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채용비리·성차별 채용 은행들은 '소 되찾고' 외양간 고쳐야
[기자수첩] 채용비리·성차별 채용 은행들은 '소 되찾고' 외양간 고쳐야
  • 윤아름 기자
  • 승인 2019.03.26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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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하길

지난해 은행권을 달군 ‘뜨거운 감자’는 채용비리와 성차별 채용 논란이었다.

일부 시중은행장은 관행적으로 친인척이나 지인의 자녀 등의 이름이 적힌 추천 리스트를 인사 부서에 공유했고, 여성과 남성의 채용 비율을 설정해 여성들을 임의로 탈락시켰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달 다섯 번째 공판에 참석한 A 전 시중은행장의 변호인은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위반 등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여성 채용인원 비율을 낮게 설정한 점에 대해 “남성 성비 해소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변호인은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선 “추천 리스트를 전달했다는 것이 채용 지시를 했다는 직접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단지 ‘부탁을 받은 추천자들 가운데 은행에 적합한 인재가 있는지 살펴보라’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증인으로 나선 당시 채용 관계자도 “(추천 리스트가) 채용 청탁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변호인은 이 같은 채용 추천 리스트가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은행장실과 인사팀을 오갔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B금융사 관계자 또한 비슷한 해명을 내놨다. 성차별 채용에 대해선 “허용된 재량 안에서 선발했다”고 했고, 채용비리에 대해선 “일부 조건에 편중되지 않도록 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채용비리·성차별 채용 논란이 불거진 C시중은행 관계자에 ‘피해자 구제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고 물었다.

관계자는 “(채용 청탁으로 입사했다고 알려진) 입사자 대부분은 정상 근무를 하고 있다”며 “피해자 구제는 은행권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결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채용비리·성차별 채용 논란이 불거진 지 어언 1년이 지났다. 이후 은행권은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도입했고, 이에 따라 대중의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현재 일부 여성단체·인권단체 등은 채용비리와 성차별 철폐를 없애기 위해 제도 마련 등을 촉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당시 피해를 입었던 지원자들은 아직까지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대중, 심지어는 피의자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가장 투명해야 할 금융·증권업계가 이처럼 불투명한 사후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라도 업계는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보다 ‘소를 되찾고 외양간을 고치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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