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8.10.17 수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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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징역15년"···23년전 사시수석때 소신발언 지킨 정계선 부장판사"전직 대통령도 사법처리" 원칙 강조...MB의 '선별 출석' 주장에 '위법' 지적
정계선 부장판사(왼쪽)와 재판부가 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의 재판장인 정계선(49·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가 23년전에 밝힌 소신대로 전직 최고 권력자에게 공평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

5일 정 부장판사는 11년째 논란이 된 다스의 소유관계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주인이다'라고 결론을 내린 뒤 징역 15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국민의 기대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려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1995년 10월 37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 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소신을 23년 후 실현한 셈이다.

당시 그는 5·18 사건과 제6공화국 비자금 문제 처리를 지적하며 "법조계가 너무 정치 편향적이다"고 비판했다. "법대로라면 전직 대통령의 불법 행위도 당연히 사법처리 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정 부장판사의 '누구든지 법대로' 원칙은 이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재판 초반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상태를 이유로 증거 조사 기일엔 법정에 안 나오겠다며 '선별 출석'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정 부장판사는 "증거 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는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사법 절차 내에서는 피고인인 이 전 대통령 '지위'를 확인시켰다.

또 "피고인께서 법질서나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계신다고 생각했다. 피고인이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선고 당일인 이날도 이 전 대통령이 선고 공판에 나오지 않자 "출석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정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07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져온 '다스는 누구 것인가'라는 국민적 의혹에 대해 '다스의 실소유자는 이명박이다'라는 첫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정 부장판사는  "2007년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들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 가량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이후 수많은 의혹 속에서도 자신을 신뢰해 준 국민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자리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고 삼성그룹으로부터도 뇌물을 받았다"며 "대통령의 이런 행위는 공직 사회 전체의 인사와 직무집행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뽑는 행위로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들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들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판사는 강원도 양양이 고향이지만 충주여고(1987년 졸업) 출신이다. 원래 의대에 진학했으나 재수를 해 서울대 공법학과에 입학했다. 1993년 대학 졸업후 26세이던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이때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인물로 인권 변호사인 고 조영래 변호사를 꼽았던 것처럼, 의대에서 법대로 방향을 튼 것은 조 변호사의 삶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 시절땐 동아리 활동에 열성을 보인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졌다. 

사법연수원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정 부장판사는 1998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행정법원, 서울남부지법 판사 등을 거쳐 헌법재판소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2013년∼2014년 울산지법 형사합의부장을 맡으며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사건의 1심을 맡았다. 당시 검찰이 적용한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로 징역 15년을 선고해 "국민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 결과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법부 내 엘리트 코스로 평가받는 사법연수원 교수를 거쳐 서울중앙지법에는 지난 2월 정기 인사 때 전보됐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부패 전담부 재판장을 맡았다.

법리에 밝고 원칙에 충실한 강직한 성품으로 알려졌다. 법원 내에선 재판부 구성원들에게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소통을 중시하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병무 기자  joshuam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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