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벤처기업가의 하소연, 한국과 미국 공무원의 차이
[기자수첩] 어느 벤처기업가의 하소연, 한국과 미국 공무원의 차이
  • 박철중 기자
  • 승인 2019.01.27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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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IT 벤처기업을 설립한 한 기업가를 만난 적이 있는데 공무원의 참견이 지나치다는 하소연을 장시간 들은 적이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첫 만남인 기자에게 이럴까 싶기도 했지만 그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가 너무나 흥미 있어 맞장구를 치며 긴 시간 빠져들었다.     

그는 미국에서 대학교를 나오고 전공을 살려 현지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업을 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어쩌다가 서울에서 대학 강단에 설 기회를 얻게 돼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강의를 시작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강단을 내려왔다고 했다.

이후 다시 한국에서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예전 미국에서 사업할 때와 너무도 비교되는 것들이 많아 하루에도 몇 번씩 '깊은 고민'에 잠기게 된다는 하소연이었다.
  
그가 넋두리하듯 밝힌 고민의 원인은 바로 공무원들의 지나친 참견과 하면 안 되는 제도적 규제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미국에서 일화를 소개했다.

15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그는 미국 공무원들과 만난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다소 의아한 얘기를 꺼냈다. 

딱 한번 미 상무성 공무원이 전화했는데 그마저도 '사업하면서 불편함이 없냐?', '도와줄 일이 없냐?'라는 등의 질문이 전부였다고 했다. 

마침 그는 사업차 홍콩에 갈 일이 있었는데 사업과 관련된 '현지 기업 리스트를 받을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고 했다. 이말을 들은 상무성 공무원은 '얼마든지 도와 줄 수 있고 필요하면 미팅 일정을 잡아 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되물었다고 한다.

그는 뜻밖의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 준 상무성 공무원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내가 해 줄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고 한다. 그 공무원은 출장을 다녀 온 뒤 자신의 상관에게 그의 도움으로 일을 잘 마무리 했다라는 '이메일 한통' 보내주면 된다 했다고 얘기했다.  

의외에 도움으로 출장 내내 현지 기업들과 바쁜 만남을 하고 온 그는 상무성 상관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더 이상 확인 문서나 공문, 방문 같은 다른 요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요즘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미국과는 전혀 딴 판의 공무원들과 부딪친다고 전했다.

온갖 종류의 문서는 물론이고 이런저런 일로 구청, 관청을 드나들게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제자였던 공무원을 찾아가 서류에 도장을 찍고 '교수님 그거 하시면 안된다'는 말도 들었다고 푸념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 원하지 않는데도 각종 혜택을 내세운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생각은 그런 것들이 필요한 곳에는 단비와 같겠지만 나중에 목줄이 돼 정부가 만든 새장 속에서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낳는다고 말했다.

한참 동안 그의 얘기를 듣고 난 뒤 문득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는 하소연은 일찍부터 쏟아져 나왔다. 각종 규제로도 힘든데 와라 가라 한다는 것도 다반사인 한국의 실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업의 불법적 요소를 지적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지나친 간섭은 자유롭게 사업해야 할 그들의 방대한 창의력을 뭉개는 절구와 같다. 자칫 절구처럼 느껴지는 정부 관례를 스스로 개선하는 것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첫 번째가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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