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복동 할머니, 편히 영면하소서
[기자수첩] 김복동 할머니, 편히 영면하소서
  • 박철중 기자
  • 승인 2019.01.30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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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점심이면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어떨 땐 마이크를 들고 앞에 나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적벽돌 담장 너머 꽉 닫힌 창문을 향해 고함을 치곤 했다.

첫 직장이 그가 항상 시위를 벌이던 곳에서 50m도 안되는 거리에 있었으니, 굳이 취재가 아니더라도 스피커 소리에 그가 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새해가 되면 그는 작은 봉투를 마련해 찬바람 함께 맞아 준 어린 소녀들에게 복돈을 쥐어 주곤 했다. 그가 치욕의 고통 속으로 끌려 갔을 그 나이의 소녀들에게...

그가 거리로 나올 시간은 항상 중천에서 해가 강한 볕을 내리 꽂을 시간이었다. 늘 정갈하게 단장하고 거리에 앉았던 그는 어느해 부턴가 짙은 선글라스를 꼭 착용하고 나타났다. 그 모습에 '할머니 멋있어요'라고 생각한 나는 바보였다.

"할머니 한쪽 시력이 거의 안 보일걸요" 가끔 할머니들 계신 곳으로 봉사를 나간다는 후배의 귀띔이었다.

늘 맞은편 일본대사관을 향해 날카로운 눈매를 지어 보이던 매서움은 더이상 선글라스에 가려 볼 수 없었다. 아주 가끔 현장에서 그를 마주할 때면 내 시선은 선글라스를 향하고 있었다. 비록 눈은 불편해졌지만 그 안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을 담고 싶어서 였다.     

그가 품고 있는 고통은 흐려진 눈이 아니었을 것이다. 온몸에 독버섯처럼 자리한 응어리가 더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 부디 고통의 응어리를 모두 벗어던지고 편히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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