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중의 여(女)벤처스] "독자에 확신 주는 출판사 만들 것"
[박철중의 여(女)벤처스] "독자에 확신 주는 출판사 만들 것"
  • 박철중 기자
  • 승인 2019.03.31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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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선 페이퍼타이거 대표 "멀티미디어 전자책 만들었지만 유통 플랫폼 없어 아쉬워"
출판사 페이퍼타이거의 김은선 대표가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 박철중 기자 slownews75@gmail.com

“취향인데 파열음이 들어간 이름으로 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종이로 책을 만드는 일이고, 종이책의 맹수라고 할까? 어쨌든 직역하면 ‘종이호랑이’이기 때문에, 파열음을 좋아하는 취향과 포부 같은 것도 있었고, 위트 있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재작년 9월 창업 후 1년 6개월을 갓 넘긴 출판사 ‘페이퍼타이거’의 김은선(37) 대표는 명함에 아로 새긴 ‘당신이 원하는 만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할 때마다 막히는 프로세스를 지인들에게 물어가며 해결하는 신생 기업의 숙명과 난관들을 헤쳐 나가고 있다.

김 대표의 초기 목표는 1년에 10권을 찍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10종을 다 찍어내고 살아남으면 성공한 것으로 정했다. 중장기 목표는 독자들에게 페이퍼타이거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는 “이 회사 책은 믿어도 좋겠다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버지께서 책을 많이 사주셨고 골라주셨는데, 하셨던 말씀 중에 어떤 책을 봐야 할지 모르겠으면, ‘A사 책을 사라. 또는 B사 책을 사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있으셨던 거죠. 우리 회사도 저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은연중 아버지로부터 얻게 된 영향들이 적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사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예전에도 먹고 살기 힘들었고, 지금은 더 힘들다’는 말 한마디에 경영학도의 길로 들어섰다. 학부 전공으로 자연스럽게 마케팅에 흥미를 가지게 됐던 그는 졸업 후 광고회사 인턴생활과 공채, 광고회사 재입사를 거치면서, 콘텐츠가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입소문 마케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벤처 창업의 꿈도 이때 꾸게 됐다.

김 대표는 “학부 공부와 회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게 전부여서 그걸 가지고 창업을 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를 좀더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전문학 대학원에 갔어요. 왜냐면 콘텐츠를 다루는 데 있어서 제일 원천적인 개념을 알고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고, 사실 좀 출판이랑 동떨어져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마케팅은 가지고 있는 거를 잘 만들어서 파는 개념이라면, 콘텐츠를 다루는 것은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에 전통적으로 흥미를 가졌고 이야기의 서사적 흐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조금 더 알면, 대박 나는 콘텐츠는 아니더라도 무난하게 흘러가는 콘텐츠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창업에 대한 꿈은 대학원에 다니면서 더욱 굳어졌다. 그는 “대학원에 가 보니, 굉장히 좋은 지식들은 다 교수와 연구자인 전문가들만 알고 있었어요. 이렇게 재밌고 좋은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지식들을 쉽게 써서 나누는 것이 지식인들의 몫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내가 해보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출판사 페이퍼타이거의 김은선 대표 / 박철중 기자 slownews75@gmail.com

본격적인 출판사 창업을 위해 그는 언론사가 운영하는 출판학교 과정을 마쳤다. 초기 자금은 과외와 학원 강의로 쏠쏠하게 모아둔 것들이 밑천이 됐다. 아울러, 정부가 창업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창업인턴제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창업인턴제라는 프로그램에 지원해 6개월을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어요. 출판을 다루는 업체가 없어서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갔는데, 농산물을 다루는 스타트업이었어요. 전혀 관련분야가 아니었고, 배송과 가락동시장에서 채소를 떼올 수도 있다는 말에 ‘참 힘들긴 하겠는데 더 큰 뜻이 있으니까 6개월은 죽어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라며 피식 미소 지었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친 페이퍼타이거는 첫 책으로 멀티미디어 전자책 ‘무림고수 화성학’을 펴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책은 지원자금을 통해 모든 기술을 구현했지만, 정작 온전하게 기술을 유통할 플랫폼이 없어 종이책으로만 찍어냈다. 김 대표는 “직원과 야근을 해가면서 만들었는데 이펍3(전자출판물 표준) 기능이 온전하게 구현될 수 있는 플랫폼이 지금도 없어요. 그래서 종이책은 유통되고 있지만, 전자책은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보류 중”이라며 아쉬워했다.

페이퍼타이거의 첫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은선 대표는 허구의 문학보다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서적을 지향한다. 문학을 선호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지식의 나눔’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판업이라고 해서 종이책만 한정하는 것 또한 내키지 않는다.

김 대표는 “기술의 흐름은 빠르게 발전을 하고 있는데, 출판 산업은 아직도 갇혀 있는 느낌”이라며 “요즘 책을 많이 안 읽는다고 해서, 읽고 싶고, 알고 싶은 욕구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종이책을 보지 않을 뿐이지 그에 상응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커뮤니티에 있는 글을 보고, 그런 것들은 유구하니까. 그렇다면 내가 종이책에 갇힐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을 해요”라며 전통적 출판과 현재의 기술을 접목해 책을 만듦에 있어 주저함이 없다는 생각을 설명했다.

김은선 대표는 끝으로 벤처창업을 꿈꾸는 미래 CEO(최고경영자)들에게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열정과 패기만으로 지속할 수 없는 것이 사업”이라며 따끔한 충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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