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1.18 일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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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교수 "지바고는 죽지만 소설속 25편의 '시' 때문에 그의 삶은 부활"우먼센스 인문강좌서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입체적 작품분석 눈길
서평가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현우 교수가 30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우먼센스 인문강좌에서 '파스테르나크와 닥터 지바고'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서평가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현우 교수가 30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우먼센스 인문강좌에서 '파스테르나크와 닥터 지바고'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 이야기가 핵심이지만 결국 둘 다 죽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두 가지가 남습니다. 하나는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 타냐고, 나머지 하나는 '시'입니다. 특히 지바고가 남긴 25편의 시를 통해 그의 삶이 부활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죽음이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그게 바로 시 입니다. 지바고의 시를 기억하는 사람이 단 한사람이라도 살아 있는 한 그의 영혼은 살아남는 것이므로 결코 죽지 않는 겁니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서평가 이현우 교수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닥터 지바고'에 대해 감동적인 해설을 쏟아내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었다.

여행을 보다 풍요롭게 즐길 수 있도록 견문을 넓혀주는 '2018 우먼센스 인문강좌’가 30일 서울 용산 서울문화사 별관(시사저널 건물) 강당에서 열렸다.

올해 일곱 번째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이 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잘못 이해했던 '닥터 지바고'에 대해 지적했다. 입체적 작품분석을 통해 편협한 작품 읽기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시도다.

"솔직히 지금까지 눈 덮인 설원에서 펼쳐지는 슬픈 러브 스토리 쯤으로 읽혀져왔습니다. 사람들이 이런 인식을 뿌리 깊게 가지게 된 것은 오마 샤리프와 줄리 크리스티가 주연을 맡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1965년)의 힘이 컸죠. 또 조국 소련이 아닌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간(1957년)되고 곧바로 다음해 노벨문학상 수상(1958년) 스캔들을 겪으면서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소설보다 오히려 영화가 더 유명하다보니 대부분 스크린을 통해 줄거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지바고와 그가 입양된 가문의 딸 토냐, 그리고 라라와 혁명가 파샤. 이 두 커플이 러시아 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 내전을 겪으면서 운명적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이야기는 세계 영화팬을 울렸다. 영화가 워낙 깊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멜로 드라마로 '추락'하는 손해를 봤다.

또 원래 노벨문학상 후보작은 1년 전에 추천하는데 '닥터 지바고'는 발표되자마자 수상 후보자로 추천됐다. 거의 전례가 없는 사례였기 때문에 CIA 공작설이 제기됐다. 1956년 흐루시초프가 전당대회에서 스탈린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1957년 소련에서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소간 우주전쟁이 시작됐다. 수세에 몰린 미국에게 반전을 노릴 한방이 필요했다. 그래서 소련체제를 비판하는 작품을 노벨문학상으로 밀어줬다는 소문이다.

이 교수는 '정황상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벨문학상 정도라면 최소한 작가나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법인데 지나치게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라며 "당연히 소련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파스테르나크는 본의 아니게 궁지게 몰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파스테르나크는 소련작가동맹에서 제명되는 등 큰 반대에 부딪혀 결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거부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소련 당국으로부터 체제와 혁명 이데올로기를 부정하는 작가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서평가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현우 교수가 30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우먼센스 인문강좌에서 '파스테르나크와 닥터 지바고'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이 교수는 "파스테르나크가 당시 흐루시초프 서기장에게 '러시아를 떠나는 것은 죽음과 같다. 부디 엄한 조치를 하지 않기 바란다'는 내용으로 탄원해 추방을 면하고 노벨상을 스스로 거부했다"면서 "그리고 1년 반 후 모스크바 교외 작가촌에서 외롭게 사망(1960년)했다"고 말했다. 최고의 명작을 남겼지만 그 명작이 작가를 불운하게 만들었고, 이런 복합적인 원인 탓에 '닥터 지바고'는 정치적으로 해석되기 일쑤였다.

결국 이 교수는 '닥터 지바고'에 나오는 파스테르나크의 시 25편이 작품을 이해하는 키포인트라고 강조했다. 파스테르나크는 소설 곳곳에 25편의 시를 의도적으로 배치해 각 시와 작품이 유기적 연관성을 갖도록 구성했다. '시'라는 도구를 통해 죽음이 어떻게 극복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 교수는 "혁명에 대한 생각도 중요하지만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이 더 중요한 주제를 구성하고 있다"라며 "혁명이나 시대의 격변은 차라리 부수적인 걸로 여겨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풀이했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삶은 과정이나 수단이 아니라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닥터 지바고'에 흐르는 핵심적 아이디어다.

