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대한민국 호(號)의 새해 기원(祈願)
[송장길 칼럼] 대한민국 호(號)의 새해 기원(祈願)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01.0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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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전남 보성군 율포해수욕장에서 해맞이객이 일출을 감상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처럼 변동이 극심한 사회일수록 안정된 사회보다 나라의 현실 진단과 미래 설계를 더욱 깊이 고뇌해야 한다. 상황을 적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고, 장래를 역동적으로 개척해 나가지 않으면 국운은 나래를 펴지 못한다. 그런 사례를 우리는 격동기의 내외 역사를 통해 수없이 알고 있다.

사회의 현실진단에는 시각과 이해에 따라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특히 오늘날 우리 공동체는 진보와 보수로 양분돼 극명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진보 측은 한국사회가 청산해야 할 적폐의 온상이고, 소득 격차가 극심해 ‘헬 조선’이 상징하듯 부정적인 나라로 파악하면서 청산, 공정, 분배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반면에 보수 진영은 이만큼 신장된 국세(國勢)를 기적적이라고 평가하고, 자유민주주의 사회체제를 유지, 발전시켜나가는 성장에 관심이 꽂혀 있다. 부조리한 부분은 개선하고, 그늘진 층에는 따듯한 복지를 시혜해야 한다는 입장도 견지한다. 양 측의 견해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대국적으로 볼 때 모두 일리가 있으므로 서로 절충하고 보완하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화롭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 측은 거기에  나름의 정치성을 덧입혀 치졸한 싸움을 벌이므로서 나라가 정치-사회적 반목에 휩싸여 있고, 그러는 사이에 전진하는 동력은 힘을 잃고 침체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문제와 진보적 관점에서의 몇몇 응어리진 사안들에 진척을 이룬 건 사실이다. 남,북과 미,북 정상회담을 유도해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는 일단 모면했고, 문재인-김정은을 잇는 연말 서신을 주고받는 관계까지는 성사시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한국과 미국의 성의 있는 조치를 전제하긴 했지만, 핵개발 대신 경제에 치중하면서 한국과 미국에 화해 노선을 펴겠음을 들어냈다. 미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없는 개방도 제시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일반 국민의 상식수준(a manner of common sense)을 훨씬 앞선 진보적 시각의 현실판단과 정책으로 비호감의 증폭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도가 급강하는 현상이 하나의 방증이다. 70여 년 동안 적대시해왔고, 북의 표변을 당해온 국민들의 감정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주저함이 깔려 있는 것이다. 또한 지나친 국가주의적 경제운용은 시장경제의 체제에 부담을 주며,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의 사정도 집권층의 정치적 포석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잣대로 사회를 재단하면서, 높았던 지지도에 취해 진영의 위세를 넓히는 데 몰두한 결과로도 여겨진다.

평화를 내세운 성급한 안보 장치의 완화와 한미 공조의 엇박자는 진영의 환호는 받지만 보수층의 우려를 키우므로서 한 쪽만의 지지를 받는 셈이다. 다수 국민들은 NLL이나 GP의 후진 등 지나치게 서둘러 안보의 벽을 낮추는 조치에도 불안감을 느낀다.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는 듯한 움직임에 경계심을 갖는 것이다. 나아가 한미방위조약의 훼손이나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까지 불거질지 모른다는 비상한 우려를 안고 주시하고 있다.

포장만 남아있는 듯한 소득주도성장론은 아직도 시장에는 뻣뻣한 힘줄을 세우고 있어서 기업환경을 옥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파생적 규제로 시장의 고민을 가중시킨다. 정부는 요즈음 혁신성장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대기업 위주의 한국경제가 빈부격차의 주범이라는 진보적인 인식이 진영 안에 엄연하게 깔려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는 어려워 보인다. 새해에는 세계경제의 전망이 더 어둡고, 특히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경제의 하강, 그리고 더 치열해지는 주변의 경쟁에서 한국이 선전하기가 어렵다는 예상이 많아서 더욱 걱정스럽다.

