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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국가여! 정쟁이 몰고 올 혼돈에 대비하고 있는가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02.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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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 사거리를 걷고 있는 시민들 너머로 세종대왕과 청와대가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사회가 극심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갈 조짐이 보인다. 건전하게 경쟁하는 정도를 훨씬 넘어 난장판을 벌이는 큰 혼란이 어른거리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은 극에 달할 것이고, 정치권의 충돌과 대중의 소요로 국가의 기능도 부분적으로 마비되거나 힘이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런 사회적 비용은 쇠고기 파동과 탄핵 사태 때 경험해 봐서 쉽게 짐작이 간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유죄선고와 손혜원 의원의 이해충돌 스캔들 등 몇몇 정치적 사태에 대처하는 여권의 강공 모드가 그런 혼란의 개연성을 암시한다. 김경수 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민주당은 벌떼처럼 일어나 성창호 재판장과 사법부를 “적폐세력의 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 난타했다. 야권에서 대통령의 관련성을 제기하면서 대통령 수사 가능성도 언급하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탄핵세력이 감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불복으로 대하느냐”면서 선동성이 짙은 격한 언어로 맹공을 퍼부었다. 시비곡직을 따지기보다 정치성을 덮어씌우는 여권의 전략은 사법부 압박과 야권에 재갈물리기라고 반발하는 야권의 저항을 불렀고, 이는 정치계절을 앞둔 여야의 피할 수 없는 격전의 전초전이 되었다.

드루킹 사건과 연루된 김경수 지사 판결에 민주당이 최강수로 반응하는 이유가 대통령과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돼 있어서 여권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배수의 진일 것이다. 앞으로 국회 일정의 협상에서도 강대강 노선 대결이 예상된다.  법정공판의 전후에 법원 앞에서 거친 함성으로 유,무죄를 연호하는 부대와 그런 행태를 정리하지 못하는 현실은 수면 아래에 잠재한 더 큰 개연성의 일각을 보는 듯하다. 상고심과 대법원 판결을 의식한 압박도 얼마나 거셀지 걱정스럽다.

한국당도 대여 투쟁에 호재를 만난 형국이라 좀처럼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들의 선명성과 투쟁 역량을 겨루는데 좋은 화두가 되지 않겠는가? 전당대회 이후에도 새 지도체제는 강한 대여전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문제를 날카로운 화살의 과녁으로 삼을 것이며, 내년의 총선과 다음 대선에까지도 이어질 것이다.

집권 진영에서는 기회만 있으면 촛불혁명을 언급해서 지지세력의 결집과 대중의 응원을 간접으로 호소한다. 이는 나라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불안을 높인다는 부정적인 우려를 낳는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경제적인 악재로 서서히 평형으로 이동하는 추세와 태극기 세력의 꾸준한 기지개가 모아져 촛불에 대항하고 나서면 두 세력의 맞대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작은 시비에서 불붙는 물리적 충돌도 걱정이며, 물리적이 아니라도 타협이 실종된 유무형의 태풍급 맞딱뜨림은 나라의 비용이고 손실이다.

타협과 협상의 실종은 문재인 정권 내내 회복될 성 싶지 않다. 문 대통령의 편집성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한동안 높은 지지로 출범한 정권의 태생적 체질이 집권세력의 오만을 키웠다는 분석도 무시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를 묵살하는 등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 행보와 야당의 요구를 백안시하는 일방적인 태도는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집권층의 독주는 사회적 갈등의 해소 앞에 깊이 박힌 걸림돌이다. 나라의 다양한 이해는 정당을 통해 수렴돼 국회에서 용해되면서 생산적으로 발전해야 되는데, 그러한 의회의 여과과정이 잠자거나 파행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목소리 큰 정치인들의 비이성적인 주장과 진영논리, 변명만이 활개를 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이 일으킨 역겨운 소란도 사법기관과 의회에서 절차에 따라 차분히 가려지면 명쾌할 일이었다. 그러나 국회의 상임위와 특별 세션은 배제되고, 본인이 나서서 의혹을 증폭시키는 정치쇼에 둘러리를 서 주는 등 집권당이 방조하므로서 국회와 정당, 지역과 관련기관들의 품격에 두루 먹칠을 하고, 상처를 주었다. 본인은 지역과 문화재를 들먹이며 선의로 포장하지만 국민의 상식은 손 의원의 언행이 얼마나 삿된 행태인지를 빤히 보면서 놀래고 있었다. 직위를 이용해 사적인 무대를 확장해온 더럽고 노훼한 일탈로 비춰져 서영교, 김성태 의원 등의 청탁의혹과 함께 국가를 이용해 사욕을 채운 부패의 고약한 악취를 풍겼다.