파스테르나크가 가졌던 이런 기본적인 생각들은 작품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예를들어 지바고가 유리아틴에서 밤에 시를 쓸 때 바깥에서 늑대들의 울부짖음이 들린다. 그 늑대 소리가 '시대의 소음' '시대의 울음'으로 상징된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지바고가 쓰고 있는 시다. 

이 교수는 “지바고는 러시아어로 ‘삶’이라는 뜻이다. ‘살다’라는 형용사의 고어형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썼다”면서 “그러니까 이 작품은 삶이 특정한 역사적 시기를 어떻게 관통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파스테르나크가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로부터 상당부분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파스테르나크는 마야코프스키를 무척 좋아했다. 작품 곳곳에 마야코프스키의 흔적이 남아있다"면서 "마야코프스키가 1930년에 권총 자살을 했는데 주인공 지바고 역시 1929년 심장마비로 죽는 것으로 연출하고, 이를 통해 상징적은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바고가 죽는 걸로 설정한 것은 상당히 의도적인 것이다. 주요 인믈인 지바고, 라라, 파샤, 토냐의 운명이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관계가 있다"면서 "지바고는 심장마비로 죽고, 파샤는 자살하고, 토냐는 추방당하고, 라라는 수용소에서 죽는 걸로 돼 있다. 특히 러시아 혁명을 상징하는 파샤의 죽음을 통해서 러시아 혁명가에 대한 파스테르나크의 생각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소설로 쓴 시'라고 평가했다.

◆ 이정식 작가, 11월27일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가는 겨울 바이칼 호수' 인문강좌 진행

'시베리아 문학기행'의 저자인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 겸 여성경제신문 발행인이 30일 서울 용산구 서울문화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우먼센스 인문강좌에서 내년 2월에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겨울 바이칼 탐방' 여행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이 교수의 강연이 끝난뒤 '시베리아 문학기행'의 저자인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 겸 여성경제신문 발행인이 내년 2월에 떠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겨울 바이칼 탐방' 프로그램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직접 찍은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 위에서 만끽하는 흥미만점 빙상투어 사진 등으로 만든 동영상을 틀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 작가는 오는 11월 27일 오후 3시 용산 서울문화사 별관(시사저널 건물) 강당에서 '미리 타보는 대륙횡단 열차-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가는 겨울 바이칼 호수'를 주제로 올해 마지막 인문강좌를 진행한다. 인문강좌는 남녀 누구나 무료 참석 가능하며 우먼센스 편집팀(02-799-9127)에 미리 신청하면 된다. 

[2018 우먼센스 인문강좌 순서]
● 3월 27일(화)
-생생한 역사의 현장 크림반도 : 박대일 바이칼BK 대표
-유럽과 아시아의 아름다운 만남 코카서스 3국 : 박종완 글로벌조지아투어 사장
-한여름밤의 유럽 클래식 음악여행 : 한규철 박사
● 4월 24일(화)
-러시아 발레, 몸짓으로 비상하다 : 신혜조 중앙대 교수
● 5월 29일(화)
-러시아 미술관 속 명장면을 찾다 : 김은희 청주대 교수
-도스토옙스키의 시베리아에서의 10년 :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
● 6월 26일(화)
-명화 속에 숨은 러시아 역사 이야기 : 조규연 중앙대 교수
-고흐와 샤갈의 뒤뜰, 남프랑스 : 백광윤 마에스트로 대표
● 7월 24일(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문학으로 떠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 : 서상국 단국대 교수
-가슴 시린 스페인 역사와 산티아고 : 백광윤 마에스트로 대표
-러시아 문학기행 여행 설명회 :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
● 9월 18일(화)
-도스토옙스키를 대문호로 만든 아내 안나의 내조 :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
● 10월 30일(화)
-'닥터 지바고'와 러시아 문학 이야기 : 이현우(로쟈) 서평가
● 11월 27일(화)
-미리 타보는 대륙횡단 열차-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가는 겨울 바이칼 호수 : 이정식 서울문화사 사장      

임유정 기자  wiselim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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