녀는 첫 데이트 때 라면집을 데려갔던 점이 맘에 들어 결혼했다고 합니다.

전남편의 낭비벽 때문에  이혼한 그녀는 소박하고 성실함을 제일로 삼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 얼마 후 병을 앓아 트럭운전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장래를 걱정했던 그는 농촌마을에서 조금 벗어난 도시형 주택지에 2층집을 지어 1층은 한국가정요리식당으로 2층은 생활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선물했다고 합니다. 그게 2009년 여름의 일입니다. 그녀에게는 중국에 남겨 놓고 온 아들이 있었습니다. 20세가 된 아들도 일본으로 불러와 함께 식당을 하면서 꿈 같은 시간을 1년 남짓 지냈습니다.

응원하러 온 시댁 마을 부인들 / 이인자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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