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식 칼럼] 부동산 대책, 마지막 남은 퍼즐 한 조각
[송하식 칼럼] 부동산 대책, 마지막 남은 퍼즐 한 조각
  • 송하식(언론인)
  • 승인 2019.01.16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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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말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동탄2신도시의 H아파트 전경 / 송하식 칼럼니스트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요소 3가지다. 이 가운데 무엇이 내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지 물어본다면 대게는 '주(住)' 즉, 집을 꼽을 것이다. 내 집 마련은 이처럼 남녀노소 모든 세대를 관통하는 우리 모두의 영원한 목표다. 우리에게 집은 포근한 휴식의 공간이지만 때론 상식을 초월하여 오르고 내리는 '미친 집값' 때문에 우리 삶을 기쁨과 슬픔으로 옥죄는 긴장의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번 칼럼 '대학입시보다 더 어려운 부동산…'에 대해 독자들의 격려와 지적이 많았다. 독자 반응을 요약하면, 문제 제기는 좋았지만 해결책이 미흡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칼럼의 요지는 "현장감 있는 표현력과 발로 뛰는 취재가 기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처럼, 부동산 문제도 규제와 감독 일변도의 행정편의가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는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세가 필요하다"였다. 

사실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영동개발 이후 부동산 가격폭등을 겪으며 수많은 대책이 쏟아졌고,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개중에는 여전히 유효한 대책들도 많다. 성공한 정책은 그대로 두고 보완할 부분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고쳐가야 한다. 가방끈이 길다고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해 이제는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 즉 '운영의 묘(妙)'로 접근해야 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매킨지 보고서는 국내 대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구조조정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한국은 시스템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시스템 운영이 미숙해서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한 바 있지 않은가. 

요즘 부동산이 큰 걱정거리다. 지난해는 연초부터 서울 집값 폭등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더니 이제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에 숨죽이다가 못해 주택거래 절벽의 빙하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4구 재건축 아파트단지의 경우 가구당 2~3억 원씩 곤두박질하면서 이들 아파트 시가총액은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10월 166조6000억 원에서 12월 말 163조800억 원으로 3조5000억 원 증발했다. 정부 당국과 부동산 투기세력간의 힘겨루기에 따라 주택 가격은 이처럼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하며 널뛰기 한다. 

'재산목록 1호'인 집은 값이 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이다. 값이 오르면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지고, 값이 내리면 내 재산이 줄어 대출금을 갚을 길이 멀어진다. 1300조원을 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를 금융부실의 뇌관이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가중되고 내리면 소비지출이 줄어 내수경기를 위축시킨다. 불로소득과 부의 편재를 차치하더라도 결국 부동산 가격의 불안정은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건전한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토지공개념과 조세정의를 엄격하게 실현하지 않고서는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일까? 마지막 남은 퍼즐의 한 조각은 주택가격지수 선물거래 제도의 도입이다. 이를테면 종합주가지수(KOSPI)를 매매대상으로 하는 주가지수선물거래처럼, 정부가 발표하는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를 활용한 주택가격지수 선물·옵션 시장을 개설하는 것이다. (주택연구 23권1호)

미국은 2006년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10개 도시의 주택가격 지수 선물·옵션거래를 개설했다. 이는 주식·채권 등을 포함한 전체 자산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시장에서 가격급등과 버블논란,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기적 거래수요를 수용하면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에서 건설회사와 금융기관 등은 매도포지션을 통해 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기관투자가나 투기성자본(헤지펀드) 들은 매수포지션을 취하여 투자확대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한국은행 자료)

중세유럽에서 대서양에 조업을 나가는 어선들은 커다란 빈 통을 싣고 나갔다고 한다. 넓은 바다에서 고래를 만나 자칫 충돌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당시의 선원들은 빈 통을 바다에 던져 호기심 많은 고래들이 공처럼 갖고 놀게 하여 충돌위험을 회피했다.(조너선 스위프트의 '통이야기') 
   
중세유럽의 어선들이 망망대해에서 고래를 회피했던 방법처럼 부동산투기수요를 별도 관리하는 것은 좋을 듯하다. 미국은 우리처럼 투기자본을 미워하지 않는다. 이들도 엄연한 시장참여자일뿐더러 이들과 거래해야하는 파트너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규모가 크고 참가자가 많아야 더 효율적이다. 이들이 풍부해야 부동산가격지수 선물거래도 활성화가 될 것이다. 지난해 세계 11위 규모로 성장한 국내 증시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자본시장도 부동산의 자산유동화(모기지)를 촉진하고 그 파생상품의 선물·옵션거래를 도입함으로써 부동산가격변동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줄여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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