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시밭길' 미투 피해자, 여성계 연대로 구제해야
[기자수첩] '가시밭길' 미투 피해자, 여성계 연대로 구제해야
  • 윤아름 기자
  • 승인 2019.03.11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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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여성의 날에는 모든 여성이 웃으며 장미꽃길 걸을 수 있길

‘3·8 세계 여성의 날’이 있었던 지난주, 일부 여성들은 장미로 수놓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여성단체들은 지난 8일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지지하고, 노동 성차별 개선, 여성의 정치·사회·경제 참여율 확대를 촉구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이날 미투 운동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서지현 검사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했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당 수장들은 여성들 앞에서 미투 운동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도 행사에 참석해 “여성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일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가시밭 투쟁이 이어졌다.

한 여성단체는 김기덕 영화감독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성추행, 폭행 등의 의혹을 받은 김 감독은 이 단체에 명예훼손으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를 보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 관계자는 “한 치의 반성도 없이 오히려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를 협박하고 있다”며 “성폭행 실태를 공론화하고 해결방안을 나누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의 피해자들도 여전히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성의 날에 앞서 기자가 만난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모 기업 성폭행 사건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비서 사건 등의 피해자들은 결국 직장을 잃었다”며 “아직 피해자들은 미투를 외치고 있다”고 전했다.

연예계 성 접대 실태를 고발한 후 유명을 달리 한 배우 고(故) 장자연 씨와 장 씨가 겪은 일을 지켜본 유일한 증인 배우 윤지오 씨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의 날 전날인 7일은 장 씨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그가 남긴 일명 ‘장자연 문건’에는 성 접대에 가담한 연예계 관계자들과 성 접대를 받은 사회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장 씨의 소속사 관계자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이에 지난 5일에는 그와 같은 소속사에서 일했던 배우 윤지오 씨가 처음으로 신분을 밝히며 구체적인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목숨을 걸고 13번 증언을 했다"는 그는 여성의 날에도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 두렵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개인 SNS에 적었다.

물론 거리에 나서 “성차별 타파”를 외치는 목소리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피해자들의 시간은 고통 속의 그날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여가부와 여성 단체들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대변해야 한다. 장 씨의 오랜 한(恨)이 풀릴 수 있도록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윤 씨 같은 증인을 보호하는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법의 허점과 권력 뒤에 숨은 가해자들이 심판을 받는 날, 피해자들은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루 빨리 그날이 올 수 있도록 여성계의 연대가 필요하다. 내년 여성의 날에는 모든 여성이 맘 편히 웃으며 장미꽃길을 걸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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