국가적인 시각으로 볼 때 한국당의 전당대회는 보수성향 시민들의 성에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나라의 운영에 대한 비전은 희미하고, 경쟁자를 헐뜯고 매도하는 악담만 횡행한다. 과거의 이력이나 계보, 투지가 뭐 그리 중요한가? 안보나 경제가 누란의 위기를 맞았는데 이를 헤쳐나갈 구체적인 설계에 집중하는 모습과, 악천후 아래에서도 밀고나갈 강한 리더십이 중요하지 않은가. 탄핵사태 후 바닥으로 추락했던 제1야당이 건전하게 재건축돼야 정부-여당과 건전한 경쟁을 벌이므로서 국가가 튼실해지고, 정부와 여당은 물론 국회와 정당, 국민들이 모두 안정된 활동을 펼 수 있다.

국가는 국민이고, 국민은 국가이다. 국민들이 국가를 세우고 떠받들며, 국가가 바르게 서있어야 국민들의 삶이 온전하다. 나라가 정쟁에 휩쓸리면 국가는 흔들리고, 국가가 불안하면 발전하지 못하고 쇠락한다. 나라 안에서 민주의 탈을 쓴 정쟁이 횡행하면 누가 이를 바로잡을 것인가?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인들뿐 아니라 많은 이해집단들, 그에 동조하는 이들이 정치에 지나치게 깊이 물들어 있다. 정책이나 사안의 성격을 불문하고 특정한 세력을 무조건 지지하고 편드는 성향을 보인다. 이들에게는 정치에 아예 무관심한 층과 함께 국가의 미래를 기대할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들은 정쟁에도 이리저리 휘둘린다. 따라서 정쟁의 혼란을 예방하고 견제할 국민은 제 3의 영역에서 찾아야 하며, 그들은 정치에 노출되지 않은 채 거대한 실체로 엄존하는 공중이다.

공중은 대중과 달리 시류에 가볍게 흔들리지 않는다. 사안을 건전하게 판단할 수 있는 상식을 갖추고 있고, 명분과 주관을 중시하는 층이다. 대중사회의 속성에 익숙하면서도 나름 뚜렷한 주관이 세워져 있어 함부로 휩쓸리지 않는다. 정치에 기웃거리는 폴리패서에 대해서도 거리를 두며, 성공의 기회를 무조건 거부한다고 볼 수 없어도 처신에 신중하려고 노력한다. 겉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한국사회에 빙산처럼 수면 아래 두껍게 자리하고 있다. 나라의 중심을 잡는 소중한 자산이며, 한국의 내공이다.

공중은 사회의 모든 단위에 잠재해 있다가 어떤 특별한 사안에 대한 태도와 규범으로 작용한다. 가정과 직장, 단체와 조직에 스며있다가 중심을 잡아주고 방향을 제시한다. 심지어 정치 조직이나 기구에도, 또 좌우로 갈린 언론에도 부분적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공중이 미약하거나 밀리면 사회라는 배는 언덕 위로 오를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고뇌는 거기에 있다.

국가여! 사회가 바람에 흔들리는 대중에 의해서가 아니고, 양식으로 판단하는 듬직한 공중에 의해 지탱되고 전진해야 되지 않겠는가? 정치에 함몰된 세력이 아니고, 편견없이 나라의 현실과 미래를 고민하는 건전한 국민들에게 희망이 있다. 이러한 건전성을 고무하고, 모으는 일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송장길(언론인·수필가)  womaneconom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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