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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황교안 대표에게 보내는 국민의 편지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03.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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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와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교안은 곡예사 같았다. 탄핵 정국 때는 간장이 타는 줄 알았을 것이다. 백척간두에 선 임명권자를 구해낼 수도 없었고, 달구어진 촛불의 뜨거움을 거스를 수도 없었다. 일생일대의 시련이었지만, 오직 법과 제도만을 붙잡고 시류에 몸을 맡겼다. 법이 보장한 행정의 영역은 쓰나미를 막아주었다. 국회와 헌재로 이어지는 탄핵절차는 자신의 권한과 책임 밖의 물길로 돌릴 수 있었다.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돼도 관여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렇게 탄핵 국면이 정리되자 정계 입문의 유혹을 누르고 세상의 관심 밖으로 나가 거센 물결을 피했으며, 칩거에 들어가 소용돌이치는 정치상황을 먼 발치에서 예의 주시할 수 있었다.

당시 한국당은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표류했고, 무기력과 내분으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집권세력의 거친 기세와 경제적 헛발질로 보수의 분노지수는 높아졌고, 무기력한 한국당의 역할과 국민들의 기대는 겉돌았다. 한국당을 지휘할 지휘체제에 대한 갈증도 늘어났다.

마침내 황교안은 준비해온 활의 시위를 당겼다.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뽑는 기회가 온 것이다. 여론조사의 인기도도 최고라지 않은가. 후보 예상자들을 훑어봐도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 섰다. 모험이 따르겠지만 화살은 관성처럼 정치의 과녁으로 향했다.

황교안은 내내 흔들리지 말자고 다짐했다. 병역 문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홀대설이 불거져도 조심스럽게 해명했다. 오세훈 후보의 수도권 장악력 과시와 태극기를 두른 김진태 후보의 극우적 공세가 드세도 말을 아끼며 차분히 대응했다. 휘말리지 않고 내강의 페이스를 견지한다는 전략이었다.

황교안이 입당 43일 만에 한국당 대표로 당선된 강점은 네가지였다. 첫째, 안정감이 있으면서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성실한 인상, 둘째,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한 중량감, 셋째, 당내 친박세력과 일부 비박의 지지, 넷째, 통진당 헤체 등 보수성향에 대한 반진보세력의 지지였다.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정치인 황교안 대표가 심은 긍정적인 이미지는 단연 절제와 금도였다. 날카로운 공격에도 원론으로 응수하며 인내하는 내공을 보였다. 독실한 종교적 신앙심과 오랜 공직생활에서 체화된 성정일 것이다. 오세훈, 김진태 후보의 박근혜 대통령과 탄핵 및 테블릿 PC 관련한 날카로운 공세에도 절차상의 하자와 조작 의문만을 최소한으로 언급하며 확전을 피했다. 그러면서 과거보다 미래로 향하자고 거듭거듭 유도했다. 한국 정치권에서 노상 보여온 진흙탕 싸움을 일정 부분 피해간 경선 양상은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황교안 대표가 보이지 못한 가능성의 정치학은 두고두고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정치의 힘은 포용과 진군에 있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장악력의 카리스마와 전진의 비젼을 과시하지 못한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성장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서 김무성, 홍준표 전 대표 등의 세력을 어떻게든 포용해야 당이 하나로 뭉친다. 특히 일반 여론조사에서 50.2%를 얻은 오세훈 전 시장과 비록 3위를 기록했지만 첨병(point man)처럼 태극기 앞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김진태 의원을 우군화하는 일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황 대표 리더십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외부에서 들어온 황 대표가 드센 텃세와 분파작용을 이기고 오히려 끌어안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정치력에 달렸다. 부지런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만나는 사람들을 가급적 우호적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이다. 감동적인 진로를 제시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력을 발휘해야 분파적 움직임도 다스려진다. 황 대표는 이제 책상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는 가장 바쁜 정치인이 돼야 하며, 그래야 성공의 길이 트일 것이다.

