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복 칼럼] 공시가격 '급등', 세금폭탄 일부 아닌 전국 휩쓸 것
[강희복 칼럼] 공시가격 '급등', 세금폭탄 일부 아닌 전국 휩쓸 것
  • 강희복(전 대통령경제비서관)
  • 승인 2019.01.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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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빌라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일대 모습 / 연합뉴스

히틀러 독재는 바로 독일인의 침묵 덕이었다는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시다.  
“그들(나치)이 처음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사회민주당원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유대인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 이어서 그들이 내게 왔을 때,/ 그때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 줄 이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히틀러 독재는 이렇듯 국민의 인내심을 조금씩 시험하며 완성됐다. 처음부터 국민 전체를 탄압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도 하나이지만 일부의 탄압에 대해 나머지가 침묵하면, 전체는 독재에 빠진다. 몸의 한 부분이 아프면 몸 전체가 아프다는 성경 말씀은 옳다.

이번 정부는 경제 분야를 보면 ‘부자와 빈자’라는 2분법적 구도 아래, 정부가 강제로 재분배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소수를 억압하고 다수를 지원하여 인기를 얻는 식인데, 자유시장이 결정할 몫을 과도히 왜곡하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역할과 성과를 마비시키는 것이고, 국민 전체의 이익을 훼손하고 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세기업을 나누고 한쪽이 다른 쪽을 수탈한다고 주장하며 이것을 촛불정신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대기업과 그 하도급 기업 간의 이윤공유제와 같은 반 시장적 발상으로, '대기업과 하도급 기업은 한 세트가 되어서 다른 세트와 경쟁하고 이윤을 만든다는 시장생리를 무시'하고 있다. 또 상장된 대기업의 지배구조는 주식시장이 결정할 사안인데, 재벌 소유주와 일가의 범법을 주주의결권으로 심판한다고 하면서, 국민연금이 소유한 주식을 정부의 몫으로 착각하고 있다. 국민이 은퇴 이후를 대비하여 적립한 기금을, 기금에 손해가 끼치는 의사결정에 동원하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결정에서 근로자 이익을 최대화하고 소득주도성장을 펴야 한다고 강요한다. 영세기업이 종업원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아도 이의 재조정은 없다고 한다. 이런 이분법적 분리와 탄압의 사례는 차곡차곡 쌓이며 독재와 가까이 가는 것이다.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도 마찬가지이다. 서울 일부지역에 있는 부자들의 공시가격이 너무 낮아서 형평을 잃었다고 하면서, 이들의 공시가격을 핀 센트로 짚어 폭격하듯이 일거에 대폭 올렸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 분명히 하였다. '공시가격 인상과 관련해 서민이나 중산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진실인가? 처음은 강남, 용산 등 일부가 폭격을 맞는 것이지만, 그 영향은 주변으로 번지게 마련이므로 공시가격 전체의 인상이라고 말해야 옳다. 서울은 분리된 섬의 묶음이 아니라 다 연결되어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일부의 공시가격을 골라 인상하는 것이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만들 것이고 바로 옆집을 통해 주변의 인상으로 확산한다. 어떻게 특정 가옥의 공시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정도로 인상하면서, 그 옆의 갑, 을의 집들은 낮은 공시가격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 올해는 아니더라도 내년이면 강남, 용산 등의 나머지 가옥들, 다음은 그 외의 구, 그 다음은 서울이 아닌 부산, 대구, 광주 등, 그 다음은 전국을 인상하여야 하고 국토 전부가 지금은 예측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다. 세금 폭탄은 전국을 휩쓸 것이다.

사실 공시가격의 형평성 문제는 오랜 숙제이기는 하다. 고가 주택은 거래가 적어서 실거래 가격 파악이 어렵고, 서민주택은 거래가 빈번하여 실거래가격이 공시가격에 더 많이 반영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공시가격의 차별적 인상만이 해결방안이라고 보지 않는다. 벌써 5년째 세수가 초과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곳을 이번 기회에 낮추어서 형평성을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서민주택의 조세부담을 낮추는 것이기에 소득주도성장의 논리에도 부합한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으로 야당이 여당을 견제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조세법률주의에 반하는 독재적 움직임에 대해서조차 한 목소리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독재는 홀로 완성될 수 없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야당의 소극적 협조로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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