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식 칼럼] '불신과 갈등의 사회' 부추기는 5·18망언
[송하식 칼럼] '불신과 갈등의 사회' 부추기는 5·18망언
  • 송하식(언론인)
  • 승인 2019.02.24 21: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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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촉발한 5·18 폄훼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립현충원을 가리키는 교통안내판에 쓰인 ‘정숙’ 두 글자 앞에서 이 나라 정치수준이 겸연쩍고 부끄럽다./ 송하식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2월 20일 5·18 민주화운동 관련 광주지역 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위대한 역사를 왜곡·폄훼하는 일부 망언이 계속된 데 대해 분노를 느낀다. 진상규명은 끝까지 이뤄져야 하며, 5·18 역사왜곡·폄훼 시도에 대해서는 저도 함께 맞서겠다. 상처받은 5·18 영령과 희생자, 광주 시민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 이틀 전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5·18 망언은 민주화 역사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5·18 망언 논란은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던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때 자유한국당 의원 3명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5·18문제에서만큼은 우리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김진태 의원),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 논리적으로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란 것을 밝혀내야 한다.”(이종명 의원),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김순례 의원)

다음날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공식입장 발표는 파문을 확산시켰다. 급기야 여야 4당의 5·18망언에 대한 징계 요구가 이어졌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12일 대국민사과 기자간담회를 마련, “지난 39년간 여러 차례 국가기관 조사를 통해 근거가 없음이 확인된 ‘5·18 북한군 개입설’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보수를 넘어 국민을 욕보이는 행위다. 공당의 국회의원들이 이런 주장에 판을 깔아주는 행동도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5·18 희생자, 유가족과 광주시민들에게 당을 대표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난 14일 자유한국당이 자체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종명 제명, 김진태·김순례 징계유예’를 결정하자 여야 4당이 “꼼수 징계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내며 5·18망언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살펴보면 5·18 망언은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케케묵은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다시 꺼내 들고 나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의 입을 통해 5·18은 북한 특수군이 투입된 폭동이라고 주장하고 이들 정치인은 이에 응수하여 5·18 민주화를 왜곡하고 폄훼하려 했던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27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역 유세전이 한창이다. 합동연설회장에서는 소위 ‘태극기 부대’가 5·18망언으로 지탄받고 있는 김진태를 연호하고 있다. 이들은 믿고 싶은 뉴스만을 찾고 나머진 모두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사람들이다.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고 막말 정치를 하는 행태는 억지주장과 역사왜곡을 일삼는 일본 정치인들의 우경화와 너무나 닮은꼴이다. 

“5·18 유공자들이 가스·전기요금 감면과 국내선 항공기 요금 반값 할인, 병역 면제 등의 혜택을 누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이해찬 민주당 대표, 추미애 민주당 전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이름이 유공자 명단에 들어 있다.” 이 같은 5·18관련 가짜뉴스는 인터넷 커뮤니티·SNS 등온라인에서 판을 친다.  

다음의 다섯 가지는 중앙일보의 팩트체크 보도내용이다. ⓵ 5·18민주화 운동은 이미 법적·역사적 평가가 확립됐고 지만원씨의 북한군 개입 주장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⓶ 당시 광주에 가지 않은 정치인이더라도 3가지 대상요건에 들면 5·18 유공자가 될 수 있다. ⓷ 5·18 유공자들이 참전용사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지는 않는다. ⓸보훈처가 5·18 유공자 명단만을 숨기는 게 아니라 모든 국가유공자는 법원 판결과 관련 법률에 따라 비공개가 원칙이다. ⑤ 5·18유공자가 계속 느는 이유는 새로운 피해사실이 나오거나 사실입증으로 추가된 것이다. 

이번 사례처럼 우리 사회는 상호 불신의 골이 깊어 불필요한 갈등을 양산하는 구조다. ‘현대 한국인이 치르는 5개 생활갈등’제하의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①이념 갈등 ②지역 갈등 ③일자리 갈등 ④세대 갈등 ⑤성별 갈등 등 5개의 생활 갈등을 치르고 있으며, 그로 인한 연간 경제적 기회비용이 82조~246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기회비용은 1990년대 중반이후 악화일로에 있는 자살률·범죄율·이혼율 등 사회 갈등 지표에 기초하여 추정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사회가 불신의 벽을 낮추어 갈등지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떨어뜨린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21%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전통가옥에는 대문이 없다. 대신 정낭이란 게 있어, 집 입구 양쪽에 구멍을 뚫은 돌을 세우고 나무를 가로 걸쳐놓았다. 정낭 하나가 걸려 있으면 집주인이 잠시 집을 비운 동안에 가축이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두 개면 집주인이 이웃 마을에 간 것이고, 셋이면 집주인이 출타 중으로 며칠 지나서야 돌아온다는 표시다. 예로부터 제주도에는 도둑·거지·대문이 없다고 한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도 있겠지만, 주민들이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근검·절약·상부상조를 미덕으로 삼아서 도적질하지도, 구걸하지도 않아 대문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국민이 서로 믿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데 정치력이 모아져야 한다. 자신들의 텃밭을 지키기 위해 정국을 대립구도로 몰아가서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지겹게 보아온 후진적 정치행태일 뿐이다. 정치가 우리사회의 갈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해소하기만 해도 지금의 경제난과 민생문제는 훨씬 수월하게 풀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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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우 2019-02-25 15:58:43
공감합니다~~
특히 없어져야 할 지역갈등도 기득권을 유지하기위한 정치인들의 술수에서 나온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