정당 안에서 분파가 조장되는 일은 예삿일이고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당의 경우 김무성, 유승민의 이른바 배신의 정치 이래 친박과 비박 간의 곬이 너무 깊어서 대통령 탄핵으로 치닫는 등 격한 분쟁으로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문제는 그런 당내분쟁에 개인주의가 덧씌워져서 경쟁자를 헐뜯고 공격하는 비열한 정치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 지도부가 출범했는데도 김진태 의원은 당의 힘에 보태려는 자세보다 당의 주력과는 별도의 행보인 태극기 부대 앞에서 아직도 지지를 외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벌써부터 21대 총선에 광진 을에서 출마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당을 재건하는 데에 힘을  합치는 의욕은 보이지 않는다. 정당이 정치 이념과 행로를 함께하는 집단이라는 기본에 비추어보면 그런 행태들은 국민의 눈에는 개인 정치에 더 몰입하는 일종의 어깃장이다. 황교안 대표가 그런 곁가지들을 어떻게 한데 모아 당력으로 에너지화 하느냐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아직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력을 확보하지 못한 단계에서 포용력에는 자기 희생이 좋은 밑거름이 된다. 오세훈을 곁에 두면 대권 경쟁자를 돕는 꼴이라든지, 김진태를 감싸면 작은 호랑이를 키우는 격이라는 정치공학적 우려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꺼끄러운 두 잠룡과 손을 잡으면 당은 활기를 얻게 되고, 황 대표의 리더십은 새롭게 평가될 것이다. 호랑이를 무서워만 할 게 아니고, 등에 올라 타는 한 차원 위의 기지와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링컨과 오바마가 경쟁자들을 국무장관에 임용해서 괄목할 성과를 얻었음은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당 총재 시절 정무회의를 최장 12시간 동안이나 끈질기게 주재해 당론을 겨우 이끌어내곤 했다. 엄혹한 권위주의 통치 아래에서 당내는 김대중, 이철승, 유진산 계로 나뉘어져 심각하게 겨루던 상황이었다. 당내 화합은 그런 진지한 토론과 진통을 겪어서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황교안 대표에게 무엇보다 어려운 과제는 거대한 여권의 벽을 극복하는 일이다. 상대는 막강한 권력과 방대한 조직, 능란한 선전술로 무장해 있다. 섣불리 힘으로 대항하려 하다가는 승산이 없다. 여권보다 한 수 높은 고도의 전략만이 길을 밝혀 줄 것이다.

물론 여권이 여러가지 경제정책에서 국민을 실망시켰다. 소득성장경제의 실험으로 경기침체와 서민경제의 악화를 불렀다. 성장을 주도할 동력개발은 미약하고, 선심성 퍼주기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시책을 들추어 시정하려는 노력은 야권의 역할이다. 황 대표도 취임연설 등에서 문재인 정권의 실책과 싸우겠다는 결기를 다졌다.

그러나 그정도로는 탄핵정국으로 추락한 한국당의 지지를 높여 집권 대안당으로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올리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도록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서 눈에 번쩍 띄는 대안까지를 생산해 내놓아야 국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 국민의 감동을 얻을 정책개발이 한국당이 일어설 요체이며, 국제경제의 어려움 속에 처한 나라에 도움을 주는 일이다. 오랜 집권경험이 있는 만큼 못할 일은 아니다. 당력의 집중이 모자랄 뿐이다.

황교안 대표의 정치적 성공은 한국당의 지지회복에 닿아있다. 한국당이 일어서면 황 대표도 성장한다. 당을 추스려 당력이 솟으면 대표에게도 카리스마가 붙고, 분파에 함몰되면 당도 지리멸렬해진다. 그 결산서는 내년 4월 15일 제 21대 총선거에서 나올 것이다.

황교안 대표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눈을 쉬지 않고 깜빡거리는 세세한 지혜로는 대세를 장악하기 어렵다. 황 대표가 희생과 용기, 설득과 포용, 응집과 전진, 그리고 황야를 황금빛 옥토로 만들겠다는 발군의 개척정신으로 한국의 정치와 국운을 이끌어나갈 수 있느냐를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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