집권세력의 도덕적 신뢰도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전 정권의 도덕적 해이를 공격해서 집권한 현 정권에서 비슷한 유형의 부조리가 연속적으로 터지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이 사리에 맞지 않는 변론과 은폐의 냄새가 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사정의 칼은 전전 정권까지 샅샅이 들이대면서 드루킹 사건이나 이재명 재판, 철도공사 비리, 노조의 패행, 청와대 민정실의 탈선과 인사 관여 의혹, 신종 블렉 리스트 등의 대처는 무디고무디어서 국민의 의혹을 말끔히 씼는 데는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된다. 여기에 의회와 야당을 무시하는 오만함도 부메랑이 되어 부담을 주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제1 야당으로서 제대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지고 있다. 정권을 내준 패배의 후유증이 깊은 데다가 뿌리 깊은 내부 갈등마저 해소되지 않아 지리멸렬하고 무기력하게 비친다. 청와대 민정비서실의 일탈을 추궁하기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그 무력함이 여실히 들어났다. 야당으로서는 공세를 펼 호재를 만났음에도 실체적 진실을 파고드는 천공력이 미숙했고, 위원장과 여당의 물타기를 제압하는 정치력도 미진했다. 강한 당력이 뒷바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다음 달에 열릴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하면 새로운 체제를 출범시키게 되며,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하지 않는다면 20대 대선까지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다. 새로 구성되는 지도부는 내년의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관리하게 되므로 다소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당의 장악력을 확보할 것이다. 현재 당대표 후보로 친박 성향의 황교완 전 총리와 비박이 영입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거론되지만, 친박이 밀었던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되므로서 황교완 대표 체제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황교완 전 총리의 소극적인 성향으로 여권을 상대로 효율적인 투쟁을 벌일 수 있느냐와, 대선에서 여권의 이낙연 총리 같은 예상되는 후보와 겨뤄 승산이 있겠느냐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지만 그 이전에 야권을 지휘할 정치인들이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하고도 오리무중이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분기점이다. 지금의 추세로는 대통령의 지지도가 다소의 등락은 있더라도 더욱 내려갈 공산이 크다. 지지가 약해지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대형사고가 터졌던 것이 과거의 경험이다. 이러한 불행에 여도 야도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정치세력의 기본 노선은 바뀌지 않는다. 태생적일 뿐 아니라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선거에 의해서 정치 판도가 조정될 뿐이다. 다만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경세의 열린 자세를 갖는다면 묘안을 찾을 길은 있다. 협상과 타협이다. 의회와 정당의 기능이 중시되는 이유이다. 새해에는 행정부가 나홀로의 독주를 자제하면서 국회를 더 중시하고, 야당과도 협의를 강화해야 협치가 이뤄지며, 그나마 정치가 순탄해진다. 남북문제와 정부의 시책도 전반기처럼 여권이 독점하거나, 국정의 동반자인 야권을 경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2019년에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남북관계는 큰 소용돌이 없이 진전될 것이다. 북한이 유화의 손짓을 흔들고 있으므로 미국도 정상회담을 추진하게 되리라 본다. 한국은 대내외의 협의를 통해 매끄럽게 관계개선을 추진하면 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도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동의를 받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요구한 한미군사훈련과 군사장비반입의 전면 중단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유념해야 할 또 한 가지는 남북평화시대가 쉽게 오는 듯한 환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백주에 광화문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시위를 묵과하면 국가에도 해롭지만, 정권과 여권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올해에 경제계는 매우 어려운 시련을 겪을 것이라는 수치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세계경기의 부진과 함께 한국경제도 어두운 한 해가 될 것임은 뻔하다. 이러한 불황의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활동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과감한 발걸음이 절실히 요구된다. 선거공약을 고집스럽게 추진하기보다 현실적인 판단으로 나라 살림을 운영해야 한다. 탈원전의 재고와 최저임금 인상의 유예, 근로시간 단축의 해제 등으로 정부의 친 기업적인 조치를 보인다면 시장에 큰 활기를 줄 것이다. 이는 한 진영의 정치적 주장 저너머 국가와 국민의 번영과 민생을 위한 준엄한 목소리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긴 안목에서 나라의 먹거리, 성장동력을 찾는 작업에 국가의 담대한 손길이 필요한 때이다. 5G 산업과 생화학 산업, 그밖에도 고도의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산업 부분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 나아가 연구개발의 지휘가 진정한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다. 쌀을 보태주는 것보다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쳐 주듯이 포퓰리즘적인 작은 지원보다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 훨씬 더 유익하다. 우리의 막강한 경쟁자로 등장한 중국의 산업굴기가 좋은 타산지석으로 보인다.

새해에는 한국사회에 두텁게 형성돼 있는 지성인 층, 말 없이 지켜보고 있는 건전한 공중의 상식에도 부합되는 시대의 희원이 차분히 진전되도록 옷깃을 여미고 기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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