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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저평가되는 사회 분위기 개선돼야…성 평등 노동 시현 위해 달릴 것"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바라본 노동계 성 차별…"학연·지연·혈연보다 강한 남성 카르텔 끊어야"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여성이라서 임금이 낮고, 임금이 낮은 직업엔 여성들만 채용되는 악순환…여성 노동에 대한 가치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여성 동료들을 기리며 여성 노동 환경의 향상을 촉구했던 대규모 시위를 기념한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이 날 성 평등 노동이 시현되는 세상을 꿈꾸며 광화문 광장으로 나섰다. 배 대표는 “우리나라 여성과 남성의 성별임금 격차를 감안하면 여성들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여성들이 연대해서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것, 조기퇴근으로 임금격차에 맞대응 하자는 취지로 3년째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그가 여성 노동자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페미니즘 교지제작단체에 들어선 이후다. 여성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돼 있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배 대표는 1998년 근로자 파견법이 생길 무렵 ‘파견법이 여성 노동자들이 미치는 악영향’이라는 내용의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의 마음에 불씨를 던진 것은 이 소책자를 읽은 한 남학생의 말 한마디였다. 배 대표의 선배였던 한 남학생은 “여성들이 왜 이런(파견법)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느냐?”고 말했고, 그는 이를 계기로 여성의 노동이 남성의 노동과 동등한 가치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배 대표는 “이후 IMF사태가 터지면서 일터에서 가장 먼저 쫓겨나는 무수한 여성 노동자들을 직접 목격하게 됐다”며 “그 일(IMF 사태)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 노동자들을 저평가 하고 있는 기조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뛰어든 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 그는 올해로 21년째 일을 하고 있다. 전국에 11개 지부를 두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여성 노동 상담, 여성노동 관련법 제·개정 운동, 여성노동문제 사회 이슈화 등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일에 앞장서고 있다. 

배 대표는 “1987년 당시 전국 각지, 각 사업장에 흩어져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아 세상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조직됐다”며 “노동 상담을 통해 현장을 파악하고, 개선할 방향이 무엇인가를 논의한 뒤 정책 반영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채용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사회적 문제로 대두시키겠다는 목표를 삼았다. 배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성 평등 노동이 시현되는 세상을 추구한다”며 “채용 성차별을 시작으로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배 대표는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된 ‘미투(Me too)’ 캠페인이 성차별 해소를 위한 문을 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장 노동자들이 ‘성희롱을 당했을 때 그만하라고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이야기를 하시고, 센터에 상담을 하러 오는 분들께서도 예전과 달리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냐’,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 등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신다”며 “미투 캠페인을 통해 성차별, 성희롱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고, 결국에는 성차별이 비상식적으로 여겨지는 사회도 도래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희정 비서 성폭행 사건, 한샘 성폭행 사건 등의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고통을 받고 있고, 수많은 남성들이 일상적으로 행했던 각종 성추행, 성차별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 나아가 사회에서도 동등한 성 평등 조직문화가 조성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그는 우선 비정상적인 회식 문화인 2차 접대(룸살롱 접대 등)가 근절되고, 성 평등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배 대표는 “학연·지연·혈연보다 강한 게 남성 카르텔이라는 말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술자리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관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여성들은 조직에서 계속 변방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을 성적 대상이 아닌 동료로 인식하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쉬운 일은 여성 동료를 ‘여성’이 아닌 그냥 ‘동료’로만 보는 태도”라며 “성적 프레임을 씌우지 않고 사람으로 인지하는 노력만 한다면 결국에는 모든 성 차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배 대표는 이 같은 직장 내 성폭력은 성 차별적인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폭력, 임금격차,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꾸밈노동, 호칭 등 모든 문제는 성 차별에서 시작됐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터에서 여성들을 ‘아가씨’라고 부르고, 반말을 하며, 임금을 적게 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배 대표는 “여성이라서 저임금이고, 저임금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채용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여자니까 그 정도 줘도 돼’, ‘여자니까 괜찮다’, ‘여자가 하는 일은 힘든 일이 아니다’는 등의 생각이 사회에 박혀 뿌리가 뽑히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방 노동자와 남성 요리사를 예로 들며 “여성 주방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만도 못한 급여를 받고, 비정규직으로 고강도 노동을 했는데 남성이 요리를 하니 ‘셰프’라며 전문직 대우를 해주고 있지 않냐”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융권 이슈였던 ‘은행권 성차별 채용·유리천장’에 대해서도 “갈 길이 멀다”고 봤다.

배 대표는 “지난해 5대 은행 정규직 채용 성비는 7대 3 수준”이라며 “은행들은 ‘전체 성비를 맞추겠다'며 비정규직에는 여성을 선발하고, 정규직에는 남성들을 선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금융사를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여성 승진 비율이 조금 더 늘었을 뿐이었다”며 “비교집단을 동시대의 남성이 아니라 과거의 여성들로 삼는 것 또한 심각한 성차별”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umi@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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