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내리네"…겨울밤 가득채운 아련한 그리움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내리네"…겨울밤 가득채운 아련한 그리움
  • 윤아름 기자
  • 승인 2018.12.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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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또 하나의 그리움' 송년음악회…소프라노 정선화·김순향, 바리톤 남완 등 13명 감동 무대
소프라노 정선화가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세계음악협회 제14회 정기연주회 겸 송년음악회'에서 '그대 어디쯤 오고 있을까’를 부르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문인영이 맡았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13명의 실력파 음악가들이 겨울밤을 아련한 그리움으로 가득 채웠다. 관객들은 저무는 한 해를 추억하며 저마다의 감동에 푹 빠져들었다.

칼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연말이 다가오면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함께 송년 음악회를 연다. 올해에도 소프라노 정선화·김순향·송정아·하성림·송현지·김수현, 테너 진성원·이효섭, 바리톤 남완 등 우리나라 가곡과 러시아 가곡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였다. 바리톤 이정식(서울문화사 사장)이 특별 출연했다. 피아노 반주는 문인영, 정영하, 진행은 특별히 성악가 오동국이 맡았다.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세계음악협회 제14회 정기연주회 겸 송년음악회가 ‘겨울, 또 하나의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공연이 진행된 2시간 30분간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가곡과 러시아 가곡, 피아노 소리가 공연장을 꽉 채웠다.

오프닝은 피아니스트 문인영이 나섰다. 문인영은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를 연주하며 계속해서 이어질 감동 무대를 예고했다.

소프라노 송정아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천국이 저희 것임이라”라면서 첫 눈이 내리는 듯 청량한 음색으로 안식과 평안을 선사했다.

뒤이어 테너 진성원이 차이코프스키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어디로, 어디로’를 불렀다. 애달픈 사랑을 노래한 그의 박력 있는 목소리는 관객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소프라노 하성림은 블란테르의 ‘카츄사’와 정환호 작사·작곡의 ‘꽃피는 날’을 노래했다. 분홍 드레스를 차려입은 그는 노래를 부르는 순간 가장 외롭고도,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 되어 “난 가끔씩 꿈꿔 보았네 차가운 가슴 뛰게 하는 바랐던 날들”을 추억하게 했다. 

바리톤 이정식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세계음악협회 제14회 정기연주회 겸 송년음악회'에서 '그리운 금강산’를 부르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문인영이 맡았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특별출연한 바리톤 이정식은 프렌켈의 ‘백학’과 최영섭 작곡·한상억 작사 ‘그리운 금강산’을 선보였다.

백학은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주제곡으로 사용됐던 곡이다. 체첸의 독립을 위해 전장에서 죽어간 청년들을 추모하고자 만들어진 이 곡은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않는 병사들이…날아가네 저 하늘의 지친 학의 무리들”이라며 열창한 이정식의 목소리로 웅장하게 재탄생됐다.

이어 부른 그리운 금강산에서는 남북 평화에 대한 염원을 전달했다. '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듯한 무대였다.

소프라노 송현지는 차이콥스키의 ‘자장가’와 이원주 작곡·고정희 작사 ‘베틀노래’를 노래했다. “내 땀의 한 방울도 날줄에 스며 그대 영혼 감싸기에 따뜻하거라”라면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이 관객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어떤 관객들은 ‘브라바!’를 외치며 휘파람을 불기도 했다.

소프라노 김순향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와 이안삼 작곡·다빈 작시 ‘비록’을 선보였다. 그는 “그대 비록 힘들어도 슬퍼하지 말아요…그대 가슴 속 아린 상처 깨끗이 씻어 주리라”라면서 관객들을 위로했다.

소프라노 김수현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세계음악협회 제14회 정기연주회 겸 송년음악회'에서 '고향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피아노 반주는 문인영이 맡았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2부 역시 피아노 선율로 시작됐다. 피아니스트 김현정은 막심 므라비차의 ‘크로아티안 랩소디’와 ‘쿠바나’를 연주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한낮인가’를 부른 소프라노 김수현은 이어 이수인 작곡·김재호가 작시한 ‘고향의 노래’를 열창했다. 마치 고향집에서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는' 장면을 보고 있는 것같은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테너 이효섭은 라흐마니노프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노래부르지마오’와 김동환 작곡·이기철 작시한 ‘그리운 마음’을 불렀다. “나 잊었건만 그대 노래에 그대가 아른거린다” 구절을 노래할 때는 그의 절절한 마음이 고스란히 울려 퍼졌다.

뒤이어 소프라노 송정아와 테너 진성원이 각각 라흐마니노프의 ‘여기 좋네요’와 이안삼 작곡·이상윤 작시 ‘아내의 일생’을 불렀다.

소프라노 정선화는 차이콥스키의 ‘만약 내가 알았다면’과 이안삼 작곡·김명희 작시의 ‘그대 어디쯤 오고 있을까’를 노래했다. 새하얀 눈처럼 빛나는 드레스를 입은 그는 아침 이슬처럼 맑은 목소리로 “해와 달이 흐르듯 내 가슴도 흐르네 꿈을 꾸듯 환한 미소 지으며”를 열창하며 무대를 압도했다.

바리톤 남완은 포민의 ‘한번만’과 김효근이 작곡·작시한 ‘눈’을 노래했다. 호리호리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압권이었다. 관객들은 그가 부르는 노랫소리를 쫒아 따라 부르며 맘껏 즐겼다.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세계음악협회 제14회 정기연주회 겸 송년음악회'에서 이날 출연한 성악가들이 '오 거룩한 밤'을 다같이 합창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공연의 마지막은 출연진들이 모두 나와 ‘오 거룩한 밤’을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앵콜 요청을 받은 그들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이어 부르며 뜻 깊은 선물을 선사했다.

성악가 오동국의 재치 있는 사회도 돋보였다. 오동국은 “공연이 끝난 뒤 어떤 말로 입을 여는지만 봐도 그 성악가가 바리톤인지 테너인지 등을 알 수 있다”며 “남성 바리톤들은 주로 ‘뒤풀이 뭐 먹으러 가?’와 같은 얘기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관객들은 연신 ‘브라바!’를 외치며 성악가들을 응원하고, ‘앵콜’을 외치거나 환호를 하며 공연을 즐겼다. 연로한 노인들이 친구들의 손을 붙잡고 오거나,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가족들도 많았다. 한국 가곡을 좋아해 매년 이 음악회를 찾는다는 한 관객은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반주를 맡은 문인영 피아니스트와 음악회를 취재한 여성경제신문 문인영 사진기자의 이름이 같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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