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업노조 "발주자 책임이 커져야 합니다"
건설기업노조 "발주자 책임이 커져야 합니다"
  • 양혜원 기자
  • 승인 2019.01.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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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홍순관 위원장

"최근 태안 화력 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고(故) 김용균 씨는 위험의 외주화와 생명을 경시하는 산업 풍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수 년간 수 백건의 안전사고가 있었음에도 발주자는 무재해 목표를 달성했다고 성과급 잔치를 했다는 것을 익히 들어 잘 아실 겁니다. 이는 발주자의 무책임과 비양심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1일 방문한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이하 건설기업노조) 사무실에서 홍순관 위원장은 발주자의 책임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업안전법)이 개정되었지만, 안전사고에 대한 발주자에 대한 처벌 내용은 빠져 있습니다. 위험 업무에 대한 원청의 직접 고용도 없습니다. 실제 발생하는 산재 사고 숫자가 발주자 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책임자 처벌 등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할 때만이 사고예방이 가능한 작업 환경으로 변모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건설기업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과 같은 건물을 쓰고 있었다. 모두 3층으로 된 건물에 각 층별로 사무실이 분류되어 나누어 쓰고 있었다.

건설기업노조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양혜원 기자

건설기업노조 임원 A 씨는 발주자에 대한 책임이 없는 점은 오래 묵은 문제라고 했다.

그는 "워낙 사례가 많아서 다 들 수는 없지만 지난 2015년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사감독을 한 남양주 진접에서 철도 가스 폭발사고가 났는데 그때 원청은 포스코건설이고, 하청은 매일ENC였다. 당시 매일ENC 소속 노동자 4분이 폭발사고로 돌아가셨는 데 포스코건설의 현장소장은 구속됐고 현장 안전관리자도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발주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책임을 지지 않았죠"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원 B 씨는 "산업안전법에는 원청의 책임이 명시됐다. 거기에는 원청과 하청에 대한 정의도 있고 처벌 조항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법에는 발주자에 대한 책임이 상당히 빠져 있다"고 성토했다.

현재 원청업체 책임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전날 공포됐다. 작년 12월 10일 고(故) 김용균 씨가 사망한지 35일 만의 개정이다. 

산업안전법 개정법률에 따르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도급인인 원청업체의 책임이 확대됐다. 그리고 일부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에 대해 사내도급을 금지한다. 

건설기업노조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양혜원 기자

노조원 C 씨는 "발주자에 대한 처벌에 대해 법에 미흡하게 되어 있고, 법 조항 자체도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건설 업계 용어에서 발주자(employer, 發注者)는 공사를 발주하는 사람이나 기관을 말한다.

원청(main contract , 原請)은 건설 공사를 직접 청부를 받은 곳이나 건설업자를 뜻한다. 

하청(subcontract, 下請)은 발주자로부터 청부한 공사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다시 별도의 사업자가 청부하는 것을 의미 한다. 하청 업체는 직접 현장에서 일을 받아서 하지만, 권한이나 책임과 관련해서 상급 기관이나 업체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된다.

건설기업노조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양혜원 기자

노조원 D 씨도 "공사 현장에서는 발주자의 권한이 가장 세다. 발주자의 말이 곧 법이 될 정도로 공사 현장이 돌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이 법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발주자가 주로 정부이거나 공공기관인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책임은 원청인 대기업이 떠맡고 정작 발주를 한 곳은 손 털고 책임도 지지 않고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발주한 곳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아무리 공사에서 사고가 난다고 해도 원청 업체의 사람들이 처벌을 받지, 자기네들(발주자)은 처벌 범위에서 빠진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현장 분위기를 보태서 말하자면, 막가자. 나(발주자)는 책임 없다. 책임은 원청이 진다. 이런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건설 현장의 현실에 대해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도 발주자의 책임이 적다는 점에 대해 고쳐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발주자 처벌에 대해 사실상 처벌 기준이 미흡하고, 이번 산업안전법 개정안 제2조에서 건설공사 발주자에 대한 정의 규정이 신설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발주자에 대해 책임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비용 싸게 해라. 안전 무시하고 공사 빨리 진행해라. 이런 분위기가 개선 될 수 있지.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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