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도서관, 페미니즘 서점 '달리,봄'
[르포]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도서관, 페미니즘 서점 '달리,봄'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3.22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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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서적 판매부터 강연, 독서토론 등 교육프로그램까지 진행
페미니즘 서점 '달리,봄' 주승리 팀장(왼편), 류소연 대표 (오른편)/김연주 기자

”지나가다 호기심에 들렀는데 페미니즘 서점이더라고요.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는데 이 서점 덕분에 알고 배우게 됐죠. 페미니즘은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 서점 ‘달리,봄’을 찾은 A씨는 페미니즘을 잘 모르는 20대 남성이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A씨는 동네에서 여느 상점들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달리,봄을 발견했다. 궁금함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흔한 베스트셀러 한 권 없는 독특한 서점이었다. 

페미니즘 서점 ‘달리,봄’… 류소연 대표·주승리 팀장

페미니즘 서적을 한 데 모아놓은 이 서점에는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소개하는 두 책방지기가 있다. 류소연 대표, 주승리 팀장이다. 

류소연 대표는 개개인의 과거사를 구술로 기록하는 구술사를 전공했다. 류 대표는 자신의 전공을 토대로 할머니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6년 발생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여성의 생애를 기록하는 것으로 작업 범위를 확장했다. 

주승리 팀장은 류소연 대표와 함께 달리,봄을 이끄는 남성 책방지기다. 주 팀장은 역사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서사에 관심을 갖고있다. 두 책방지기는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가치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페미니즘 서점 달리,봄이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두 책방지기에게 달리,봄은 생계 수단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생계에 무게를 두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다. 류 대표는 “먹고 사는 일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일과 삶이 지향하는 가치가 같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긴 도서관

달리,봄에는 여성작가 책, 페미니즘 관련 역사 서적,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생애사 책 등이 진열돼 있다. 일반 서점에서 찾기 힘든 귀한 책들도 눈에 띄었다. 손님 B씨는 “일반 서점에도 페미니즘 서적은 있지만 한 공간에 모아놓은 곳은 본 적이 없다”면서 “이런 서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페미니즘을 배우고 싶어 달리,봄을 찾는다. 딱딱한 내용의 이론서적보다 여성의 생애사를 다룬 책들이 많아 입문하는 사람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처음이라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를 때는 두 지기에게 추천 받을 수 있다. 책방지기가 기자에게 추천한 책은 도란스 기획 총서 ’양성평등에 반대한다’와 ‘미투의 정치학’이었다. 이 두 책은 성평등, 미투운동, 성소수자 등 사회 이슈로 떠오른 문제들을 한국 사례를 들어 다룬 책이다.

'달리,봄' 책방지기가 추천한 페미니즘 서적/김연주 기자

진열된 책들은 두 지기의 엄격한 선정기준을 통과해야만 책방에 올 수 있다. 페미니즘 서적이라고 전부 들여놓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드러나있지 않은 이야기가 담긴 책을 주로 선택한다. 뿐만 아니라 매일 새롭게 출간되는 책들을 두고 꾸준히 읽힐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친다. 

류 대표는 “책 선정을 잘하는 것부터 중요하다”며 “좋은 책을 선정하는 것도 페미니즘 실천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 강연, 글쓰기까지…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안전한 공간

달리, 봄은 페미니즘 서적 판매 뿐만 아니라 글쓰기 수업, 독서모임,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엄마의 자서전 만들기’다. 엄마의 자서전 만들기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서 오랜 시간을 살아 자기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버닝썬 사태’를 규탄하며 활동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달리,봄'은 엄마들의 서사를 기록한 '엄마의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김연주 기자

달리,봄은 페미니즘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편하게 발언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주 팀장은 “최근 부산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지방에서는 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달리,봄은 우리가 운영하지만 우리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의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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