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식 칼럼] 역전세난, 당신은 안전합니까?
[송하식 칼럼] 역전세난, 당신은 안전합니까?
  • 송하식(언론인)
  • 승인 2019.02.14 19: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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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전세 가격마저 하락하면서 서울에서도 전세 만기 때 세입자에게 일부 전세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 남산 순환도로에서 내려다 본 용산구 일대 주택가. / 송하식 칼럼니스트

지난해부터 전세가격이 하락세를 이어오던 가운데 올 연초부터 주택가격마저 급락세를 보이면서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부동산 대란' 우려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언론에서 연일 깡통주택과 역전세난 보도를 쏟아내자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식시장에서처럼 '공포지수'가 오르고 있다. 부동산 대출규제, 다주택자 중과세, 그리고 공시지가 현실화와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으로 부동산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어가던 차에 '역전세난'한파가 몰려온 것이다.

역전세난은 세입자 입장에서 좋은 일이어서 계약갱신 때 전세보증금을 깎거나 그렇지 않으면 전세보증금을 빼서 더 나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다. 집주인은 2년 만기 전세계약 체결 당시 전세보증금이 현 시세보다 높았기 때문에 세입자를 붙들기 위해서는 그 차액을 돌려주거나 또는 차액만큼 거꾸로 세입자에게 월세를 주는 ‘역월세’로 대처해야 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주택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주택거래마저 발길이 끊기면 세입자에게도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특히 깡통주택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 대출금과 전세금 합이 집값의 80%를 넘으면 경매를 통해 청산하더라도 남은 게 없는 깡통주택이다. 금융기관이나 전세입자가 각각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회수하기 위해 경매를 청구하게 되면 후순위 권리는 선순위에 밀려 배당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가폭락 때 증권회사가 깡통계좌 발생을 줄이기 위해 반대매매에 들어가는 경우와 비슷하다.

이 같은 상황을 크게 염려해서 일까. 한국은행은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을 이미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발표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처럼 20% 급락을 가정했을 때 보유 금융자산만으로 전세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줄 수 있는 임대 가구의 비율은 47.0%, 금융자산과 합쳐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임대 가구는 31.4%,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돈을 마련해야 하는 가구는 14.5%였다. 나머지 7.1%는 담보능력이 없어 고리 사채를 동원해야 가능했다. 또한 다주택 임대가구의 경우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더 많은 가구가 34.2%, 1주택 임대가구가 15.0%에 달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과 전세금을 최대한 끼고 있는 소위 ‘갭 투자’주택의 전세보증금 상환능력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갭 투자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산 후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전세가격의 하향안정세는 임대가구의 전세자금 상환능력과 전세자금 대출에 부정적 영향이 적은 것으로 평가했지만, 향후 전세가격 급락세는 부채가 더 많은 다주택 임대가구와 담보능력이 없는 임대가구에서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대로 2018년 이후 전세가격 하락 움직임은 임차비용 감소·갭 투자 유인 축소와 함께 전세·매매 시장 안정에 긍정적이겠으나 단기간 빠르게 하락할 경우에는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증대시켜 관련대출의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2013~2017년 중 전세가격은 전국적으로 15.7% 상승한 가운데 지방(9.2%)보다는 서울(23.1%) 등 수도권(23.3%) 지역이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아파트 준공물량이 연평균 31.6만호를 웃돌고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경기부진까지 겹치면서 전세가격은 ‘입주 쓰나미’와 동시에 하락세로 반전됐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년 전에 비해 평균 2.67%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월말 기준 17개 광역시·도를 조사한 결과 울산이 13.63%로 하락폭이 가장 컸고 경남(-11.29%) 경북(-8.10%) 충남(-7.08%) 세종(-5.47%) 충북(-4.01%) 제주(-3.71%) 경기(-3.6%) 강원(-2.62%) 부산(-2.36%) 인천(-0.26%) 등의 순이다. 경기도는 전체 28개 시 가운데 21곳이 하락했다.  경기 안성(-13.47%) 안산(-14.41%) 평택(-11.08%) 오산(-10.05%) 등이 하락폭 두 자릿수에 달했다. 서울 강남 불패 신화도 무너졌다. 서초(-3.86%), 송파(-0.88%) 용산(-0.56%) 도봉(-0.40%) 노원(-0.06%) 등도 역전세난의 사정권에 들었다.

전국 주택가격 하락은 2018년 12월(-0.01%), 2019년 1월(-0.15%) 두 달 연속 하락폭을 키우며 지속되고 있다. 월간기준으로 주택가격이 떨어진 것은 서울의 경우 4년6개월만의 일이다. 통계상으론 변동 폭이 적다고는 할 수 있겠으나 실제 집값이 1년 전 가격으로 환원된 곳이 많다고 한다. 단순 퍼센트를 보고 말할 게 아니라 그 추세를 봐야 한다.

역전세와 깡통전세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 까. 내가 사는 거주공간은 누구나 큰 목돈이 들어간 재산목록 1호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량물건을 피해가야 할 것이다. 부동산 권리분석이 매우 중요해진 때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자세히 살피고 다른 세입자를 확인하는 등 임장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전세자금 대출과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이 불가능한 전세물건은 아예 외면하라. 계약만료 3개월 전에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반드시 요구하라. 그렇지 않으면 묵시적인 계약갱신으로 인정돼 전세금을 뺄 수 없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원룸과 같은 다가구 주택은 보증요율이 너무 비싸거나 전세보증상품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선순위 채권이 많은 주택은 철썩 같이 믿었던 확정일자마저 무용지물일 수 있다.

지금의 주택가격과 전세가격 동반 하락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세 번째. 이는 부동산 경기 10년 주기설과 궤를 같이 하여 앞으로의 부동산 경기침체가 간단치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8년 3월말 현재 전·월세보증금 규모는 모두 687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8년 9월말 현재 금융부문의 가계 부채 1515조원과 더하면 모두 2200조원이 넘는다. 이 두 가지는 상호 연관성이 커서 연쇄부실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금융과 실물경기의 복합불황 때문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 자산가격 붕괴의 외우내환이 겹치게 되면 과거 일본과 매우 유사하여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호미를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피하려면 지금의 역전세난을 허투루 보지 말고 플랜B를 세워야 한다. 정부가 오는 19일 예정했던 역전세난 대책회의를 취소한 것은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보는 때문인 것 같다. 문재인 정부에게는 '만일~'을 생각하는 치밀함이 없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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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아시 2019-02-17 19:41:13
예리한 분석에 동감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만일의 플랜B를 수립하는 지혜를 가져야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