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 칼럼] 명분과 세금 사이
[박영철 칼럼] 명분과 세금 사이
  • 박영철 기자
  • 승인 2019.02.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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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시내의 모습 /연합뉴스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땅값(표준지 공시지가)가 11년 만에 9.42%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12일 고시한 ‘2019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그렇다는 얘기다. 2008년 9.63% 인상 이후 11년 만에 최대 폭 상승이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개별 토지 공시지가를 산정하는 기준이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 산정자료로 활용된다. 4월30일 발표 예정인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역시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지가가 오르면 부동산 관련 세금도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부동산 세금을 많이 올리는 것에 대해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시세반영률을 현실화시켰다고 설명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이 원칙이니. 문제는 인상 폭과 속도다. 11년 만의 최대치니 이 정도면 인상 폭이 꽤 큰 게 사실이다. 속도도 이 정도면 5G급이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과연 이 말이 맞는지 하나하나 짚어보자. 세금은 잘 거둬 잘 쓰면 소득분배를 바로잡는 순기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공시지가가 대폭 오르면 정부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세금을 잘 쓰고 있는지에 대해선 국민적 신뢰가 높다고 할 순 없다. 정부는 이번에 추가로 더 거두는 세금 분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주기 바란다.

세금을 거두더라도 거래 실종은 좀 풀어놓고 돈을 받기 바란다. 정부가 워낙 부동산 거래 자체가 안 되게 꽁꽁 묶어놓은 탓에, 세금을 내려고 해도 돈이 없어 세금을 제때 내기 어려운 사람이 적지 않다. 현금성 자산 없이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노인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런저런 다양한 처지의 국민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세금 인상 폭과 시기를 섬세하기 조절해주기 바란다. 명분이 아무리 좋더라도 세금을 올리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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