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논란 재점화…"여성 자기 결정권"vs"태아 생명 존중"
'낙태죄 폐지' 논란 재점화…"여성 자기 결정권"vs"태아 생명 존중"
  • 윤아름 기자
  • 승인 2019.03.18 19: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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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낙태죄는 위헌' 의견서 헌재 제출…전문가 "판결에 영향 미칠 것"
‘낙태죄 폐지’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1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의견을 지난 15일 전달했다고 밝혔다. /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낙태죄 폐지’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1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의견을 지난 15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공식적으로 낙태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달 최종 결정을 앞둔 헌재 결정에 인권위의 행보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날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의 기본권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이라며 “헌법과 국제인권규범 등에 근거해 보장받아야 할 행위”라고 말했다.

또 “여성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의 권리, 교육받을 권리를 상실하고, 남성은 하지 않을 경험이라는 점에서 평등권 등을 침해받는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모든 사람은 개인의 사적 사안에 관해 국가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민주 국가에서 임신을 국가가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임신의 중단 역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현행법 상 임신한 여성이 낙태할 경우 형법 제269조(낙태죄)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임신한 여성의 부탁을 받고 낙태 수술을 시행한 의사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인권위에 따르면, 현행법 상 낙태죄는 예외 사유를 제한한 채 낙태 자체를 금지하고 있고, ‘모자보건법 시행령’상 낙태를 허용하는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다. 모자보건법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요건은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정신장애·신체장애가 있는 경우 등 5가지다.

‘낙태죄 폐지’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1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의견을 지난 15일 전달했다고 밝혔다. /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여성단체와 종교단체 등 낙태죄를 찬성·반대하는 집단 간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주장하는 ‘비웨이브(BWAVE)’는 지난 2016년 첫 집회를 시작으로 이달 9일까지 총 19회의 시위를 벌였다.

비웨이브는 “(태아가 아닌) 내가 바로 생명이다”, “내 몸은 내 것이다”, “(헌재는) 낙태죄 위헌 결정을 내놓으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낙태 합법화를 요구했다.

해바라기씨 모양 초콜릿을 뿌리거나 달걀 269개를 깨는 등의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해바라기씨는 임신 7주차 태아의 크기를 상징하며, 달걀 269개는 형법 제269조(낙태죄)를 뜻한다.

비웨이브 회원 A씨(28)는 “여성들은 직접 시위에 나서고, 국민 청원에 서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가로부터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보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도 안 되는 태아를 중시하는 여성혐오 기반의 형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도 세계 여성의 날이었던 이달 8일 집회를 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낙태죄가 여성들의 인권을 억압하고 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인공임신중절 사유를 허락받고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머무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낙태법 폐지를 반대하는 단체의 목소리도 거세다.

프로라이프 교수회·여성회, 생명운동연합 등 종교인들로 구성된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열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태아는 잉태된 순간부터 여성 몸의 일부가 아닌 독립적인 인간”이라며 “태아의 생명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범위 안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임신과 출산의 책임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있다”며 “정부는 아기와 산모를 보호해야 할 남성의 책임을 명확히 법제화하고 구상권 청구, 남성의 양육비 책임법 등 제도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낙태죄 폐지’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1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재판소에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의견을 지난 15일 전달했다고 밝혔다. /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1953년 일본 형법을 참고해 제정된 법안 중 하나인 낙태죄는 65년째 국내 임신중절 시술·수술 일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근방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사회 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고, 중국도 낙태 처벌 조항이 없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의사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여성들은 낙태 사유로 ‘학업·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경제 상태 상 양육이 힘들어서’ 등의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대부분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며 “현행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낙태 사유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적응 사례가 극소수”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헌재는 이미 낙태죄 처벌 관련 조항을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낙태죄를 폐지하게 된다면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었다.

하지만 낙태죄로 형사재판을 받게 된 한 산부인과 의사가 지난 2017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여성가족부도 지난해 헌재에 “여성의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23만5000여 명이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인권위와 여가부, 여성단체 등의 목소리가 헌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헌재는 여론, 정치적 상황, 시대에 부합하는 이념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감안해 판결을 내릴 것”이라며 “인권위 등 유관 단체가 공식적으로 여성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낸 유의미한 사건이기 때문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삼현 교수는 지난 2015년 ‘간통죄’ 폐지 사례를 들며 “성에 대한 선택권을 존중해 간통죄 폐지 결정이 나온 것처럼 낙태죄 또한 국가가 뺏어갔던 임신 선택권을 다시 여성들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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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쓰 2019-03-19 20:26:02
글 잘 읽고 갑니당 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