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정치인 개인과 맡은 직책의 미분화
[송장길 칼럼] 정치인 개인과 맡은 직책의 미분화
  • 송장길(언론인, 수필가)
  • 승인 2019.04.0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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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건물 매입 논란에 휩싸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3월 29일 오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기자실에 들러 털어놓았다는 말은 놀랍다 못해 깊은 우려를 낳았다. 그는 부동산 매입이 아내가 자신과는 상의 없이 저지른 일이며, 자신이 알았을 때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책임을 돌렸다. 멀리 떨어진 은행의 지점장인 학교 동문을 통해 자필서명까지 제출하며 특혜성 융자를 받았음에도 몰랐다는 변명은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사로운 질척거림은 너무 치졸해서 혀를 차며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언론관은 그냥 간과할 수 없는 심각성을 띠고 있다.

그는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 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고, 다른 언론사들의 잘못된 주장에도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고 밝혔다. 모든 국민의 중심인 청와대를 대변하는 인물이 한 편에 편협돼 있었고, 공격적이었던 것이다.

“기자들이 싫어서가 아니고,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데스크의 지시를 한번 더 의심하고, 한번 더 생각한 뒤에 기사를 쓰라”고 기자와 회사를 분열시키는 듯한 언어로 감히 언론을 가르치려 했다. 대단히 위험한 사고이고, 도그마에 찌든 의식이다. 청와대 대변인이 정파나 진영 논리로 비우호적인 언론에 적대감을 품고 지도하려 했다는 사실과 과거 그의 편협된 발표와 논평이 그런 사고에서 나왔음을 단번에 알수 있게 한다.

그는 미 전략문제연구소(CSIS)가 13개 핵미사일 기지를 북한이 갖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자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한 일이 없다”고 두둔해 북한 대변인이라는 비아냥을 받았고, 청와대의 일개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밖으로 불러내서 만난 것을 두고 “대통령 비서가 총장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군의 위계와 사기를 떨어뜨렸으며, 청와대 특검반의 사찰 의혹에 “미꾸라지가 물 흐린다, 우리는 민간사찰의 DNA가 없다”고 잡아뗐다. 대통령의 입인 그가 야권의 공세와 불리한 사안을 여지없이 공격한 사례들이다.

물러난 한 루키 정치인의 언행은 국민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런 인물이 국가를 경영하고 대표하는 국가원수의 입으로서 대통령의 정치행위가 나가고 들어오는 창구였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은 그를 매우 신임했고, 여론이 악화되자 정치적인 계산으로 마지못해 사퇴시켰다고 알려져 놀랍다.

누누이 강조되고 있지만 대통령은 진영이나 정권의 대통령만이 아니다. 온 국민의 지도자이고, 반대파의 대통령도 돼야 한다. 대선에서 얻은 41.4%의 지지표뿐만 아니라 지지하지 않은 58.6%의 국민도 포용하고 존중해야 하는 자리이다. 인사와 정책에서 지지층과 진영에 지나치게 편중한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에 반대파의 비호감과 분노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아직도 운동권과 시민단체, 이익단체, 일부 지역 등에 정치를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보수와 진보로 나누고, 내 편 네 편을 따져 살갑거나 미워하는 정치를 한다는 것은 경세가의 자세가 아니다. 보수 언론도 대한민국의 언론이고, 진보 언론도 정치성향이 더 심하지만 한국언론의 일부이다. 모두를 순화시켜 대한민국호의 돛을 달고 노를 저어가도록 이끌어 나가는 역할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시민단체 주장의 수용과 영화 ‘판도라’의 관람으로 채택했다고 알려진 탈원전 정책을 견지하는 일과 참여연대 출신들의 주장인 ‘소득주도성장론’을 껍데기만이라도 놓치 못하는 일 등은 경제성과 국민여론을 고려해서라도 속히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또 자주파들의 대북 유화책을 따르다가 안보의 느슨함을 보이면서 한미 간에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도 야권을 비롯한 다른 편의 의견을 포용하지 않는 불통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이다.

대통령은 이제라도 지지세력의 확대와 유화책, 인기를 의식한 정치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국가 지도자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다. 대통령이 선심성 세금 풀기와 탁현민 류의 이벤트나 홍보 프로그램에 몰두한다면 세력확대와 선거에는 유리하다고 보일지 모르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경세와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로 큰 수혜를 받았지만, 공짜 점심시간은 지속되지 않는다. 계속 쌓이는 경제적 실정과 안보적 불안은 족쇄가 돼 빠르게 조여올 수 있다. 물리적으로 지지의 힘을 끌어올리려는 망상이 있다면 큰 착각이다. 국민의 지지는 좋은 정책으로 감동을 줄 때 가능하다는 예는 우리의 현대 정치사에서도 쉽게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의겸 같은 코드 인사를 주변에 기용해 놓고 지난 2년 동안처럼 대선 때 수준의 스탠스로 정권에 유리한 방향의 정치를 계속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을 스스로 부를 것이다. 그런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결과 지지율이 43%로 내려갔는데, 30% 대로 더 내려가면 정권의 곳곳에서 용종이 불거졌다는 역사의 교훈 앞에 겸허해야 한다. 20년, 50년, 또는 100년 집권 운운하는 오만함을 부리면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 민심은 변화무쌍하고, 정치는 무섭다.

대변인 후임에는 건전한 상식을 갖추고 언론과 국민을 존중하는 양식 있는 인재를 기용해야 대통령의 체면이 바로 설 것이다. 비판적인 언론을 탓하지 않고, 동반자처럼 여기는 대변인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의 기능 중에 비판과 감시는 가장 원론적이다. 악의적이 아니라면 언론의 감시는 사회의 파수꾼 역할이므로 적당한 긴장관계 속에서 견제와 협조관계가 유지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국무위원과 고위 공직자들,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국회 진출설이 떠도는 이낙연 총리 후임자도 불편부당하면서도 국가를 위해 헌신할 인사를 선별해 기용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싸움닭 같이 진영논리에 길들여진 정치인이 행정을 흐려놓아서는 국가와 국민은 물론 정부와 정권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안될 것이다. 중국의 국가다운 기틀을 다듬어 놓은 저우언라이나 한국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고건 같은 인물을 발굴해 기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용인술에서 국가적인 큰 비젼을 염두에 두고 만인이 수긍하는 높은 수준의 경륜을 보인다는 것은 정치를 세련되고 진취적으로 펴나간다는 뜻이다. 의회를 존중하면 인사청문회 결과를 무시하고 장관들의 임명을 강행하지 않을 것이며, 여야 협상에서도 연착륙을 이뤄낼 것이다. 사법부를 존중한다면 지방법원장을 우리법연구회를 이끌었다고 대법원장에 앉히는 일은 없을 것이고, 중앙선거관리위 상임위원과 헌법재판관을 모두 친정권 인사로 채우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문재인 개인이 아니고 어마어마한 중책을 지닌 기능으로 봐야 한다. 직책을 엄중히 여긴다면 감히 사심이나 진영, 정권에 빠져 있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사직과 온 국민, 한반도의 역사성을 떠올리면 어느 틈새에 그런 사적인 이해가 끼어들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국민도 대통령이나 공직자들을 사사롭게 보지 말고 그 직책으로 봐야 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미워할 게 아니고, 그 직책이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주권을 갖는 것이다. 정치인을 감성적으로 좋아서 뽑겠다 하면 인물과 직책이 미분화돼 있어서 정치적으로는 유치원생이나 다름없다. 그런 수준이면 한국의 민주화는 아직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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