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캔햄 다 버렸어요” 소비자들 이젠 멸균제품 포비아
“집에 있는 캔햄 다 버렸어요” 소비자들 이젠 멸균제품 포비아
  • 민병무·임유정 기자
  • 승인 2018.10.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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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이어 대상 청정원까지 대형식품업체들 잇따라 '위생 구멍' 불안 확산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에서 세균이 발견됨에 따라 25일 시내 대형마트의 캔햄·스팸 등 멸균제품 판매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에서 세균이 발견됨에 따라 25일 시내 대형마트의 캔햄·스팸 등 멸균제품 판매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주방을 샅샅이 뒤졌어요. 오랫동안 두고 먹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이 발생하면서 이젠 못믿겠어요.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아 있어도 왠지 찜찜해요. 모두 버렸어요. 당분간은 아예 사먹지 않으려고요.(서울 강서구 주부 박모씨)”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인식됐던 통조림 햄에서도 세균이 검출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멸균제품 포비아’에 휩싸였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과 햄버거병 등으로 먹거리 불안에 시달렸는데 이번에 또 캔햄에서 세균이 나오면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식품 대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에서 조차 위생 관련 문제가 잇따라 터지고 있어 불안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24일 세균이 검출된 ‘런천미트’를 판매한 대상 청정원은 캔햄 모든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대상은 임정배 대표 명의로 게시한 홈페이지 사과문을 통해 “당사 ‘런천미트’ 건으로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원인 규명 및 안전성 확보까지 당사 캔 전 제품의 잠정적 생산 및 판매 중지를 통해 고객 불안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에서 세균이 발견됨에 따라 25일 시내 대형마트의 캔햄·스팸 등 멸균제품 판매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에서 세균이 발견됨에 따라 25일 시내 대형마트의 캔햄·스팸 등 멸균제품 판매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인영 기자 photoiym@gmail.com

소비자들이 보관하고 있는 회수 대상 제품에 대해서는 전량 환불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아울러 고객 불안 해소를 위해 해당 제품 외에 자사 캔햄 전 제품에 대해서도 원할 경우 환불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 제품 중 2016년 5월 17일에 제조한 제품에서 세균이 검출돼 판매중단 및 회수조치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멸균 제품’이라는 이유 때문에 소비자들의 걱정이 더 크다. 멸균이라는 말이 안전과 거의 동의어로 쓰이는 상황인데, 거기서 세균이 발견됐으니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일단 대상 청정원은 제조 공정에서의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멸균 제품은 다른 제품보다 엄격한 제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유통 과정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과정에서 포장재에 일부 흠집이 발생해 내용물에 영향을 끼칠 경우 변질 가능성이 있다”며 “제조 과정에서 제품이 변질될 가능성은 사실상 적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병·통조림은 멸균 제품으로 어떤 종류의 세균이든 1마리라도 검출돼선 안된다. 3년 이상 장기간 보관하는 제품으로 세균이 증식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완전히 멸균된 통조림에서는 수십 년이 지나도 세균이 검출될 수 없다고 한다. 세균이 번식하려면 산소가 필요한데 정상적인 멸균 통조림은 밀봉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멸균 불신’이 커지고 있다. 유통 기한이 다른 제품에 비해 상당히 긴 멸균 제품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런 사건이 발생하니 불안이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통조림 햄뿐만 아니라 최근 많이 나오는 가정간편식(HMR)도 대부분 멸균제품이다. 아기들이 먹는 액상 분유도 멸균 제품이며, 두유뿐 아니라 우유도 멸균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25일 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한 주부는 "뉴스를 듣고 어제 집에 있는 캔햄 제품을 모두 버렸다"며 "솔직히 먹어도 별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혹시 몰라 치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멸균제품까지 못믿는 시대가 오니 정말 걱정이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소비자들의 분위기는 햄·스팸 등 멸균제품을 판매대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평소보다 고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고, 직원들만 문제가 된 상품이 없는지 확인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식품 위생 관련 사고가 잊을 만하면 발생해 불안하다. 지난달에는 풀무원 푸드머스가 학교에 납품한 초코 케이크에 문제가 생겨 전국 학생 2207명이 식중독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조업체의 액상란에서 살모넬라균이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결론났다.

최근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메가톤’에서도 살모렐라균이 검출돼 식약처가 회수조치 명령을 내렸다. 지난해에는 패스트푸드발 햄버거병과 살충제 계란이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정부는 잇단 식품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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