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2.19 수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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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식 칼럼] 여성이 힘써야 대한민국 경제가 산다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우리 지청에는 여성검사가 많습니다. 4명중 3명이 여성입니다. 요즘에는 검찰 수사관도 여성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1999년 군필자 공무원가산점제도 폐지 이후 7급, 9급 공채에 합격하는 여성이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에는 군필자에 대해선 100점 만점 중 5%를 가산해주던 군 가산점제로 인해 여성의 공무원 공채합격률이 크게 낮았습니다.”

검사의 공소제기, 불기소처분, 구속취소,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엄격한 법리적 판단보다는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검찰시민위원회에서의 일이다. 얼마 전 수도권의 어느 검찰지청 시민위원회에 참석했는데, 이날따라 평상시 2건 정도였던 안건이 4건에 달했고, 모두 여성검사들이 사건을 브리핑했다. 좀처럼 회의 때 남성검사를 볼 수 없었던 터라 회의를 마친 뒤, 뒷정리를 담당하는 수사관에게 요즘에는 남성검사들이 안 보인다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처럼 여성들의 약진은 검찰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으로 ‘여풍당당’풍속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육군사관학교 1등 졸업생은 여생도가 차지했다. 1998년 육사에 여생도가 최초로 입교한 이후 여성이 수석 졸업한 해는 2012년, 2013년, 2017년에 이어 올해가 4번째인데, 특히 지난해의 경우 1등·2등·3등을 모두 여생도가 석권했다고 한다. 해군과 공군사관학교에서도 예외 없이 여풍은 거세지고 있다.

재계에서도 아름다운 도전, 여풍이 불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삼성 LG GS LS 코오롱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2019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여성임원의 탄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LG그룹은 이번에 7명을 신규 임용해 2014년 14명에 불과했던 여성 임원수를 올해 29명으로 늘렸다. 코오롱은 여성 4명을 임원 승진시켰다. GS칼텍스 LS 등 중화학공업의 대기업에서도 여성을 중용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성과주의 인사기조를 유지하면서 성별·학력과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여성임원의 발탁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은 우리사회에서 활동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현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임원 중 여성은 454명으로, 전체의 3.0%에 불과했다. 2014년 2.3%, 2015년 2.4%, 2016년 2.7%, 2017년 3.0% 등 증가 추세이지만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정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다. 여성은 전통적으로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의 부담이 크다. 현장에서는 직무와 노동의 강도에 따라 성별구분 모집채용이 여전하고 근속연수를 따지는 연공서열 조직구조와 여성의 승진제한 등 유리천장이 엄연히 존재한다.

요즘 우리경제는 반도체 등 일부 수출 업종을 빼고는 조선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주요 산업이 활력을 잃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보호주의 물결로 대외교역여건이 더욱 나빠지고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으로 국내 생산 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면서 성장잠재력마저 약화되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제조업 가동률이 뚝 떨어지면 모두들 극심한 수요부진과 과잉설비 문제를 탓하게 된다. 요즘 정부정책과 시장상황을 뉴스로 접하다보면 1997년 당시 ‘반도체 착시’에 가려진 경제 적신호를 방관하다가 최악의 경제난을 치렀던 외환위기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또 다시 단군 이래 최악의 국난을 겪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문제의 답은 대한민국 여성에 있다. 인구의 절반을 넘는 우리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적극 참가하고 그 결과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를 늘리면 내수부진과 경기침체의 굴레를 벗을 수 있다. 2014년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2%로 남성의 73.3%(통계청 자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의 60~70%수준을 따라잡으면 한국경제의 성장 여지는 그만큼 커질 것이다.

여성문제는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가사와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성차별을 없앤다면 우리 여성의 경제·사회 참여는 크게 확대될 것이다. 검찰지청의 사례에서 보듯 단순히 군가산점 제도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여성들의 기세가 커진 것을 보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성차별의 그물망을 거둬내는 일도 시급한 숙제의 하나다.

송하식(언론인)  wealthca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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