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식 칼럼] 개운치 않은 BMW 차량화재 과징금
[송하식 칼럼] 개운치 않은 BMW 차량화재 과징금
  • 송하식(언론인)
  • 승인 2018.12.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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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민관합동조사단은 24일 잇따른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 BMW가 차량 결함을 미리 알고도 은폐 및 축소하려 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BMW코리아 제공

국토교통부는 BMW가 차량 결함을 미리 알고도 은폐 및 축소하려 했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라 24일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늑장 리콜에 대해 과징금 112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 동안 BMW차량 화재 피해자는 직·간접 피해까지 보험으로 모두 떠안아야 했고 보상을 받으려면 차량의 결함을 스스로 밝혀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으나 이번 조치로 그 부담을 덜게 돼 안도하고 있다. 나아가 민사소송을 통해 BMW로부터 차량화재를 직접 겪은 당사자는 물론, 해당 차량소유자들도 중고차가격 하락 등 경제적 손해와 함께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같은 날 BMW피해자모임 변호인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국토교통부 민관합동조사단의 BMW 화재 관련 최종 조사결과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BMW 피해자모임은 정부 조사결과 발표를 "반가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크게 반겼다. 이들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과다 작동 설계 결함'을 정부가 화재 원인으로 수용했고 BMW에 흡기다기관 등 추가 리콜을 명령한 것에도 만족했다. 

하 변호사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청구금액도 화재 발생한 분은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화재 발생하지 않은 분은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중고차 가격이 500만~600만 원가량 떨어졌고, 정신적 피해도 통상적으로 300만~500만 원 정도 인정돼온 만큼 화재 피해를 입지 않았어도 1000만 원 가량은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BMW는 향후 소송결과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에게 많게는 1000억 원대를 보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폭스바겐 배기가스조작, BMW 차량화재 등 일련의 사태 수습과정을 보면 왠지 개운치 않다. 이들 다국적 기업의 제품 결함과 은폐, 늑장 리콜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이유가 법적 미비와 낮은 수위 처벌규정 때문이라는 데 어이가 없을 뿐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대로 매출액의 3%, 자기인증에 대한 시점기준이 없었다면 BMW 차량화재 늑장리콜의 경우 과징금은 17만 대에 약 2600억 원 정도 가능했다고 한다. 그런데 현행 과징금 기준은 2016년 6월 이후 자기인증 신고 차량부터 매출액의 1%가 적용되기 때문에 2만여 대, 고작 112억 원 부과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회가 법 개정을 제때하지 않아 BMW에 2500억 원을 도와준 꼴이다. 

그 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제품결함으로 인한 사고를 당해도 제품결함을 입증하지 못해 보상을 받을 수가 없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처럼 집단소송제가 증권업계 말고는 도입되지 않아 이번처럼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개별소송에 나서야 했다. 

이에 따라 BMW 차량화재 늑장리콜을 계기로 선진국처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 레몬법 등을 본격 도입하거나 강화하자는 여론이 국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생리대,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라돈침대, BMW 차량 화재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일련의 사태들이 반복되는데도 리콜과 보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큼한 오렌지를 샀더니 시큼한 레몬이더라. 바꿔 달라" 미국의 소비자보호법(레몬법)처럼 국내에서도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에 중대 하자가 2회,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하고 수리 이후에도 같은 하자가 계속되거나 누적 수리 기간이 30일을 넘으면 내년부터는 신차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해진다.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얼마 전 SK에너지, GS칼텍스, 한진 등 국내 정유 3사는 주한미군 유류납품 과정에서의 담합 혐의를 인정, 미국 정부에 약 2억3600만 달러(2670억 원)의 벌금과 배상액을 납부하기로 했다. 우리 기업들은 이처럼 해외에서는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과 배상을 두들겨 맞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소비자보호와 공정거래와 관련해서 관련제도를 선진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국내산업이 유치단계였을 때는 기업보호 측면에서 법과 제도가 미비했을지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규모 세계 12위(2017년)의 대한민국이 기업보호 미명 아래 더 이상 외국기업의 '호갱'으로 남을 수는 없다. 국민정서 또한 국내외 차별을 더 이상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면 주차공간의 태반을 외제 승용차들이 채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현대·기아차의 쇠락을 목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무쇠를 강철로 만들기 위해서는 담금질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자동차산업의 체질개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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