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동이사제 도입 '좌초' 위기…"현 사외이사 제도, 경영감시 기능 불충분"
은행권 노동이사제 도입 '좌초' 위기…"현 사외이사 제도, 경영감시 기능 불충분"
  • 윤아름 기자
  • 승인 2019.03.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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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은행권 복지 수준 이미 우수" 도입 부정적…은행 "받아들일 준비 안 돼"
은행권 노동이사제 도입이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 지난 달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사 측과 후보 인선 조정에 실패했다/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은행권 노동이사제 도입이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다.

지난달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사측과 후보 인선 조정에 실패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노조가 추천한 노동이사 후보와 사측이 추천한 후보가 달라 갈등을 빚었고, KB국민은행은 노조가 추천한 노동이사 후보가 과거 KB금융그룹 계열사의 소송을 진행한 경력이 있어 문제가 됐다.

금융당국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부정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종사자의 급여·복지 수준이 다른 분야보다 먼저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할 만큼 열악하지 않다"고 말했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아직 노동이사제 도입은 이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노동이사제 논의는 좌초된 상황이다. 당초 3월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측이 관련 안건을 제출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며 “아직 현실적으로 은행권이 이 제도(노동이사제)를 받아들일 정서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노동조합연구소(ETUI)에 따르면 유럽 31개 국가 중 19개가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중 독일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이 제도를 일괄 적용하고 있고, 스페인 등 4개국은 공공부문에 한해 적용 중이다.

노조 측은 노동이사제 도입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위 사외이사 임명을 결정할 때까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을 계속할 것”이라며 “(실패할 경우) 다음 사외이사 선임 시 노동이사제를 추진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노조는 “절차에 문제가 생겨 성사되지 않았을 뿐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며 “다음 주주총회에서 노동이사제를 추천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대하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은행장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직접 본 적 있다”며 “이토록 유착관계가 깊은데 현재 사외이사 체제로는 은행장 경영감시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도 “아무래도 경영진에 근로자의 ‘편’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소통, 근로환경 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발언권 및 의결권을 갖고 이사회에 참석해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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