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드라마 속 '기습 스킨십' 장면 사라져야
[기자수첩] 드라마 속 '기습 스킨십' 장면 사라져야
  • 윤아름 기자
  • 승인 2019.02.07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주말,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는 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를 봤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남자는 떠나려는 여자의 손목을 붙잡고 거칠게 돌려 세우며 이별을 부정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드라마를 보면서 남자가 여자를 힘으로 제압해 애정을 표현하는 장면을 수없이 봐왔다.

이별을 요구하는 여성의 손목이나 어깨를 잡아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하거나 벽으로 밀쳐 팔로 가두는 식이었다. 지난해 방영된 ‘그 남자 오수’라는 드라마에선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벽에다 밀친 후 기습 키스를 하는 장면도 나왔었다. 이 폭력적인 장면들은 ‘박력 스킨십’, ‘벽치기’라는 이름의 로맨스로 포장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해 발표한 ‘드라마 모니터링 결과 자료집-손목잡기, 벽치기, 기습키스 심쿵 아닌 폭력’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18년 6월에 방영한 120개 드라마 중 로맨스를 가장한 폭력행위는 총 739건이었다.

그 중 손목 낚아채기, 기습키스, 기습 포옹 등의 강제적 신체접촉이 425건(57.51%)으로 가장 많았고, 짧은 치마를 입지 못하게 하는 등 옷차림을 간섭하거나 연락을 제때 받으라고 강요하는 등의 행동통제도 104건(14.7%)이나 됐다.

이 밖에도 기타(잠자는 여성을 보고 침을 삼키는 장면 등) 70건(9.48%), 스토킹 62건(8.38%), 언어폭력 56건(7.57%), 납치·억지로 차에 태워 운전 14건(1.89%), 기물파손·물건 부수기 8건(1.08%) 순으로 문제점이 나왔다.

이같이 로맨스로 둔갑한 데이트폭력은 드라마 속에서 미운 정이 들거나, 안정적인 애정관계로 거듭나기 위한 단계 중 하나 쯤으로 취급되고 있다. 심지어는 ‘나쁜 남자’랍시고 일부러 여성을 폭력적으로 대하기도 한다. 일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연예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나는 상남자다” 따위의 망발을 지껄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문화 컨텐츠에 관심이 많은 10~30대 시청자들에게 그릇된 애정표현 방식을 심어줄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인 관계라 하더라도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신체접촉을 하는 것은 데이트 폭력이다. 여성의 ‘NO’는 명확한 거절의 의미로 인식돼야 한다. 정신적·육체적으로 통제당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여성은 없다.

이제 컨텐츠 제작자들은 ‘폭력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고, 보다 더 인간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한 정상적인 로맨스 드라마를 만들어 내야 한다. 올해부터는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깃든 드라마를 볼 수 있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