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협상전문가 "한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 해야"
박상기 협상전문가 "한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 해야"
  • 양혜원 기자
  • 승인 2019.03.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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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세종대학교에서 박상기 협상전문가(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한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중재자는 양쪽 국가로부터 이익 수수료를 챙길 수 있어요. 문재인 정부가 현명한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22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만난 박상기 협상전문가(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협상의 중재역할을 잘 할 수록 협상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박상기 교수는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이코노미조선 협상 전문위원, BNE글로벌 협상컨설팅 대표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하 회담) 결렬을 예견한 협상전문가다. '협상은 영화처럼, 영화는 협상처럼'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하노이 협상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협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협상은 사실상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다. 단순히 개인으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간의 회담이기 때문에 자국의 책임 외교협상 조직이 협상 전반에 개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 것은 '미국 내 탄핵 정국 수습'…김정은이 원한 것은 '종전 선언'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인 추문으로 인해 국내적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수세 탈피 카드로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없었다. 북한이 진정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한 것은 '종전 선언'인데, 어떤 사람들은 종전 선언이 별 것 아니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종전 선언을 섣불리 해주면 제재를 풀어줘야 하고 이를 미국 국민을 비롯해 트럼프 참모진들이 원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은 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내심 바라면서도 정작 협상에서 (북한이) 내놓은 것은 부족했다. 북한은 핵시설을 전부 폐기한다거나 적어도 어느 장소에 핵시설이 있는지를 끝내 밝히지 않았다. 김정은이 바라는 것 만큼을 얻어내려면 협상에서 그만한 것을 교환해야 하는데 북한이 원하는 것이 너무 컸고, 미국도 협상에서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하겠다는 시그널을 충분할 정도로 납득할 수 없었다. 핵시설을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1곳만 폐쇄하겠다는데 협상이 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북미관계가 잘되려면 북한도 상당 부분 협상에서 카드를 더 꺼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하나도 손해보지 않으면서 종전 선언까지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노이 회담에서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하 보좌관)이 딜 브레이커(Deal Breaker)의 역할을 했다. 딜 브레이커란 쉽게 말해, 협상을 할 때 협상 조건을 올려서(어렵게 해서) 결렬시키는 사람이다. 볼턴 보좌관은 핵시설을 더 폐쇄하고 생화학 무기도 전부 없애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앞으로 북미관계 '경색 국면' 접어들 것...한국의 북미 간 중재자 역할 중요해

22일 세종대학교에서 박상기 협상전문가(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박 교수는 앞으로 북미관계가 경색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동안 북미 간의 서밋 협상은 없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상당한 타격을 받은 데다가 미국이 생각보다 치밀하게 완전한 비핵화를 원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제재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고 이제는 정상회담보다는 실무회담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실무회담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공식적인 채널로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비공식적인 백 채널을 사용하는 것이다. 어느 협상이나 실제로는 백 채널을 잘 활용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식적으로는 원하는 것을 말하고 협상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색 국면을 풀려면 남북관계를 활용해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사실 기존의 정부보다는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도 여러 번 하는 모습을 보였고, 김정은 위원장도 문 정부에 대해 보다 열린 자세를 취한 상황이다. 남북관계가 좋아져야 북미 간의 협상이 좋아질 수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에서 중재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중재자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데 한국이 북한과 미국의 중재 역할을 잘 하면 양 쪽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은 북한에게 비핵화 합의를 미국에게 해주면 미국이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이 원하는 급격한 경제 성장을 위한 해외투자 유치가 가능해질 것이며, 한국은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 나름대로 다양한 경제 협력과 지원을 해주겠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끌어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 "남북관계서 북한에 대해 지난 70년 동안 북중관계 실리없다는 점 어필해야"

박 교수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북한에 대해 지난 70년 동안 북중관계에 있어서 북한이 얻은 실리가 없다는 약점을 잘 파고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했지만 70년이 지나도록 세계적인 최빈국이다. 실제로 김일성도 김정일에게 '중국을 너무 믿지 말라. 협력을 할 것이면 차라리 한국과 해라. 한국이 그나마 대우를 만족스럽게 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300만 명이 굶어죽었다. 이 시기가 딱 중국이 고도 성장을 할 때와 맞물린다. 중국은 자국에만 집중 투자를 했지, 어찌 보면 북한을 나몰라라 했다.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북한의 광물 자원이나 노동력을 싼 값에 쏙쏙 빼먹으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경제가 살아날 만큼 만족할 만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의 김정일도 김정은에게 '중국을 믿지 말라. 오히려 한국과 협력하는 게 더 많이 얻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현재 손해를 보는 무역을 한다는 점과 (중국이) 도와줄 것이면 더 도와줬어야지라면서 한국이 북중관계의 틈새를 파고드는 협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문재인 정부가 보다 백 채널을 활용하는 협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하노이 회담 결렬은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진정한 협상은 이제부터다. 문 정부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도움이 부족했던 점을 잘 파고들어서 한국과 경제 교류를 많이 해서 한국에 의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에게 착취당한 것이고 한국이야말로 더 도와줄 수 있다는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 북한이 한국에 대해 보다 우호적이 되어야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공식적인 채널 접촉도 하겠지만 백 채널을 보다 더 활용해 북한의 약점을 파고들어 비핵화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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