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단독 인터뷰①] 太 “북한, 쏠 수도 있다”…‘비핵화, 단계별 협상’ 현실적
[태영호 단독 인터뷰①] 太 “북한, 쏠 수도 있다”…‘비핵화, 단계별 협상’ 현실적
  • 여성경제신문
  • 승인 2019.03.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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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협상 중단 고려’ 소식 당일 北 성명 전망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3월15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식당에서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박철중 기자 slownews75@gmail.com

"북한이 (미사일) 쏘겠다고 할 거다. 쏠 수도 있다. 종착점은 추가 핵시설을 내놓는 거다. 북한은 제재를 풀어야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우리와 미국만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북한이 앞으로 성명발표를 어떻게 할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여성경제신문 취재진은 이날 서울 명동의 식당에서 태영호 전 공사와 단독인터뷰를 가졌고, 총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태영호 전 공사는 이러한 답변의 근거로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항상 미국은 핵 의혹을 제기하고, 북한은 처음엔 없다고 발뺌하다가 마지막에 인정하고, 또 발뺌하고, 인정하고 이런 패턴을 반복했다"며 "지난 2002년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북해, 회담 중 슬며시 (북한이 수입한) 특수 알루미늄관의 행방을 물었지만, 화학공장에 썼다는 답변만 들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든 미국이든 다가가서 협상하고 이런 패턴으로 왔는데, (북한이) 너무 많이 써먹었기 때문에 이제는 무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흐름을 이대로 유지해 가면 북한도 푹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지금 정부가 그렇게 하겠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태 전 공사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이 통일을 10년 앞당길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도 그렇고 우리 정부도 그렇고, 지난해까지 김정은이 평화무드로 돌아서면서 모든 게 오리무중이었다. 도대체 핵을 포기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계속 갈피를 못 잡았다"면서 "이번에 그야말로 '빅딜' 즉 일괄타결을 하자 이렇게 나왔는데, 결국은 (김정은이) 물러섰다는 것은 '핵 포기 의사가 없다'라는 게 명백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하노이 회담으로 분명해진 것 중 첫 번째로 '김정은은 비핵화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 명백해진 점을 꼽았다.

태 전 공사는 "우리정부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도가 되어 지난 1년 동안 '김정은이 핵포기 결단을 내렸다'고 계속 선전을 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지금은 청와대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가진 핵자산이 많은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것은 극히 일부인 우라늄 농축 시설이었다"며 "진짜 숨겨진 핵미사일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닌데, 그것도 못 내놓는다는 건 트럼프 판단이 맞았고, '김정은은 비핵화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뿌옇던 안개가 이번에 걷혀져,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두 번째 분명해진 점으로 "김정은이 이번 기회에 상당히 큰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에서는 정상이 직접 나와서 세부사항 가지고 충돌해 본 적이 없었다"며 "협상팀이 먼저 실무단계에서 다해 놓고, 그때 나와서 세레모니하고 사인하고 가면 됐다"며 "지난 시기처럼 할아버지, 아버지 때처럼 '숨기는 방법으로 하면 안 되겠구나' 그런 점을 김정은이 알고 돌아간 게 아주 큰 성과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 박철중 기자 slownews75@gmail.com

태영호 전 공사는 "하노이 회담 후 이런 '분명해진 점'들로 인해, 우리로서는 '비핵화 단계의 여정'이 분명해졌다"며 "'일괄타결'보다는 '단계별 협상'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영변을 없애면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해제하자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어차피 폐기할 영변에는 관심이 없다"며 "지금 관심 있는 것은 핵물질을 생산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런 점이 명백해졌기 때문에 북한도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경협을 얻으려면 핵물질 생산소를 내놓든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인 단계별 협상안을 제시했다. 태 전 공사는 "1단계에서 북한이 핵물질 생산소를 내놓으면 우리는 개성공업단지를 해주고, 2단계에서 미사일 생산기지를 다 없애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제안한 '제재안 5가지'를 해결해주면 된다"고 제시했다. 마지막 단계로 그는 "북한의 진짜 미사일 무기를 다 없애는 안을 올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정부가 자꾸 북한에 따라가는 것 같다. 국내 정치 상황과 연결돼서 그런 건 아닌지. 어떻게 해서든 남북관계에서 성과가 나와야 지지율도 올라가고 하는 구조니까 단기적으로 뭘 자꾸 만들어내곤 하는데”라며 한반도 위기 해법에 대한 포괄적 전략을 중심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행 = 박영철 여성경제신문 대표
정리 = 박철중 기자 slownews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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