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세이브 대표...'여성의 성(性)은 감춰야 한다'는 편견에 도전하다
박지원 세이브 대표...'여성의 성(性)은 감춰야 한다'는 편견에 도전하다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3.2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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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SAIB' 박지원 대표가 말하는 당당한 여성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 / 세이브앤코 제공

“왜 여성의 성(性)생활은 감춰야 할 부분일까? 왜 여성을 위한 피임 도구는 없을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했어요 ”

박지원 대표는 여성 섹슈얼 웰니스(웰빙·행복·건강을 합친 말) 브랜드 SAIB(세이브)를 이끄는 여성 리더다. 박 대표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20대 후반까지 여성이 겪는 사회적 고충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학창시절, 여성은 혼인 전까지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성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고 학교에서 강요한 순결서약을 쓴 적도 있다. 그런 그가 여성만을 위한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SAIB’, 여성의 성생활에 대한 보수적인 편견을 뒤집다

박 대표가 만든 브랜드 ’SAIB(세이브)'는 편견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BIAS'를 뒤집은 것이다. 여성의 성생활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뒤집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박 대표가 여성 성 생활용품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마음먹은 건 미국 생활을 하면서 느낀 ‘성에 대한 무지’였다. 그는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당시 한 백인 여학생의 발표를 듣고 얼굴이 빨개지는 경험을 했다. 여학생의 발표 주제가 ‘콘돔’이었던 것이다. 혹여나 짓궂은 남학생들의 농담으로 수업 분위기가 흐려지면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발표를 들은 학생들은 공감하며 아무렇지 않게 토론을 이어갔다. 

박 대표는 “학생들의 개방적인 성 인식에 놀랐다”며 “가르치는 입장인 내가 성에 대해 너무 보수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성, 피임기구, 성 인식 개선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평소 제품을 구매할 때 디자인부터 성분까지 꼼꼼히 따져본다. 콘돔에 관심이 생겨 성분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시중에 있는 콘돔에서 성분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박 대표는 “편의점에 가서 콘돔을 살펴보는데 성분 표기가 제대로 된 콘돔을 찾기 어려웠다”며 “신체에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물품인데 정보가 없어 놀랐다”고 말했다. 남성만을 타깃으로 한 디자인도 불만이었다. 그는 “남성의 구매율이 높아서 그런지 디자인도 남성중심적이었다”며 “왜 이 제품은 이래야만 하는 걸까라는 물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세이브가 제작한 프리미엄 콘돔. / 세이브앤코 제공

“당찬 출발이었지만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박 대표가 가진 물음의 답이 될 ‘세이브’가 론칭됐지만 남성주도적인 우리나라 콘돔 시장에서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콘돔은 거의 남성이 구입하다 보니까 시장 자체가 남성주도적으로 형성된다”며 “제조업체에서도 냉대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몸에 무해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성분 하나까지 전부 꼼꼼하게 따지니까 다른 업체는 안 그러는데 왜 그렇게 따지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나라 콘돔 시장에서 세이브가 자리잡기까지의 한 과정이라고 여겼다. 박 대표는 “누구에게나 변화는 어렵다”며 “우리 같은 여성 친화적 브랜드가 많아지면 콘돔 시장에서도 여성을 고객으로 인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중요한 건 ‘성 인식 개선’

현재 세이브는 제품 판매보다 성 인식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콘돔을 구매하는 비율은 전체 중 20% 미만이다. 이마저도 여성 명의로 된 카드로 결제를 한 비율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이브는 여성이 성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판매율 상승으로 이어질 거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당장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여성은 성생활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바뀌면 달라질 거다”라고 말했다.

세이브는 성생활 용품을 단지 성인용품으로 규정하는 사회 분위기를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대표적인 성생활 용품인 콘돔은 성인용품으로 인식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며 “성적 건강상품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이브는 여성 맞춤 디자인으로 콘돔 구매의 거부감을 해소했다. 세이브의 상징인 밀레니얼 핑크 색상에 갖고 싶게 만드는 케이스 디자인을 택했다. 그뿐만 아니라 세이브는 여성의 성적 건강상품 제작을 계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여성의 건강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위해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세이브는 여성 친화적인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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