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1.18 일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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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30분 꼼짝없이 '비올레타 윤정난'의 포로가 됐다그랜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 성황...김동원·한명원 등과 환상 아리아 선사
소프라노 윤정난과 테너 김동원이 25일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소프라노 윤정난과 테너 김동원이 25일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소프라노 윤정난과 테너 김동원이 25일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소프라노 윤정난과 테너 김동원이 25일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화려한 파리의 사교계를 보여주는 번쩍번쩍한 세트는 없었지만 2시간 30분 동안 꼼짝없이 관객을 '음악의 포로'로 만들었다. 갈라 콘서트도 정식 오페라만큼 재미있다는 것을 깨우쳐준 흐뭇한 밤이었다.

한사람만이 앉을수 있는 작은 소파 하나면 충분했다. 자신의 목숨이 곧 꺼질것이라는 것을 직감한 '비올레타' 윤정난이 자리에서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채 힘겹게 입을 뗐다. 얼굴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창백하다.

사랑도 잃고 희망도 잃었다. 그저 죽음만을 기다리는 자신의 처지가 비통하다. 처절한 여인의 아픔을 담은 '지난 날들이여 안녕(Addio del passato)'이 조용히 흐르자 모두 숨을 죽였다. 끊어질듯 약하게 이어지면서도 서정적인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해 내는 윤정난의 기교가 눈부셨다. 비극적이고 가련한 목소리가 콘서트장 저 끝까지 전달되자 모두 비올레타에 공감했다. 무대와 객석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

그랜드오페라단이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가 10월의 멋진 감동을 선사했다. 소프라노 윤정난, 테너 김동원, 바리톤 한명원 등 주인공 세 사람이 이끌어 가는 무대는 한마디로 퍼펙트였다.

베르디의 걸작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하이라이트 곡만을 모은 갈라 형식이었지만, 단절되지 않고 1막부터 3막까지 순차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스토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레퍼토리도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 중심으로 편성해 몰입도 역시 원더풀이었다.

소프라노 윤정난이 25일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소프라노 윤정난과 테너 김동원이 25일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유럽 주요 오페라 극장에서 차세대 최고의 ‘나비부인’으로 평가받은 소프라노 윤정난은 비올레타로 이름을 바꾸어도 아주 잘 어울릴것 같았다. ‘이상해, 이상하구나!(E strano, e strano!)' ‘아, 그이던가(Ah, fors’e lui che l’anima)’ '미쳤어, 미쳤어!(Follie, Follie!)'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로 이어지는 베르디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아리아를 기막히게 표현해 냈다. 듣기만 해도 미묘한 심리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지며 소름이 돋았다.

'알프레도' 김동원과 '제르몽' 한명원도 제대로 한방을 보여주며 솜씨를 뽐냈다. 

테너 김동원이 25일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테너 김동원이 25일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소프라노 윤정난과 테너 김동원이 25일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소프라노 윤정난과 테너 김동원이 25일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소프라노 윤정난과 테너 김동원이 25일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김동원은 '그녀 없이는 내 마음에 행복없네(Lunge da lei)'를 멋지게 소화해 독일 프라이부르크 극장에서 ‘프리츠 분덜리히 이후 최고의 리릭테너’로 평가받은 실력을 입증했다. 윤정난과의 이중창도 아름다웠다.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Un di felice, eterea)' '파리를 떠나서(Pargi, o cara)'에서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바리톤 한명원과 테너 김동원이 25일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이바아 인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소프라노 윤정난과 바리톤 한명원이 25일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제40회 베르디 국제콩쿠르 최연소 1위와 베르디의 목소리(Voce Verdiano)상을 받은 한명원은 바리톤 아리아 중 가장 유명한 '프로방스 내 고향으로(Di Provenza il mar, il suol)'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역시 윤정난과 듀엣으로 부른 '아 그분에게 전해주오(Ah! dite alla giovine)' '천사같이 순수한 딸(Pura siccome un angelo)'도 일품이었다.

윤정난, 김동원, 한명원이 삼중창으로 부른 피날레곡 '이 초상화를 받아요(Prendi, quest'e l'immagine)'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알프레도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비올레타가 소파 밑으로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짧은 탄식도 쏟아졌다. 처음 알프레도에게 마음을 빼앗길 때 부른 꿈결같은 노래 '이상해, 이상하구나'가 겹쳐지는 장면은 뭉클했다.

윤정난은 갈라의 단조로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 드레스를 세번 갈아 입는 센스를 발휘했다. 밋밋했던 무대에 액센트를 주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셈이다.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가 25일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열정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의 재치도 3막에서 웃음을 선사했다. 병세가 완연한 비올레타를 부축하고 들어오는 재미있는 장면을 깜짝 연출해 폭소를 유발한 것. 그는 또 아예 뒤돌아 서서 성악가들과 아이 컨택을 하며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신공'을 보여줘 환호를 받았다.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출연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출연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그랜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인 콘서트'에서 출연자들이 피날레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그랜드오페라단

주역을 빛낸 조연들의 힘도 컸다. 메조소프라노 최승현, 메조소프라노 황혜재, 테너 민경환, 바리톤 서동희, 바리톤 문영우, 베이스 이준석, 테너 김인재, 바리톤 서정민의 활약은 완성도 높은 무대에 일조했다.

이우진이 이끄는 메트오페라합창단도 웅장함과 섬세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김지은과 백순재는 오페라 코치를 맡아 밀도있는 공연을 도왔고, 안지환 총예술감독은 꼼꼼한 구성으로 연출을 빛냈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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