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2.15 금 20:40
  •  
HOME 사설·칼럼 노트북온
[기자수첩] 금융공기업이 금융권 '유리천장' 깨뜨리기 앞장서야

얼마 전 A모 금융공기업이 여성 임원을 대거 승진시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받았다.

'유리천장을 깼다'고 자부한 해당 공기업의 여성 임원 승진 인원은 6명이었다. 1급 승진 임원은 한명도 없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A 공기업의 상임임원 7명은 모두 남성, 1급 직원 57명도 모두 남성이었다. 2급은 남성이 177명, 여성은 2명(1%)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근속년수는 남성이 여성 직원들보다 평균 8년가량 더 길었다.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성이 고위 임원(상임임원, 1급)을 맡고 있는 금융공기업은 전무할 정도였다.

B모 금융공기업은 상임임원 7명이 모두 남성, 1급 14명도 모두 남성이었다. C모 금융공기업 또한 상임임원 7명 모두가 남성, 1급 16명이 모두 남성이었다. D모 금융공기업은 상임임원 6명이 모두 남성, 1급은 남성 18명, 여성 1명이었고, E모 금융공기업은 상임임원 중 6명이 남성, 2명은 여성, 1급 직원 중 24명이 남성, 1명은 여성이었다.

국책은행도 비슷했다. 상임임원은 모두 남성이었으며 1급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은 5% 미만이었다.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동등한 축에 속하는 것은 신규채용이 유일했다. 최근 3년 간 A 공기업의 여성 채용 비율은 50%를 상회했고, 타 금융공기업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재 공기업들은 남녀고용평등법에 의거해 신규채용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여성 구직자들은 공기업 입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금융공기업이 여성들에게 더 나은 직장일 것’이라는 환상과 달리 실상은 전혀 녹록치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일반 금융사와 비교했을 때 금융공기업이 여성들에게 더 동등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상으로 오를 기회 또한 여성 직원들에게 동등하게 제공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수백명에 이르는 남성들이 요직에 오를 동안 그에 견줄만한 여성이 단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전제가 성립될 리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금융공기업들은 여성들에게 대문만 활짝 열어주고, 정작 안방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유리천장’을 깨부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성 평등에 대한 개념이 우리나라보다 수십년 먼저 언급됐던 해외 몇몇 나라들 또한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더구나 금융권은 남성중심의 조직 문화가 우세한 대표적 집단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 시중은행의 ‘성차별 채용’ 논란이 쏘아 올린 성 불평등에 대한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직장 내 성차별’과 ‘유리천장’에 대한 문제의식도 고개를 든다. 이제 금융공기업들은 여성 직원들에게 드리워진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뜨리고 실력 있는 여성 인재들이 천장 위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권은 성차별이 심하다’는 선입견을 없애는 것 또한 금융공기업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2019년, 금융권 성평등을 이끄는 금융공기업들의 솔선수범을 기대해 본다.

윤아름 기자  aruumi@seoulmedia.co.kr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아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