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가 떠도는 은행 지점장 명함의 정체는?
유흥가 떠도는 은행 지점장 명함의 정체는?
  • 윤아름 기자
  • 승인 2019.04.01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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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 관계자, B은행 지점장 사칭…B은행 "필요시 법적 조치"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유흥업소에서 금융사 및 대기업을 사칭해 홍보 활동에 사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유흥가에 떠돌고 있는 모 은행 불법 사칭 명함/윤아름 기자

30대 회사원인 A씨는 최근 아내와 크게 다퉜다. A씨의 주머니 속에서 한 유흥업소의 연락처가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얼핏 보면 ‘멀쩡한’ B 시중은행 관계자의 연락처인 것만 같은 이 명함에는 영업점의 이름이 적혀야 할 곳에 ‘엉뚱한’ 유흥업소의 상호가 적혀 있었다.

억울한 마음에 기억을 더듬던 A씨는 지난 밤 서울 중구 북창동 인근을 지나다 한 남성이 자신을 B 은행의 지점장이라고 소개하며 건넨 명함을 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실제로 이 명함에는 B 은행의 로고와 홈페이지 주소가 정확히 적혀 있었고, A씨는 이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못한 채 명함을 주머니에 넣은 것이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부 유흥업소에서 금융사 및 대기업을 사칭해 홍보 활동에 사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B 은행 사칭 명함과 실제 B 은행 명함을 비교해봤더니 사칭 명함의 경우 왼쪽 상단에 B 은행의 로고, 오른쪽 하단에는 홈페이지 주소가 기재돼 있었고, 실제 B 은행의 명함은 왼쪽 하단에 로고와 주소 및 연락처, 왼쪽 상단에는 금융그룹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명함 주인의 이름도 사칭 명함의 경우에는 직책과 이름만, 실제 B 은행의 명함은 부서와 직책, 이름이 모두 기재돼 있었다. 유흥업소가 금융사, 대기업을 사칭하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해당 유흥업소 관계자는 “술집 분위기를 벗기 위한 아이디어”라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술집 명함으로 보이지 않아 남성들이 편하게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B 은행 관계자는 “듣도 보도 못한 신종 형태의 불법 사칭”이라며 “소비자보호부서에 해당 사실을 인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칭 당사자와 계속 연락을 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런 경우 불법 사칭 당사자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도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B 은행이 명예훼손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시 민사 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며 “과거 모 은행 항공사 승무원들을 모방한 술집이 문을 닫았던 사례를 견줘 봤을 때 해당 업주 또한 고발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부정경쟁 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변호사는 “B 은행의 브랜드 가치에 손해가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증명한다면 법률적으로 부정경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같은 불법 사칭이 브랜드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추후에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까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C 은행 관계자는 “유흥업소에서 대기업을 심심찮게 사칭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넘겨서는 안 될 문제”라며 “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훼손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말했다.

D 저축은행 관계자는 “불법 사칭 명함을 배포하는 것부터가 금융범죄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소비자보호부서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고객들에게도 주의 문자를 주기적으로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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